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바람끼가 다분했다.
나 어릴적의 마을엔 늦은 저녁에 돌아오는 목수였던 남자의 컬컬한 목소리에
두둘겨 맞는 여자의 비명도 잠시 뿐 이내 날이새고 해가 뜨면
남자는 다시 일을 나가곤 했다.
날마다 남자의 구타를 맞으면서도 입으로는 죽을 몸, 뭐에 죽어도 금방 죽지 않을 만큼의 저주를 입에 담고 살았다. 그녀는 한 번은 자신의 바지를 연탄 화덕에서 태우고 있었다.
어린 나이의 나는 그런것이 무슨 행동이었는지 모른다. 단지 지금 희미하게 짐작은 간다.
아마 점치는 집에 가서 복채를 주고 산 방법이라는 걸 조금 기억한다.
남편이 돌아 올 무렵 여자는 밤화장을 한다.
동그란 거울뒤에 굵게 돌돌 말아올린 이불을 등처럼 받치게 하고. 진한 눈썹을 그리고, 붉은 립스틱중에 제일 밝은 홋수를 골라 정성스럽게 입술 선을 따라 그린다. 두 입술을 도톰하게 모아 문지르면 금방 전체가 환한 장미꽃잎처럼 환히 핀다. 거울을 들고 앞으로 잡아당겼다 조금 뒤로 갔다가 거리조정을 하면서 눈빛이 틀려진다.
어쩌면 어떤 음란한 생각보다, 더 가벼운 유혹의 눈빛이다. 남편이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또 시작하는 말이 매번 똑같다. 허구헌날 밥먹고 화장만 하느라 늙는 년이라고 했다. 그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남자의 말에 대답도 없다. 그리곤 부엌으로 간다.
그러는 사이에 남편은 또 여자를 끌고 들어간다. 싫다고 난리를 쳐도 막무가내의 힘에는 질질 끌려들어간다. 그렇게 한 밥을 보내더니... 기어이 여자는 새벽에 종적이 묘연했다.
남자는 찾지도 않았다. 늘 하루는 술에 절고, 또 하루는 욕을 하느라고 한 나절을 소용하고, 반나절은 나무늘보처럼 잠만 잤다.
나의 유년에 어른들은 이상했다. 물론 내 어린 생각이지만, 정말 이상했다. 사랑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들이라고 나는 단정을 지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녀가 화장 하는것처럼 진하게 하지도 않는다.물론 나의 첫번째 남편이나, 둘째남편은 나에게 어떤 구타나, 욕이나 그런 것들은 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것은 괜히 하는것도 아니고, 원인없이 들을 욕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사랑을 전제로 같이 산다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늘 부단한 일상이 파도처럼 쉴 새없이 덮쳐온다는 뜻이다. 이런 고단한 결혼생활에 나도 그녀처럼 새벽에 종적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다른 남자를 찾아간 것이 아닌 그녀자신을 찾아 또 다른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 떠난 것이었다는 것을 내 추리력으로 결정했다. 꼭 그랬을 거라고 확실한 사실은 아니지만.
무작정 살게 사람이다, 사실은...
무슨 기본틀이 있어 수 없는 모델을 만들고 너도 이렇게 따라 해보라는 등. 아니면 옷고르는 듯 이런저런거 악세사리를 붙여 놓고 좋네 마네하는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는거다. 하긴 내가 나가는 교회에선 가장 좋은 본보기로 누구의 입에도 좋은 사람이라는걸 인식해야만 그 중에 젤은 누구였더라 공식은 이미 수천년전부터 이론이 이어져 오고 잇다. 사실 이런 것도 신빙성이 희박하다. 모두 마음 한 길도 재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세운 허상인데. 나 또한 염주 굴리면서. 오늘은 나의 남편들 건강을 챙겨주시고, 아니면 또 어떤때는 내가 더 좋아하는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염원한 적도 있다. 물론 그런 걸 이루게 해준다고 느닷없이 신이 벌떡 일어난다면 난감하다. 사실은 그게 아니고요..그저 생각 뿐이였다니까요? 하고 장난끼있는 웃음을 보일텐데.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번호서비스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무작위로 걸어오는 전화를 받았을 때와 누군줄 아는 전화를 받았을 때의 느낌은 틀리다. 잘아는 전화번호다. 남편은 특히 둘째남편은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 여보세요?"
" 지금 어디야? "
" 왜?"
그 다음은 침묵이 잠시 흐른다. 첫째 남편이라면 당당하게 나에게 요구를 할 것이다. 그런데 두번째남편은 나의눈치를 살핀다. 왜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다. 심리적으로 한 번은 연구대상인데.
둘째 남편은 현재 자신의 아내와 별거중이다. 별거 이유는 나도 잘모른다. 물어보지 않았으므로, 나를 만나기 전부터의 일이다. 그러니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실 나를 만난다는 이유로 별거를 시작했다면 또 문제가 틀려지겠지만.
하긴 내가 그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별거중이었다. 가정이 있는 남자라고 했지만. 굳이 나는 그가 유뷰남인지 아닌지 확인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나는 결혼하였고 아이가 둘이 있으며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나에게 집요하게 연락을 취했다. 집 주소도 전화도 알려주지 않았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는 내게 연락을 했다. 한 번만 만나면 다 애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무슨 애기를 들을 이유도 없는데, 어떤 흥정이나 거래를 하기 위함도 아닌데. 왜 나를 자꾸 만나자고 조르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의 직업이 알고 싶었다. 나의 남편의 직업과 같다면 더도 덜도 말고 별로 다를 게 없는 환경이고, 조건이라면 조건 맞춰보는 것이다. 내 성질상 여자들 지위가 남편의 지위가 곧 이꼴이다라는 등식은 어느정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늦게 알아 본 그의 직업은 중견기업의 대표였고 , 나의 남편보다도 세살이나 더 나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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