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0년 전으로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아무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 난 2015년에 살다가 온 사람이다.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나는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엄마를 말이다. 엄마는 식물인간이었다. 그런 엄마는 내 삶에 짐이었고 결국 나는 그런 불쌍한 엄마를 죽이고 만 것이다. 엄마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를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도 내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막상 죽으려고 아파트 옥상에 서 있으니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 갈수만 있다면 정말 열심히 살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한발을 내 딛으려는 순간 남편과 자식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 같은 아내를 둔 남편과 나 같은 엄마를 둔 내 자식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때부터 내 두 다리는 내 말을 좀처럼 듣지 않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빨리 안 뛰어 내리고 뭐해?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왜 그랬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건 또 다른 나였다. 몇 년 전 어떤 과학자의 발명으로 10년 후에는 또 다른 나와 대화를 나눌 수가 있게 된다. 또 다른 나는 내가 죽으면 진짜 내가 되게 되어 있었다. 시간과 시간 사이사이에 나는 계속해서 존재 하고 현재의 내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삶도 계속해서 바뀌어가고 있었다. 연극이나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사실이다.
-걱정 마, 지금... 죽을 생각이야.
그러자 그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건 내게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조건으로 내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에 살고 있는 지금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10년 후 옥상에서 자살하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마치 로또 복권의 번호를 미리 알고 로또에 당첨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10년 전 나로 돌아가는 그 순간 모든 기억도 10년 전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몰랐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현재 나의 삶을 바꿔 놓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할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더 망가지지 않을지... 그래서 인지 이런 꿈을 꾼 것 같다. 내가 10년 후에서 현재로 오는 꿈 말이다. 기분이 이상했다. 꿈은 꿈인데 꿈같지 않고 현실 같았다.
꿈이라도 좋다. 난 지금 이 시간부터 10년 전으로 온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렇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히 달라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부터 내 생활을 바꾸기로 했다. 늘 불평불만으로 하루를 보내고, 늘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며, 똑똑하지 못한 내 머리를 탓하고, 우유부단한 내 성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금도 현재의 삶이 마음이 들지 않아 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10년 후에는 지금의 10년 전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내가 살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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