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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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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ism) - 너를 찾아서


BY 정자 2006-11-21

현관을 나설려는데

디익 디익 전화벨이 울린다.

또 경찰서인가 되돌아서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누구세요?'

"...혹시 저기 성호네 아닙니까?'

" 예 맞는데요? 누구세요?"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힘알이가 하나도 없다.

안들릴 까봐 되레 더 큰 소리로 대답했다.

 머뭇마뭇하더니 성호엄마를 찾는다. 그제야 나도 대충 느낌이 왔다. 영숙이 전 남편이라는 것을.

 

 지금 막 경찰서에 가서 데리고 나와야 할 영숙이를 찾는다. 무엇때문에 전화를 걸었는지 이유도 묻지 못했다. 지금  시장에 가서 조금 있다 돌아 올 것이라고 핑계도 대고 싶은데.

입안에 돌돌 말린 혓바닥이 굳었다.

 

" 저기요 헨드폰이 꺼져 있어 통화를 할 수가 없어서요? 집에 있나 싶어서 전화 했는데..."

 

 휴유하고 안도의 숨만 나도 모르게 ?어 냈다. 전 남편은 아직 상황을 모르고 있던 거다. 그러니까 손전화꺼진 건만으로 안부를 묻고 있었다. 불현듯이 전남편이 신원확인을 세울까 내가 아니고 그럼 영숙이가 뭐라고 할텐데.

 

"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가 잘 안되는 줄 알고 전남편은 자꾸 부른다.

" 예? 아 영숙이 지금 집에 없어요?"

" 멀리 갔어요? 그런데 지금 전화 받는 분은 누구세요?'

" 언니예요. 이웃에 사는데...'

" 성호엄마오면 전화 왔었다고 전해주세요.."

' 저기요... 성호엄마 지금 경찰서에 잡혀갔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가려고 하는데..."

" 뭐라고요?.. 언제부터요.?"

 

  말하니 당장 어디 경찰서냐고 한다. 대충 대충 사건을 애기했더니 내 손전화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경찰서 앞에서 몇 시까지 도착하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란다. 나는 그런다고 대답만 예예 했다.

 

 잡혀간 애 엄마가 무슨 신호를 보냈나. 오비이락이라고 하더니 면회 맞춰 딱 걸려오는 전화에 나는 기세가 등등하게 십층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 왔다.엘리베이터도 느리게 속이 터져서 타지 못했다. 가는 도로에 가로수들이 줄지어 늦은 가을을 보내는지 잎사귀들이 바람에 휘날리다가 도로 중앙선에 걸쳐 차바퀴에 깔려도 또 바람에 튕겨 오른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경찰서 정문쪽으로 먼저 시선이 멈췄다.

혹시 영숙이 전남편이 먼저 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현관정문에서 왁자지껄 시끄럽다.

여자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 야! 개새꺄 ! 니 자식이  굶어 죽을 까 봐 나 찾아 왔냐? 이 씨발놈아?"

영숙이다. 그것도 전 남편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려나오는 남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발바닥이  땅바닥에 얼어 붙어 붙은 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 그려..이 씨발놈아? 니는 돈 많은 여자한테 달라붙어서 기껏 죽어라 자식 낳아준 여편네를 버렸으면 됐지. 뭔 상판데기로 날 찾아 와? 내가 죽었나 살았나 궁금한 거여? 그려 나는 이젠 몸 팔아서 여태 잘 먹고 잘 살았어! 알어? ,,. 또 뭐가 궁금 한거여? "

 

  캑캑댄다. 숨도 못 쉬게 조여 진 넥타이가 목줄이 튀어나오게 했다. 근처 순경들이 말릴 틈을 주지 않으니 그저 넋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나도 이렇게 놔뒀다간 사람 죽일 것 같아 냅다 달렸다.

 

" 야야! 영숙아...니 성호아빠여? 정신 좀 차려 봐? "

" 언니! 언니가 이 놈을 불렀어? 나 찾아 가라고? "

 나는 얼른 말하고 싶은데 먼저 손으로 아니라고 설래설래 흔들었다. 여기서 말하지 말고 어디 다른 데 가서 애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영숙이가 맥아리 없이 남편의 멱살을 푸는 가 싶더니 그냥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런데 푹 고개를 떨어 뜨린다.

 성호야? 야 야 영숙아! 야가 왜이런다냐?

전 남편이 업고 주차장 까지 냅다 뛰었다. 나도 모르게 덩달아 뛰면서 영숙이를 불렀다.

마침 근처에 개인 병원 응급실에 뉘워놓고 나도 전남편도 부들 부들 떨리는 가슴이 영 진정 되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보호자를 찾는다. 성호아빠가 급히 들어간다.

얼마후에 다시 나온다. 손수건을 들고 얼굴에 땀을 닦고 있었다.

탈진에 스트레스를 받아 쇼크를 먹은 것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라... 이게 스트레스인가 ? 쇼크라고? 참 편하다. 의사들이 쓰는 말이 너무 편하다.

 

그제야 나도 성호아빠도 정신이 되돌아 오는 것 같았다.

나도 더 이상 영숙이 전 남편에게 이러쿵 저러쿵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영숙이 말대로 성호 아빠는 집안의 권유대로 집안 빵빵한 여자와 재혼을 했다.

이혼 한 후 문제되지 않은 깔끔한 재혼이었다.

 

말 그대로 그렇게 문제없는 재혼을 한 남편이 버린 영숙이는 먹고사는 문제가 전부가 되었다.

나보고 그랬다. 못 생기고 돈 없고 씹도 제대로 못하는 여자라서 발로 뻥 차인 여자라고 했다. 그 이후로 술에 절어 살더니 겨우 진정 되나 싶더니 돈 벌자고 처음엔 식당일에. 그 다음엔 호프집에 청소하러 간다고 하더니 어느날 노래방 청소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그런줄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면 언제가 좋은 끝이 있을 거라고 서로 히히덕 거리며 지낸 세월이 육년이나 되었다.

 

" 당분간 성호엄마 옆을 지켜 주세요..."

성호아빠가  내 얼굴 눈치보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끄낸다.

내가 옆에 있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 안되요....영숙이는 성호아빠가  지금부터 지켜야 해요."

단호하게 나는 거절했다. 당연하디는 듯이 정면으로 크게 말했다.

"당신이 영숙이 남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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