민석은 나를 쳐다 보지 않았다.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시동을 켰다.
바깥주위가 어둑허니 저녁이 밀려오고 있었다.
나 배고파... 했더니
우리 뭐 먹을까 ? 했다.
글쎄 ..밥먹지 뭐..
나도 별 생각이 없이 대답을 했다.
시내에 진입하니 온통 네온싸인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번쩍번쩍 대는 식당입구에 차를 주차했다.
고깃집이었다. 주차장까지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나나 민석은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별로 반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데 가자고 하고 싶은데, 귀찮았다.
뭘 주문하시겠어요? 서빙하는 아가씨가 상냥하게 웃는다.
민석은 나를 보면서 그런다.
조금만 먹자.. 고기 안좋아 하는 것 아는데..너무 힘이 없어 보이니까...
불고기 이인분! 그리고 소주 한 병!
내 대답은 하지도 못하게 얼른 주문한다.
물수건으로 나는 손을 닦았다. 그리고 물 컵에 물을 따르고 맞은 편에 빈 잔에 물을 부었다.
나 ..당신이랑 이혼 못 해! 민석은 단호한 말투였다.
왜?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정색을 했다.
그걸 어떻게 말을 해...
우리가 어떻게 해서 만났는데.
이 년동안 우리 헤어져 있어 봤는데.. 당신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하루가 천년 같았어.
처음엔 믿지 못했어. 진짜 우리가 헤어진 건 맞나 안맞나 헷갈리기도 했고.
그래..내가 일방적으로 전에 그랬지. 전화도 메일도 모두 수신거부하고 만나지도 통화도 두문불출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우린 남의 눈치도 봐줘야하고. 도덕적인 뭐 그런것을 재보기도 하다가 안 만나면 그만이지 싶어 그렇게 이년을 헤어져 있었다.
두번의 봄이 지나가고 막여름에 들어설 때 민석은 다짜고짜 나에게 화를 내었다.
그리곤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벌써 삼년이 지났는데, 그 때 나에게 그랬다.
이젠 헤어지는것은 별 것 아니라고.
그런데 나는 또 다른 이혼을 요구한다.
어떤 법적인 사적인 사실혼이라도 증명을 하지 못 할 이혼이다.
반찬이 나오고 민석은 고기를 굽는다.
나는 상추 겉저리를 오물 오믈 씹으면서 민석을 보았다.
정성스럽게 상추에 고기를 쌓아 내 입에 넣어준다.
주저없이 나는 낼름 받아 먹었다.
풋고추가 매운 것인가 보다. 입안에서 혀만 놀란 것처럼 불난 것 같다.
너무 매워 고추는 빼 줘?
그래..
두 번째는 또 그렇게 풋고추가 빠진 쌈을 싸 주었다.
소주잔이 투명하게 빛난다.
소주 반 잔을 마시니 속이 싸아하다.
민석은 나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적이 없다.
나 역시도 그럴 맘은 별로 없다.
밥은 안주나? 지금...
식탁에 버튼을 누르니 아까 그 아가씨가 온다.
공기밥 하나 아니. 두 개 주세요?
밥이 나오면서 된장찌게가 막 부글부글 끓여지면서 나왔다.
밥에 된장넣고 비벼먹으니 이젠 배가 부르다.
민석은 술을 반병이나 혼자 먹었다.
밥은 반도 안 먹었다.
밥도 다먹고 고기도 다 먹어? 이거 다 남기면 내가 돈 낼거야?
그럼 아까 애기한 거 취소해 줘...
민석은 내내 나를 보고 있었다.
밥을 잘 먹는 나를 .
이젠 절대 헤어지는 거...
나 그런 거 못해.
네가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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