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20

장마


BY 유 진 2006-09-13

우경은 살면서 더 흘릴 눈물이 없을 만큼 현숙의 품에서 울었다.

우경은 하얀얼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아무도 그녀가  빗소리 보다 서럽게 울고 있으리라 생각 못한다.

 

봉다리맨션에서 제일 좋은 차를 타고, 

소문에는 남편도 안정 된 직장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주말마다 짐을 싸들고 오가는 시댁은  땅부자라고...

물론 다 소문 이다.   

이곳에서 눈에 띄게 하얀 얼굴로 언제나 얇은 미소를 머금고 있어

그런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처음 만남부터 제 멋대로 였다.

"흠...치마를 입으셨네요?  누굴 유혹 하시려고. "

물론,  당황스럽고 상대하기 싫었다.

그러나,  우경은 그무렵 직장생활에 지쳐 있었고, 

자부심을 갖고 오래 다닐 만한 전문직도 아니였다.  

집에선 결혼하라고 성화였다.

그런말에  날카롭게 대응 할 필도도 못 느꼈고,

그런 그에게 관심을 갖을 만큼  마음이 움직이지도 않았다.

 

차갑게 미동도 않는 그녀에겐 사랑의 감정이  있을까?

물론,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없어졌다.

스믈둘 한참 애기토끼풀 같던 나이에...  

첫사랑였던  준서가  사고로 죽었다.

눈앞에서...   그후로,  몇년을 우울증에 시달렸다.

보도블럭은 밟지도 못했다.    순식간의 일 였다.

 

준서와 나란히 걸으며 하늘이 좋다느니, 

약속시간 보다 늦어서 먼저 가려고 했다느니... 하면서 까르륵 웃었다.

차갑게 누웠지만 질서있게 놓여진  인도의 보도블럭을 사뿐사뿐 밟고 걸었는데,

갑자기 걸음이 붕... 하늘을 날 듯 던져지 듯 하더니 멈췄다.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보라빛하늘과 

질서있던 보도블럭이 엉켜 있고, 뽑혀 있고 했다.

준서가...  붉은물 위에 누워  파닥이고 있었다.

한가롭고 약간 차가워 밝은 가을날...   파닥이던 준서도 멈췄다.

우경의 그저 지켜 보기도 멈췄다.     그저 바라보기도 멈췄다.

한참을 자고 일어 나니  온몸이 묶여져 움직일 수 없는 무거움에 짖눌린 느낌였다.

"우경아...우경아,  정신들어?  간호원!  간호원!"

"엄마, 준서는?"  

준서는 영원히 멈췄다는 말을 듣고 온몸이 하나의 피뭉침이 되어 끓었고,  얼었다.

그리고,  던져지 듯 남겨진  고통으로  유리파편 위를 걷는 듯 살았다.

그런데,  차라리 그때 영원히 멈춤으로 끝났어야 했다고 생각 하며 살게 하는 남편을 만났다.

누굴 유혹하려 치마를 입었냐는 인사(?)를 어쩌면 무시하며 들었던 우경.

모든 일에, 만남에  그랬다.    관심이 없었다.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취하고...  그렇게 그냥 움직일 뿐였다.

그렇게  한달만에 결혼을 했다.

둘은 청혼을 하려고, 듣고자 하지도 않았다.

두번째 만남부터 우경이 바지를 입었고. 남자는 당황스런 말을 안 했다.

매일 만나 밥을 먹었고,  차를 마시고...  그러다, 결혼식은 어디서 할건지 물었다.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일로 만나는 사람들 같았다.

결혼이 일처럼 진행 되어 갔다.

결혼 삼일전 어딘가로 도망도 칠까?  생각 안한건 아니다.

잘 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에 대해 아는건  2남1녀 중 장남인 것과,  반듯한 직장과, 얼굴...

시간은  1999년 9월 15일 인데,  결혼은  저고리 입고 살았던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그에 대해 아는건  식사중에도  갑자기 일로 뛰쳐 나가야 한다는 것.

 

결혼을 바보처럼 했다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보짓도 아니였다.

무엇에 홀린  여자가  비오는 날  꽃을 찾다 아무 생각없이 머리에 꽂는 행동과 같다.

그리고, 천둥번개 치는 빗속으로 나가는 알 수 없는 짓...

 

신혼 첫날밤,  그는 우경에게 "처음인가?" 라고 말했다.

우경은  아무말도 안 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행가방을 세차게 방바닥에 던지며

"내가 묻잖아!  처음이냐고?"  우경은 놀랍지도 않았다.

이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파닥임을 보았고, 붉은물의 흥건함도 보지 않았던가?

"뭐가요? 뭐가 처음이냐고 묻는거죠?"

"아쭈,  야! 너 같은 것들 내가 잘 알아...  얌전한척 하지 말고 말 하란 말야..."

우경은 눈물을 한줄 주룩 흘리며,  '준서는 내손을 잡을 때도 아기새처럼 떨었어......'

"처음이 중요 한가 보죠?  처음이면 어쩔거고,  아니면 어쩔건가요?"

남자는 웃으며 혼자 중얼 거렸다.

"하긴...그게 중요한가?  그러네......  됐다.   그래..." 

남자는 불을 끄고 우경을 침대에 무너뜨렸다.

우경은 놀라지 않았다.    

자신도 지금 파닥이며 어딘가를 보고 있다고 느꼈을 뿐.

처음은 그렇다.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끝나 버린다.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 시작이 자신의 몸짓이 아니라면...

 

다음날,  남자는 참 다른 행동을 보였다.

눈을 뜨니 커피를 한잔 건네며  "어젠 술이 과 했나봐.   미안해..."

우경은 그남자의 눈을 보았다.    "안 미안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후로 항상 남자는  우경을 파닥이게 하는 고통 속에 던졌다.

술이 취하지 않더라도 그는 우경을 보는것이 아니였다.

다른이를 보는 눈으로 매섭게  상처 주고,  돌아서기를 즐기는 듯 했다.

'기다리지 말고 지내... 한삼일 못들어 간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출근하면

보름을 안들어 오기도 했다.

처음 보름만에 들어 온 날,  그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사랑 하지 않는 다면 사랑하려 애 써 보겠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랑은 애 쓰며 다가가지 않아도 마주쳐 부비는 열기 같은것 이라는 걸

비가 너무 많이 오던 그날,  이상한 냄새에 구토가 넘어오던 그날 알았다.

너무 늦었다.  

서로의 옷깃이 부딪혀  천이 타는 냄새가 사랑일까? 라고 의심하는

마음을 갖기엔  너무 늦었다.

우경의 뱃속에 아기가 있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