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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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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ism) - 넌 내가 버린 남자야...


BY 정자 2006-12-15

전화통화가 뚝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지익 나더니 화면이 바뀐다.

연두가 엄마야? 울 엄마야? 그러니 성호가 잔뜩 긴장하는 눈빛이다.

나도 고개만 끄덕끄덕 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안방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다.

부랴 부랴 남편을 불렀다.

병원에 갔다 오겠다고 현관을 나서자

남편도 얘들도 나의 얼굴이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아홉시로 마구 향하는 초침을 흔들리게 하는 시계를 보고

아직은 초저녁인데 벌써 밤 하늘의 별들은 까만 하늘에 콕 콕 박혀있다.

 

병원을 향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차디차게 식어가는 냉정한 것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순간  핸들 손전화가 불이 번쩍 번쩍 한다.

모르는 발신번호다.

갓길에 급하게 차를 정차 시켜 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저기..저 성호 아빱니다.."

" 아! 예..."

 

 병원에서 영숙이가 하도 가라고 성화라서 할 수없이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얘들이 걱정되더란다.그래서 전화를 드렸단다. 나도 얘들은 잘 데리고 우리집에 지금 있다고 했다. 그런데 병원에 있는 영숙이가 예전에는 다르게 말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병원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무슨 말을 했냐고 묻는다. 나도 말 못할 그 얘기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서 한 번 병원에 가 봐야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보니 진짜 예전에 영숙이가 아니었다. 자식이라면 열일을 제치고 달려와 부둥켜 안고 얼굴 부비는 에미였다. 한시도 떨어져 있는 것을 상상도 못한 애기엄마이고 남편이 자기를 떠나 다른 여자랑 살던 말던 내 자식들은 건드릴 생각마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영숙이였다. 먼저 얘들이 어디 있냐고 물을 순서를 뒤바뀌게 순위을 제쳐놓고 이젠 남편도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투로 나에게 전화를 한 영숙이는 너무 여리고 착한 성격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경찰서 앞에서 성호아빠를 멱살 잡고 죽기 살기로 덤비는 거며. 욕을 그동안 외우고 다녔나 그렇게 밷어내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혹시 유치장안에서 모진 마음을 먹은 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오도가도 못하게 사람을 가둬 놓으면 생각도 묶인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살아오는 과정에 잘못한 부분이 지적이 되어 매 번 구인이 된다면 습관적으로 벌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겠지만. 이건 억지로 모든 생활반경을 격리시켜 전염병 환자 다루듯이 하는 그런 곳에 삼일을 있었으니 무슨 반전이 있기도 했을 것이다. 

 

 도착해보니 병원 정문은 닫혀 잇고 후문으로 입원실로 들어 가게 해 놓았다.

몇호인지 관리실에 확인해보니 이미 퇴원했단다.

 

" 언제요?"
" 한 일곱시 반 쯤에 이젠 괜찮다고 하면서 나가던 데요?"

" 병원비는요?"

" 남편 전화번호를 주고 가데요...우리도 잡을 새도 없었어요..후다닥 가버리데요..."

 

 순간 나도 얼른 손전화 통화키를 꾸욱 눌렀다.

신호가 가는 대신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집으로 오지도 않고 나에겐 전화만 했다. 전 남편에게 집으로 가라고 한 후 바로 사라진 것이다.

 

통화내역을 뒤졌다. 영숙이와 통화한 시간은 여덟시가 가까이 한 시간이니 이미 병원에서 나온 후였다. 순간 나의 심장이 움직이는 것 같이 두근두근 거리고  불안한 내 눈빛도 흐려졌다 뭉쳐지고 했다. 이걸 어쩔까...

 

 울 엄마야! 엄마하고 전화했어? 연두의 여린 목소리가 퍼뜩퍼뜩 새겨졌다. 영숙이가  어디로 갔을까.... 두번째 통화내역을 칸칸히 확인했다. 성호아빠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 예..여보세요?"

" 저기 영숙이가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는데요?"

" 예? 뭐라구요?"

 

 이미 퇴원을 해서 병원엔 영숙이가 없다고 했다. 우리집에 오지도 않고  지금 손전화 전원도 꺼져 있다고 했다. 성호아빠는 풀이 죽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한다.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한다. 나도 별 말을 못했다.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 넌 내가 버린 남자야..그러니까 날 찾지마! 영숙이가.."

영숙이가 성호아빠에게 보낸 문자를 도로 나에게 그대로 재전송한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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