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오니...
주인공들 이름이 가물가물한게 눈물이 다 나네요...
참...미련한 시작인지... 참...겁없는 모혐(?) 였는지...)
현숙은 빨아 무거워진 솜이불 마냥 택시에서 내렸다.
남편은 현숙을 업었다.
"왜그래? 하지마!! 비와서 이상해?" 현숙은 남편의 등에서 흔들흔들 발버둥을 쳤다.
비는 정말 앞이 안 보이게 내렸다.
그 와중에 현숙의 남편 눈은 붉기가 노을 같았다.
"울어? 울어?"
남편은 말 없이 현숙을 업고 계단을 꾸역꾸역 올랐다.
좁은집...어쩌면 가난한 집의 문을 열자...현숙은 쏟아져 내렸다.
남편의 등에서...
남편은 잠든 아이를 수건으로 닦으며 연신 눈을 부볐다.
현숙은 현숙대로 비오는 창밖만 바라 보았다.
현숙을 남편이 끌어 안았다.
현숙은 밟고 있던 지뢰가 터진듯...내던지며 울었다.
"미안해...아셉이 너를 좋아할때...나도 너를 좋아했어...아셉이 너를 갖을 때 난...
아셉이 죽었을 때... 나...너를...너를... 아셉의 아기가 네 뱃속에 있다는 소리에...
난... 미안해...네가 나를 받아 준거지...내가 너를 받아 준게 아니야...나도 알아..."
현숙은...그냥 지뢰가 터진 듯 고통스럽게...혹은 자유롭게 울었다.
남편은 현숙을 부여잡고...깊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빗소리에 들릴 듯 말듯한 사랑을 했다.
보일듯 말듯...그들은 슬픈 사랑을 했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서로에게...상채기에 바르는 연고처럼 발려졌다.
그때...라면의 집을 춘선이 두드렸다.
"누구야?"
춘선은 이미 취한 목소리로 "넌 반말만 할 줄 아냐?"
라면은 그제서야 문을 빼꼼 열었다.
"술 있냐?'
춘선은 자신의 집인냥 들어 왔다.
라면도 어이없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춘선은 이미 많이 취한 듯 해 보였다.
"라면에 술 좀 먹자!! 끓여!"
라면... 그녀는 언제나 라면을 살 때만 봉다리맨션에서 나온다.
"라면 국물에 소주 한잔씩 하자구..."
라면은 걱정스러운 듯 "마신거 같구만...또?"
춘선은...한동안 멍하게 라면의 거실을 바라 보았다.
"너? 뭐 먹고 사냐? 라면 말고... 뭐 해 먹고 사냐? 만화그려? 보니깐..."
라면은 이미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음...만화...히히 봉다리 맨션 정말 웃긴거 알아? 만화 같애"
춘선은 혼자 중얼 거렸다.
"웃기니? 하긴 내가 웃겨서 살고 있다...얼마나 더 살지..."
라면은 신경도 쓰지 않는 말투로 "언니 죽을 라구?"
춘선은 "너...사람 볼 줄 안다? 히히히"
"언니? 이혼야? 동거야? 뭐야? 가끔 오는 그사람 누구야?"
춘선은 더욱 취한 척...실수 인듯 말 한다.
"이혼...남편이 지랄하고 가끔 와서 어쩌라는 건지?"
라면은 라면만 끓일 뿐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이혼? 왜?" 라면은 안 궁금한 말투로 물었다.
춘선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내가...죽으려구 했더니 놔 주더라? 웃기지?"
라면은 춘선을 보며 "뭐가 웃겨?"
춘선은 "그렇게 내가 숨도 못 쉴거 같다구...살게 해 달라구...이해해 달라구 할 땐
과민반응 운운 하던 사람이 죽겠다니깐...혼자 두더라? 죽으라는 건지...
너? 사람이 사람을 따라 다니며 반복적으로 똑같은 간섭을 하면 어떻게 될거 같니?"
라면은 "글쎄? 돌겠지?"
춘선은 크게 웃으며 "잘 아는구나... 늘 시어머니는 나를 따라다녔어...그러다 갑자기
등뒤에서 뭐하냐? 하시는거지...뭐하냐? 그게 어떻냐구? 한 수천번을 들어봐라...
아주...멍 해져서 바보가 되다가...어느날 죽고 싶어지지..."
라면은 무슨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춘선은 라면을 가끔 찾아 왔다.
춘선이 라면을 라면이라고 처음 부른 사람이다.
춘선은 오늘 무슨말을 다 하려는 듯 보였다.
라면은 무심한듯 들어 줄 생각이다.
춘선은 말했다.
"남편과 나는 두달만에 결혼 했어...한 다섯번쯔음 키스하고 결혼...
봄에 아카시아랑 이런저런 꽃을 따 주는데...눈물이 나더라...
아마 그때부터 난 누군가의 눈에 가시였던 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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