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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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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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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속에서 눈을 감다


BY 유 진 2007-01-25

라면은 각상위에, 냄비에 담긴 라면과 소주, 잔을 한개 놓았다.

"눈에 가시?  사람을 모두 가시처럼 보는 사람 있어.   그냥 그럴뿐이야

 너무 그 사람만 생각하니까...  자신을 가시라고 여기니까 힘든 건 아닐까?"

라면은 라면을 후루룩 거리며 먹었고, 말은 그 후루룩 거리는 소리에 묻혔다.

"혼자 다 먹냐?"  춘선은 라면을 발로 툭 치며, 

라면을 먹으려 젖가락을 들다 말고 잠시 눈물이 글썽 했다.  

"아! 진짜!  왜? 갑자기 와서,  라면 맛 떨어지게 하는건데?"  라며 라면이 이마를 찌푸렸다.

"하하하...  라면맛?  라면이 맛있어 봤자지?  라면 종류만 다양하다고 라면맛이 좋아?"

춘선의 눈은 금새 건조해 졌다.     마치, 어린애가 혼나고 뚝 그친 모양이다.

"소주나 한잔 따라봐.   이것아!   한참 동생인거 같은데...  잔도 올리고 해야지!"

춘선은 괜스레 웃으며 투덜 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귀찮아 죽겠어!   술도 따르라고?"  라면은 웃음을 흘리며 잔을 채웠다.

그녀들은 배고픈 아이들처럼...  서로 젖가락을 부딪혀 가며 먹기만 했다.   먹기만...

라면도 술도 다 먹었을 무렵,  춘선은 소주를 또 한병 꺼내려고 일어 섰다.

"어?  뭐하는거야?  내집이야!   술, 그만!  지금도...걷는 거 봐...  그만!  술, 그만!'하면서

라면은 춘선의 앞을 막았다.

춘선은 피식 웃으며,  술을 한병만  달라는 듯  손가락을 접어 보였다.

"한개만 더 마셔 치우자!  너 혼자 마시면 심심 할까봐 이 언니가 신경 써주는 거야"

춘선은 이미 다리가 흔들 거렸다.     라면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도 술을 건냈다.

"그래!   먹고 죽어야 색깔이 좋다며?  먹고 싶을 때 먹어!  그런데, 술이 뜨겁네? 히히히"

라면은 술을 따랐다.    

춘선은  크게 웃으며 말 했다.   "여름이라 그렇지!  하하하하"

춘선은 세잔정도 마셨을 때 다시, 눈시울이 붉어 졌다.

"난...   난...  행복하고 싶었던 여즈였덩..."  이미 춘선의 입술은 술잔처럼 흔들렸다.

"그래...나또 행복한 여장!  하하하하해해해해"라면은 괜스레 몸을 흔들어 대며 웃었다.

"아이구? 라면 너도 취할 때가 있냐?  전에는 두병 마시고도 말짱 하더니?

 너 언니 닯아 가냐?  하하하하하하.......엉엉엉엉...흑흑흑..."

춘선은 웃다가...크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 했다.

"난...내가 행복한 여즈라고 믿었느데...난,  내가  좋았는데...꽃은 피느데...

 어느날 새벽 세,네시즈음...말이다...라면 듣냐?  야!  듣냐고?"  춘선은 흐린눈으로

라면을 보았다.    라면은 누워서 꼼짝도 안 했다.

춘선은 뒤뚱 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춘선은 노란 샤워타월을 들고서 뒤뚱 거렸다.

"야!  라면?  네 집이 웃긴다?   집이...하하하하...  울렁 거린다?"  춘선은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렁거리는 바닥이 재밌었다.

춘선은  샤워타월을  라면의 허리부터 발까지 덮어 주었다.

"하.................."  춘선은 깊은 숨을 뱉었다.

"어디까지 했지?  아!  새벽에 누가 온지 아누? 

 하하하하...  시어머니가 오신거야...

 너 아니?  남편이 야근을 잘 했거든...   그 새벽에 오셔서...

 나, 무서웠어.   아니,  징그러웠다고...그게 맞는 말이다.

내 안의 미움이...  징그러운 벌레처럼 꿈틀대다,  독을 품더니, 오히려 내 피를 탁하게......

 말로는 반찬을 가지고 왔다면서...  방문을 한개씩 열어 보며 집을 살피는 거야...

 시간은 새벽 세,네시...  무서울까봐 왔다고 하더라? 

 라면아...  나는 고층 아파트가 마치...가느다란 돌기둥 같았고,

 나는 그 꼭대기에 서 있는 기분였어......  무시하면 되지 않겠냐고?

 사람들은 쉽게 말을 해...  그 뭔가 찾아 내고야 말겠다는 눈빛...무섭단다.

 그 눈빛 앞에서 태연하려 애쓰던 탁한 내 숨소리...  

 아......... 내 미움이 오히려 참고 있는 나의 숨을 조여 왔었어.

 단지, 그날의 일 때문에 그러냐고? 

 어떤날은...하!  매우 드물 테지?   그런 경우가 또 있을까?  없겠지? 

 전화통화 중에 남자 배우의 소리가 들렸나봐...내가 티브이를 봤거든.

 10분후에 문을 막 두드려서, 나가보니... 오셨는데,  아무말도 없이 방을 또 살피더군.

 내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10분 안에... 

 그래... 시계를 보고 더 미워한 내가 우습지?

 하지만, 정말...넌, 아니?  

 왜?  그렇게 당당하게 여자가 여자의 가슴에 바느질을 할까?

 그런 무섭고, 징그러운 느낌을 한두번 느낀게 아니야... 

 집에 택배가 왔었지.    후후...  택배기사가 잡아 간 것은 아닌가 싶어 왔다고 했었고...

  남편이 그랬다는 게 아니야...   하.........  생각만 해도 숨이 말라.

 그렇게...그렇게 살아 가는 거라고?   아니야...

  난,  누군가에게 쫒기는, 감시 당하는 기분였어.   

  아니, 늘 나를 쫒는 매서운 눈빛...

  아...  다 끝난 지금도 내가 힘든 이유는 뭘까?  

  길들여 진다는 것이 뭔지 아니?

  내 스스로 내 미움에, 알 수 없는 눈빛에 길들여 졌어.

  싫었다면,  왜?  길들여 졌냐고?   모르겠어.    끝이 날거라고 믿었거든...

  남편은 너무...  몰랐어.   내가 차마 말 할 수 없을 만큼 내게 잘 했지.

  그런 남자에게 말 하고 싶지 않은 미련함이란...후회가 돼.

  언젠가  끝이 나겠지 싶었는데...   그런데,  아니야...  끝도 없었어.   

  내가 끝내야 그만 두겠다는 듯이...  흉한 허상을  믿으며 뒤지는...무서운 거야...

  벗어난 지금도,  나는...  꿈을 꾸고는 해.   

  자식이 세살짜리 아이처럼 느껴진다면...  보호하고 싶다면, 

  결혼 시키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   

  평생, 함께 살아가는 모자로 솔직하게 살아야 해.

  사람이라서,  사람들처럼 살기 위해  결혼을 시키는 것 뿐 이라면...그건, 미친짓이야.

  어떤 여자도,  사람으로 살게 해 주고 싶어서

  자신을, 숨 쉴 수있는 무덤에 묻어 버리기는  싫을 거야.

  미리...  말 만 해 준다면 말야.    결혼전에 말이야...

  단, 한마디만 이렇게  해 주는 거야 

    '나는 징그럽게 아들을 사랑한다.    결혼은 할 수 없이 시키지만, 

  내 아들은 내가 지켜 줄 거다.   너같은 존재라면  내 마음대로 감시해도 될 만큼

  존재가치가 가벼운거 같아서 너를 허락 했다.   '   이렇게  말 해 준다면...

  어떤 여자도 그 징그러운 집착속으로 달려들지 않을 거야.

  아무리 깊은 사랑일지라도...  파랗게 갈아 놓은 집착으로 살짝 베이기만 해도...

  결혼을 하고 싶진 않을 거야..."

 

춘선은 갑자기 입을 막으면서, 화장실로 어기적어기적 걸어 갔다.

구토를 하기 시작 했다.

잠 든 줄 알았던,  라면이 춘선의 등을 두드렸다.

"너 안 잔 거야?   음융하긴... 해해..."  춘선은 고개 들어 라면은 바라 보았다.

"괙괙 소리에 깨었어!   취했다고 했잔아!  아!  디러!"  라면은 고개를 돌렸다.

"안 취했다...  갑자기 구토가 나오네?   생각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춘선과 라면은 거실에 누웠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잠이 들었다.

샤워타월로 나란히  얼굴을 가린채로...

 

비가 그치고,  밝다 못해 따가운 햇빛이 창으로 들어 왔다.

라면은 발로 춘선을 툭툭 찼다.

춘선은 깔깔 웃었다.   수건이 들썩였다.

"라면?  설마, 우리가 오늘 깬 건 아니지? 

 그러니까, 술 마시며 신났던... 어제는 아니겠지?"

라면은 푸루르 입술을 떨며 소리를 냈다.

"우리 말이야...   어제 잠들어서 오늘 깬 거 같아...내가 밤비 소리를 들었거든.  "  

"밤?  하하하하하...빗소리가 틀려?"  춘선은 수건을 집고, 눈을 치겨 뜨고 창밖을 보았다.

곧,  다시 굳게 눈을 감았다.

"아......  따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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