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14:59:12 |
아침이 되니 성호와 연두는 학교와 어린이집에 서둘러 가느라 엄마는 찾지 않는다. 나도 이거저거 찾아주느라 엄마애기는 못했다. 두 아이가 빠져나 간 텅빈집에서 혼자 한 참을 서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홉시를 바라보고 시계의 초침소리만 째깍거리고. 나도 밀린 설겆이를 하면서 수도를 일부러 크게 틀었다. 쏴아아 하는 소리에 시계초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일부러 싱크대안에 남비도 후라이판도 끄집어 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흔적이 여러군데 묻혀 있었다. 수세미에 세제를 듬뿍 묻혀 박박 닦았다. 혹시 영숙이가 돌아오면 자신의 남비에 맛있는 된장찌게와 아니면 돼지고기 숭숭 넣어 신 김치넣고 오래동안 지지고 끓였을 그 남비들일텐데, 더러워진 그릇을 보면 상념에 젖어 왜 이리 팔자가 꼬였냐고 나보고 매달리지 않을 것 같은 상큼한 향기같은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찬장에도 냉장고 안에도 마르고 못생긴 야채와 반찬들을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차 한잔이 생각났다. 커피도 녹차도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할 수없이 찾는 것을 멈췄다. 이젠 전화를 할까...누구한테 먼저 해야 되나. 전화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몇 번이나 망설였다.
친정이 서울이라고 했는데. 영숙이 말로는 이혼하면서 못 본지 몇해나 됐다고 했다. 이혼하니까 친정과도 서운 해지더란다. 서방이 있을 땐 그래도 당당히 드나들었던 고향 같은 곳인데. 이상하게 이혼을 한 후 바라보던 시선 들이 곱지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으니 이런 일이 있다고 전화하면 분명히 그것봐라 내 그렇게 될 줄 알았다.하고 얼른 비웃을 겄같은 친정이 되 버린 것이다. 그러니 영숙이가 신원확인전화를 친정이 아닌 나에게 했던 이유도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신호가 간다. ... " 예 조사과 김 반장입니다." 대답이 간단하다. " 저... 김영숙씨 조사하는 형사님이 어느 분인가요?"
김 반장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엊그제 구속이 되어서 지금 조사중인데. 벌써 이틀을 밥을 안 먹는단다. 어디 연고지를 대라고 해도 겨우 내 전화번호만 애기하더란다. 면회와도 면회사절할 거란다.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숙이가,
" 김반장님..사실은 제가 친 언니도 아니고, 그렇다고 먼 친척도 아닌데유... 우선은 개가 혼자서 얘들 둘을 기르느라 먹고 사느라 도우미를 한 것 같은 디... 우선은 에미가 그렇게 잡혀 있으니 이 얘들 밥은 누가 해 준데유?"
김반장이 한 참 내 말을 듣더니 법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변호사를 사서 우선은 불구속처리는 가능하다고 한다. 난 피식 웃으면서 그랬다.
" 그건 돈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말하는 거구유.. 영숙이는 지 자식들을 쌩으로 굶겨서 죽이는 엄마가 됐는디..지금 지 입으로 밥이 넘어가유? 반장님도 자식이 있을 거 아녀라?"
더 이상은 자구책은 없단다. 나도 할 수없이 전화를 끊었다. 여기 파출소장이 누구 였더라... 아니다. 경찰 서장을 찾아 가야되나... 변호사비용을 댈 처지나 마나 누구에게 하소연 할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한다. 누구는 돈 만 주면 죄가 아니고, 먹고 살려고 일했더니 잡아 가두는 법이 어딨냐고 바득 바득 우겨야 일이 될 지 싶었다.
" 저기요..제보 할 게 있어서 그러는 디유..경찰 서장님 직통전화가 몇 번이어요?" 상대방이 뭐라고 하더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나는 또박 또박 번호를 꾸욱 눌러댔다.
" 예 감사합니다. 임성수 서장입니다.!" " 저기요?" " 예! 말씀 하세요?" " 얘들 엄마를 경찰이 잡아가서 얘덜이 모두 굶어죽으면 누가 책임 지남유?" " 예? 무슨 말씀인지?" " 그니께 먹고 살려고 노래방 도우미로 열심히 일해서 애덜 먹이고 가르치고 그럴려고 했는디 뭔 법에 걸렸다고 삼일씩이나 지났는디. 애덜이 굶어죽어두 경찰이 책임이 있냐 ? 없냐? 이거쥬?"
경찰 서장이 잠시 말을 멈추고 있었다. 자세하게 말씀을 하란다. " 아! 당신네 경찰이 얘덜 엄마를 잡아가두고 애덜은 죽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쓰니께 내가 이렇게 직접 서장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는 거 아녀라?" " 저 혹시 유치인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 김영숙입니다. 나이는 서른 여섯이고 이혼한지 육년이 됐어요?"
부랴 부랴 이름을 메모를 하나보다. 전화번호도 물어본다. 알아보고 다시 전화준단다. 나는 한시간안에 확답을 해 달라고 했다. 만일 계속 그렇게 유치장에 데리고 몇 날 몇칠 조사하느라 얘덜이 굶어죽기만 하면 나는 방송국부터 인터넷에 전부 까발린단고 했다. 경찰서장이 연신 다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그러고는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작것!!..미친년이 나다... 자식낳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여자를 잡아다가 가둬? 전화를 끊어도 아직 가슴이 떨린다. 내 가슴이 이런데 영숙이가 밥을 먹을 수있고 잠을 잘 수가 있을까...
삼십분이 지나니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저기 김영숙님 전화입니까? 예 맞습니다.
김반장이란다. 지금 당장 유치인 면회를 오란다. 서장님 특별지시가 내려 왔단다. 불구속으로 처리되어 면회인이 유치인 신원보증을 서야 한단다.
전화를 끊고 얼른 차키를 찾았다. 영숙아..내가 지금 간다...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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