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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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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ism) 2


BY 정자 2006-11-03

2006년 10월 29일 14:33:45

여자가 남자를 만날 때는 어떤 목적이 없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까진 순수한 존재다.

그럼에 나는 어떤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암수의 기능에 대해선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길바닥에 쳐놓은 시멘트 보도 블럭과 블럭사이에 있는 금그어 있는 경계선에서도

계절이 있고, 그 계절 바람에 꽃 씨앗들이 풀풀 날아다녀 연애를 한다. 그러기에 결국 희게 또는 노란색으로, 혹은 붉은 생리혈 같은 꽃잎을 자랑스럽게 튀워 낸다.

 

 딱딱하고 찬  시멘트사이에 뿌리를 깊게 박아서 피워내는 민들레도 본 적이 있다.

이런 과정이 한 순간의 사진찍기처럼 고정되어 있기보다. 순식간에 후다닥 벌어지는 삶을 그들은 어떤 목적도 목표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만년전부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서로 부둥켜 안아 버리는 품이 유전자였다. 오로지 그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영역이 존재할 뿐이다. 나도 그랬다. 한 남자를 알고 또 다른 영역을 알게 되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갈 때는 또 다른 나 자신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 남자에게 나는 어떻게 읽혀질까, 순전히 외모상 이뻐보이게 하기 위해서 자주가는 미용실 원장을 달달 볶을 수도 있고, 수 십만원짜리 영양크림을 듬뿍 바르고 한 숨 자는  맛사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걸로 나를 전부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것도 한 두번은 소용되고 지쳐 버릴 일이다.

 

 어찌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기위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사랑을 한 바가지 줄 때 얻은 기쁨을 누리고, 그로 인하여 행복하냐. 불행하냐의 단도직입적으로 결정 내버리는 수준인 사랑만 요구 할 수 있다. 그냥 심심해서 생각나서 즉시 바로 흥분되는 절정제를 찾고 있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한 참후에는 이내 시들해진다. 별 것도 아니면서 내 생각의 바이러스들을 전부 잡아먹을 것처럼 덤벼들더니. 이렇게 알아차려 이젠 오도가지 못하게 잠궈 버렸었다.

 

 얼마전에 나는 교회를 나가는 일을 중단했다.

교회에 나가는 일은 교인이기 때문이다. 교인은 교회를 믿고 따르는 자를 말한다.

나는 교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할 수없이 나갔다. 왜냐하면 신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비록 보이지 않는 유일신을 모신 제단에 나는 맨날 물어 볼 게 있었다.

 

 당신이 정말 나를 창조 한 것입니까?

나를 잘아시나요?

에덴동산에 사과를 왜 여자가 따먹게 했나요?

이왕이면 돈도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도 만들지 그랬어요. 그래야 나같이 가난한 교인도

헌금을 내러 올때되면 몰래이던 아니던 떨어지는 낙옆처럼 흔한 돈을 주워 올 수 있잖아요? 아 그러네요,ㅡ성경 창세기엔 어디에도 돈을 만들었다는 구절은 없죠.. 그러고 보니 사람은 뭐하러 만들어서 이렇게 골치 아프게 맨날 목사님은 헌금 헌금하게 종종 대게 하나요? 안그러면 아예 헌금 내는 시간이나 예배를 일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때만 일괄 세금으로 걷으면 딱 좋겠구먼.

혹시 나 태어나기 전에 그 당시 천국의 태양은 무슨 색이었습니까?

아직 지옥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영혼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나의 구원은 어디에 잘 모시고 있나요?

이런 걸 목사한테 물어보면 기절할 지도 모른다.  그동안 몇 백년동안 변치 않는 교리책을 디밀며 또 해석처럼 설교를 할려고 나를 붙잡아 둘 것이다. 그러니 슬며시 뒷꽁무니를 내린 늙은 여우처럼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이런 시시한 질문을 퍼붓다가도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저의 첫남편 모르게 두번째 남편을 만났는데, 이게 간통인가요? 아니면 간음인가요? 이렇게 말 바꾸는 기도를 설레벌레 하기도 했다.그러다가도 이상하다고 했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신을 모시는 사람은 남자인데, 그럼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는 그 남자의 아이를 낳아서 대를 이었을텐데. 그런것은 모두 합법적인 결혼식을 치룬 것으로 간주된 걸까?  하긴 한 성직자의 혹독한 독재를 동반한 권력을 유지 하기 위해선 말도 안되는 의식을 집행하는 교묘한 수법으로 대대손손 이어온 종교일수도 있다. 뭐 이런 생각으로 예배시간에 시간때우기는 금방이다. 수 천년전에 나도 한 번은 제우스신 앞에 느닷없이 어리숙한 숫처녀라고 바쳐진 제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잘생긴 심장을 가졌다고 축구시합을 신나게 한 판뛰고 이긴사람 중에  일순위로 제물로 선택된 사내일 수도 있을 거고, 그래도 내 영혼은 신의 가호에 맡긴다고 기껏 성직자의 손바닥 밑에 깔린 내 머리카락 만큼 보다 더 가벼운 내 영혼을 찾아다니다가  이제야 짠하고 세상에 태어난 여자가  아닐까 .

그럼에도 아주 이율 배반자처럼 속으로는 비꼬는 투로 기도는 속 깊숙히 아주 잘한다. 나중에 톡톡히 벌받을 것이다. 비록 죽어서 받으니 그건 그때가서 걱정을 해도 늦지 않을테고.

 

 자식이 분명히 커서 나를 기억할텐데. 그래도 나의 어머니는 현숙하며, 정절을 잘 지켰으며, 돈을 잘모아서 우리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 주었으며, 기타등등의 조목조목한 나의 자잘한 유언을 외우고 있을텐데. 사는게 버거운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라 내가 자주 교회 나가 보채던 유일신이나, 나를 사랑한다고 매달리는 남자에게나. 이런거 저런거 다 안따지니 제발 살아만 있어도 좋다는 둘째 남편에게도 말 못할 게 있더라는 것이다.

 

 굳이 말 못할 사정이 아닌, 말이 되지 않아 입안에서 혓바닥으로 전이되어 한 바퀴구르는 그 단어나 낱말이 형성되지 않는. 아니 못하고 있는 답답함이 늘 밑바닥에  어둠처럼 발라져 있어 짐작도 구별도 못하는 상태.

 

 내 이럴줄 알았으면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고 혼자서 히히 웃으면서 사는 미친년이 되면 딱 맞을 게다 싶었다. 어차피 온전치 못하던 아니던 혼자 늙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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