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불쌍한 여자가 엄마도 없이 살았더랬다.
그 어떤 불쌍한 여자가 현숙 이다. 그녀가 두살에 엄마가 가출을 했고.
아버지는 술에 몸을 담고 살았다. 어린날의 기억은 생각 하기도 버겁다는 현숙.
하기는, 살아 온 모든 기억이 온전하게 편할 날이 없었다.
다만, 자라서는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누군가 동정심에 빵을 주든지, 슬쩍 집어 먹던지...굶지는 않았다.
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몽롱하다 못해 풀어진 달걀 같은 아버지는 그림자만 보아도 부스스 떨게 만들었다.
그래서, 열여덟에 집을 나왔다.
그후의 어떻게 살았는지는 말 많은, 푼수처럼 다 털어 놓는 현숙도 함구 한다.
그러나, 동찬이가 지금 사는 남자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다.
동찬의 눈동자, 피부색은 우리것이 아니다.
차마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차마 말 하지 않고, 살아가는 눈에 보이는 그 이유...
현숙은 분명 결혼 전에 다른남자와 살았다는 눈에 보이는 이유를 캐 묻지 않는 속 깊은 봉다리 맨션을 현숙은 좋아 한다.
그녀가 바보처럼 크게 웃는 건 어쩌면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지.
어딜가든 수근거리는, 냉대를 받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오히려 동찬을 사랑... 비슷하게 대해준다.
동정이라도 좋다. 동찬이 자신의 뒤에 숨지않게 해주는 눈빛에 한없이 감사 할뿐인 현숙이다.
그러나, 현숙이 언제까지 무덤같은 얼굴로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현숙은 당연히 무덤같은 얼굴로 살아가도 마땅한 불쌍한 여자 인가?
언제 끝이 나서 알게 될지, 언제 다른 시작으로 향하게 될지...
불쌍한 여자들은 스스로도 언제까지 불쌍하게 살아야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불쌍하게 사나 보다. 죽으면 끝이 나려나 보다.
그래서, 보고있으면 더 불쌍한 여자다.
그렇게 아프고, 망신 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현숙은 삼사일 후에 남편 출근을 마중 나온다.
" 동찬 아빠, 잘 다녀와요. 해... " 베실거리는 그녀의 웃음에
지나가는 이들이 고개를 저으며 웃어 버린다.
"동찬아빠, 저녁때 일찍 와...응? 삼계탕 해 먹자." 마냥 좋단다.
아...무덤에 햇살이 들어도, 죽음으로 부어오른 흙인데... 좋단다.
아침 햇살이 좋단다.
현숙은 동찬을 들쳐 업고 우경의 집으로 올라가 벨을 씩씩하게 누른다.
한참 분주하게 바쁜 주부의 오전 시간을 당당하게 두드린다.
"한번 눌러도 나와... 들어와. 청소는 하고 왔어? 난 청소도 못 했다. " 우경이 조금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 한다.
현숙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언니, 나 화장 했어도 보여? 멍든거... 많이 티나? "
우경은 한숨만 길게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계속 살면서 맞을거라면...도망 할꺼면 일찍 나와... 왜? 그렇게 미련하게 몇대는 꼭 맞고 뛰쳐 나오니?" 하면서 현숙에게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아니......이상한게 나도 안 때리면, 저 놈이 마음이 변했나? 무슨일이 있나? 이러면서...히히...언니? 맞고 사는것도 중독되는 병 있어? 히히히히...... 그런병은 없지?"
우경은 싸늘하게 "있어...큰일이다. 너도..."
현숙은 일어 서서 청소기를 든다.
"언니 설겆이 해... 난, 어제 밤세워 대청소 했거든..." 자기집인냥 코드도 꽂는다.
"밤에? 안 들어 온거야?" 우경이 조금은 놀랜 듯 하다.
"집에 안 들어 온 적은 없잖니? "
현숙은 금방 입을 삐죽 거리며 "몰라...새벽에 다섯시쯔음에 와서 좀 자고 아침먹고...술도 안 마신거 같구...놀음해서 돈 잃고 온 것은 아니겠지?"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남의 흉처럼 말하고 윙윙대며 청소기를 돌린다.
우경도 두아이가 어지른 방을 대충 치우고 주방으로가 설겆이를 한다.
그릇 닦는 물소리, 청소기 소리 속에서 우경이 작은창을 바라보며 조금씩 흐느낀다.
'넌...좋겠다. 놀음? 잃은돈? 그렇게 생각하고 덮어 둘 수 있는 너는 참 좋겠다.'
우경이 눈물을 닦으려 해도 오히려 가슴속에서 큰 구토가 파도치며 오듯이 울음이 감당이 않되고 터 졌다.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엉엉 토했다.
현숙이 윙윙거리며, 노래까지 하다가 우경을 보고 깜짝 놀래서, 청소기를 죽인다.
"어?어? 언니? 왜? 그래? 어어? 언니, 언니...."
현숙은 우경이 파묻은 어깨를 흔들지만
비석처럼 꿈쩍을 안 한다.
무덤이 비석을 꼭 안고 같이 울었다.
"언니...... 또, 안 들어 오는거야?" 무덤이 비석을 꼭 끌어 안고 둘이 비를 맞았다.
밖에도 굵은 빗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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