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부스럭 거리며 먼저 일어났다.
춘선은, 딱 달라붙은 광고스티커처럼 움직일지 않았다.
" 이 봐, 아줌마? 그만 가 주시지요?
나, 일해야 하거든? 아잇! 술냄새... 어서 가주세요. " 말은 그랬지만,
뭔가 펼쳐 보면서, 할 일은 다 하며,
갈테면 가고... 말테면 말아라. 하는 라면였다.
" 쌀 좀 줄까? 사람이 어떻게 라면만 먹냐?
나도, 가끔 와서 밥 좀 먹자. "
춘선은, 힐끔 라면의 눈치를 살폈다.
" 아줌마? 싫거든요? 밥만 가지고 먹나?
국도 있어야지. 반찬도 있어야지.
그리고? 아줌마도 챙기라고? 나보고?
참내... 같이 잤다고, 책임지라는 거야? 하하하 재밌네. 뭐. "
라면은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을 던졌다.
" 하나 묻자? 나, 다시 재결합하는 거 어찌 생각하냐? "
이번에는 춘선이 라면이 바라봐도 눈이 안 마주치게 돌아 누워 물었다.
" 재결합? 나 많이 취해서...
글쎄. 무슨말이신지? 해해...
누구랑? 그 변함없이 언니를 사랑하는 그 남자와?
아님... 그 무서운 집착쟁이랑?
그것도 아님... 길들여진 언니랑? 뭐랑? "
라면은 춘선을 바라보려다 춘선의 등을 보고는,
곧 종이 몇장을 풀썩이며 뒤지는 척 했다.
" 그봐라! 취하기는? 다 들었네!
그냥 해 본 말이다.
집에 가서 해장 해야겠지?
넌, 분명 또 라면이나 먹자구 할꺼지?
에잇! 가야겠어. "
춘선은 벌떡 일어나 신을 신었다.
" 히히히...저렇게 눈치가 빠른데, 왜? 도장을 찍으셨으까?
해장국 사준다는 말도 없이...
혼자 해장한다고? 의리도 없구만...
재결합은 무슨... 의리도 없구만. "
라면은, 그제서야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춘선은, 신을 신고 괜히 탁탁 뜀을 세너번 뛰고 나왔다.
라면은, 창밖으로 소리쳤다.
" 아니? 왜? 먼지까지 털고가지?
왜? 뛰는 건데? "
춘선은 뒤도 안 돌아 보고 옷을 툭툭 털어내는 시늉을 했다.
' 그래...
덕분에 내 먼지 쌓인 얘기가 떨어져 나갔다 이것아!
저거저거... 얘기 들어 줄 주 아네?
가끔 보자. 이것아.
어린게 밥도 안 먹고... 편해 좋겠다. '
춘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오랜만의 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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