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60

햇빛속으로


BY 유 진 2007-08-25

   라면은, 부스럭 거리며 먼저 일어났다.

춘선은, 딱 달라붙은 광고스티커처럼 움직일지 않았다.

" 이 봐, 아줌마?  그만 가 주시지요?

  나, 일해야 하거든?  아잇! 술냄새... 어서 가주세요. " 말은 그랬지만,

뭔가 펼쳐 보면서, 할 일은 다 하며,

갈테면 가고... 말테면 말아라.  하는 라면였다.

" 쌀 좀 줄까?  사람이 어떻게 라면만 먹냐? 

  나도, 가끔 와서 밥 좀 먹자. "

춘선은, 힐끔 라면의 눈치를 살폈다.

" 아줌마?  싫거든요?  밥만 가지고 먹나?

  국도 있어야지. 반찬도 있어야지.

  그리고?  아줌마도 챙기라고?  나보고?

  참내...  같이 잤다고, 책임지라는 거야? 하하하 재밌네.  뭐.  "

라면은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을 던졌다.

"  하나 묻자?  나, 다시 재결합하는 거 어찌 생각하냐?  "

이번에는 춘선이 라면이 바라봐도 눈이 안 마주치게 돌아 누워 물었다.

"  재결합?  나 많이 취해서...

   글쎄.  무슨말이신지? 해해...

   누구랑?  그 변함없이 언니를 사랑하는 그 남자와?

   아님...  그 무서운 집착쟁이랑?

   그것도 아님... 길들여진 언니랑?   뭐랑?  " 

라면은 춘선을 바라보려다 춘선의 등을 보고는, 

곧 종이 몇장을 풀썩이며 뒤지는 척 했다.

"  그봐라!  취하기는?  다 들었네!

   그냥 해 본 말이다.

   집에 가서 해장 해야겠지?

   넌, 분명 또 라면이나 먹자구 할꺼지?

   에잇!  가야겠어.  "

춘선은 벌떡 일어나 신을 신었다.

"  히히히...저렇게 눈치가 빠른데, 왜? 도장을 찍으셨으까?

   해장국 사준다는 말도 없이...

   혼자 해장한다고?  의리도 없구만...

   재결합은 무슨...  의리도 없구만.  "

라면은, 그제서야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춘선은, 신을 신고 괜히 탁탁 뜀을 세너번 뛰고 나왔다.

라면은, 창밖으로 소리쳤다.

"  아니?  왜? 먼지까지 털고가지?

   왜?  뛰는 건데?  "

춘선은 뒤도 안 돌아 보고 옷을 툭툭 털어내는 시늉을 했다.

'  그래...

   덕분에 내 먼지 쌓인 얘기가 떨어져 나갔다 이것아!

   저거저거...  얘기 들어 줄 주 아네?

   가끔 보자.  이것아.

   어린게 밥도 안 먹고...  편해 좋겠다.  '

춘선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오랜만의 밝음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