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선은 전화를 했다.
" 저번에 말 한거... 생각해 봤는데, 관두자.
나, 지금 좋아.
생활비 그만 보내.
나, 필리핀에 가기로 했어. 친구가 같이 가서 사업하자구...
아니. 동업은 무슨...
그저 도와주려고... 글쎄? 아주 살겠다는 건 아니고...
잠깐. 전화 끊지 말아.
저... 이제 오지 않았으면 해.
당신, 좋은사람 만났으면 해.
나? 나는, 알다시피 성질이... 못참는 거 알잖아?
아냐... 가기전에 연락할께.
그럼...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냥 가겠어?
한번 봐. 내가 연락하면... 그때 봐.
지금? 나, 정말 생각 많이 했어. 돌이키기 쉽지 않아.
혹시 알아? 몇년후에도 당신이 혼자고, 내가 혼자라면...
아니... 농담이고... 알지? 농담야.
당신 잘 지냈으면 해. 미안하고...
끊을께. 응? 끊을께.
당신? 먼저 끊어. 먼저 끊어... "
전화기 내려지는, 소리는 언제나 숨이 차다.
춘선은 일어서서, 전화기를 잠시 바라보다 샤워실로 향하려 했다.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광순언니? 왜? 울어? 말을 좀 해봐!
나 찾았다구? 왜? 나? 어디 좀...
지금 어디야? 내가 집으로 갈까?
응? 언니? 언니? 진정 좀 하고... 차분하게 얘기를 좀 해봐. "
다급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만 들릴 뿐.
제대로 말도 못하는 어떤일이 생겼나 보다.
전화기 목소리는 언제나 꿈 같다.
잡히지 않는... 믿기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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