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49

즘(ism) - 나랑 여관에 갈거야?


BY 정자 2007-02-03

나랑 여관에 갈 거야?

 

이렇게 대뜸묻고 싶었다. 단지 섹스하기 위해서 장소가 필요하다면

특히 깔끔하게 뒷 마무리도 해주는 곳이다.

그런데 난 이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민석, 아니 두번째 남편에겐.

 

내 어렸을 땐 어둡고 칙칙한 동네 모퉁이에

선술집을 끼고 한 골목을 두고 맨드라미 . 울타리 장미들을 실컷 심어 여름에는 여기가 꽃파는 화원인지

허름한 삼류급 여인숙인지 잘 몰랐다.

 

특히 너른 마당에 꽃잔뒤가 막 번지는 사오월즈음 되면 늙수구레한 목수들이며 잡부들이 털털하게 신발들이 나뒹굴고 담배냄새나는 공중변소는 늘 문짝이 부서져서 고쳐주는 목수들은 괙 괙 소리를 질럿다.

 

야 이눔들아 작 작 퍼마셔 들..이러다 문짝이 거덜나겄당께?

바지 춤 제대로 추스리지 못한다고 한 영감탱이가 엉거주춤 마당에서 햇빛을 쪼였나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다.

오늘이 뭔 날이여?

영감이 뭔 날짜를 따져유? 대마가 날리도 없구 누가  약속하자고 덤비지두 않을 거구만 하면서 여인숙 주인네는 눌 툴툴거렷다. 밀린 방세는 그렇게 늘 손님들을 서열화 했다.

 

그런 여인숙을 끼고 도는 마주한 우리집에는 이 풍경이  일상이엇다.

난 창문을 열어 놓고 붉게 피는 큰 목단을 보고 늘 궁금해 했다.

왜 나비는 저렇게 이쁜 꽃을 모르고 살까..

 

얼라라 벌도 안 오네.

무엇때문에 혼자서 저렇게 큰 입 벌리고 모가지가 휘청 거릴만큼 꽃잎이 흐드러져서 온통 마당 한가운데에서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다.

 

마당이 넓어서 얘들이 우르르 몰려가 한 구텅이에서 시작하는 땅따먹기 하다보면 해거름에 이르러 돌아오는 잡부들 아저씨는 새참 먹다 말은 거라든가, 옥수수빵에 유리병에 담긴 흰우유를 우리들에게 주기도 했다. 우리한테는 최상의 횡재엿고 재수 좋은 내 유년의 뜰이었다.

 

 시간이 나를 늙게 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시간을 잡아먹는 벌레와 같다고 생각햇다.

한 시간마다 나이테를 만들기 위해서 수 만번 숨쉬는 나무와 같이 몸에는 수 없는 흔적을 모은다.

그럴 때 마다 한 획 한 획 그어지는 주름보다 더 깊은 나이가 창피하지도 않다.

벌레는 반듯이 변태를 하여 날아 오를 준비를 할 것이고 꼭 그래야만 돌아가야 할 곳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어쩌면 나도 그 순서가 올 텐데.

 

 민석이 오후 네시 몇 분쯤에 기차역에 도착이라고 나에게 문자만 달랑 날아 들었다.

대답으로 오자마자 어디로 갈 거야? 물을 려고 했는데 또 말아 버렸다. 어차피 내 차에 태워 내가 몰면 모는 데로 행선지는 정 해질테고.

 

시간을 보니 두 시간후인데.

문득 거울을 보고 싶었다. 내가 보는 얼굴은 매일 똑같다.  거울은 나를 반대로 비춰준다. 착상에 착각이 매달려 잔상에 맺힌 내 모습을 늘 화려하게 인화 해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물론 못생긴 얼굴은 그렇다 치고 머리카락 빠지기 만큼이나 독특한 나를 만들고 싶은 것도 있고.

 

 남자 만나러 가는데..옷은 뭘로 입어야 하고 립스틱 색은 너무 밝으면 화냥년 같이 보일려나 혼자 중얼 거리기도 했다.  혼자서 선택하는 것은 대기하고 있다. 구두는 너무 높은 하히힐은 피하고 싶고 그렇다고 운동화는 너무 했고  이러다 저러다 한 시간은 후딱 지나쳤다.

 

 그냥 대충 어깨에 숄을 두르고 갈색 바지에 흰색백을 들고 나가서 차에 키를 꽂았다.

라디오에서 어디서 많이들은 첼로음이 틀어졋다. 대낮에 듣기엔 칙칙히고 무거운 음악이었다.

이 음악이 뭐였지..어디서 많이 들은 건데...

 

 순간 민석을 처음 만났을 때 돌아온 날 내 메일로 전송 되어 온 브르흐의 콜 니드라이는 것이 불현듯이 생각났다.

느린 박자로 낮게 내려오는 두꺼운 커튼처럼 펼쳐지던 무거움이 내내 두렵웁게 했던 기억이 난다.

왜 하필 이 음악을 나에게 보냈을까 하다가 어느순간 까마득히 잊어버렸는데.

 

 조금 있으면 꼭 물어 봐야지 다짐을 했다.

성격상 하나면 하나고 둘이면 둘이지 난 절대로 바람이나 연애는 절대 안한다고 했다.

민석은 그랬다. 나에겐 원하는 것이 없냐고...

없었다. 한가지 만든다면 복잡하게 일 꼬이게 하면 그 이후는 내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멀리서 역이 가까이 오듯이 보인다. 승강역 앞에 봄나들이 하는 모양처럼 각각의 옷 색들이 을긋블긋하다. 시간을 보니 아직 십 여분이 남았다. 꼭 물어야지 왜 이혼을 하냐고. 무엇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물어 볼 순서도 일번 이번 삼번 차례를 두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