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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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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BY 유 진 2006-09-05

한여름 땡볕에도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밝기만 했다.

등나무 그늘 아래 세여자의 웃음소리는 작은 맨션에 울려 퍼졌다.

조용하기에 더 했다.   바람 한줄 불지 않는 여름였다.

현숙은 들마루에 앉아 바닥을 두드리며 입에 수박을 물고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깔깔깔...언니?  그 얘기 어디서 들었수?  미챠...내가..."  

그리 난리법석을 떠는 현숙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광순언니는 

 " 내숭 떨구 지랄야..." 할 뿐 였다.

현숙이 그 한마디에 더욱 바닥을 타다닥  두드리며  배를 잡고 웃는다.

"으잉?  야!  날아 가는 참새 똥구녕을 본겨?  쉬를 하드남?" 

광순의 표정은 여전이 무표정 하다.      현숙은 계속 웃는다.     

춘선이가 수박을 하나 들며 현숙의 엎어진 등을 친다.

"그만해...동네가 다 시끄럽다.    그런 얘기 처음 들어?  아니잖아? 

들을 때마다 너무 좋아 하더라?   무슨 새댁이?  못 알아 듣기도 하고 해야지...

나도 한참 생각한 얘기를 잘도 알아 들어...  아...덥다.   더워 죽겠다.   "

현숙은 그제야 웃음을 애써 참으며  "치... 언니,  나도 알거 다 알어! "

광순이 먼저  바지를 야무지게 탁탁 털며 일어 선다.

춘선도 일어 서며  "저녁은 또 뭐 해 먹나?  언니 뭐 할라우?"

광순은  "더운데...쌩라면 먹고 두유 마셔라?  뱃속에 들어가면 콩국수 먹은 줄 알것지."

현숙이 또 까르륵 웃는다.     춘선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현숙은 수박껍질을 챙겨  쟁반에 담으면서도 웃는다.

"신랑한테 얘기 해 줘야지.  히히히히 너무 웃겨...나도 두유 사와야지.  정말 웃겨 언니들.  "

광순과 춘선은 현숙과 눈을 마추고 웃으며 갔다.

현숙이 들마루를 내려 와  집으로 가려는데,  302호 창문이 열리며 "아줌마!! 시끄러워요!!"

소리를 친다.     라면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다.   

학생 같기도 하고,  그녀는 잘 나오지도 않고 아무도 그녀의 집에 가지 않았다. 

현숙은 눈을 흘기고는 휙 돌아서며  "쪼만한게...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싸가지."

라고 한마디 할 뿐 무시 하고 대꾸도 안 한다.

302호의 창문은 요란하게 닫힌다.

202호의  창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동찬엄마, 오이장아찌 줄까?"  우경의 맑은 목소리다.

현숙은 "몇일전에 준 것도 잘 먹고 있구...담에 꼭 줘야 해.  히히 고마워 언냐!"

우경이 웃으면서 창을 닫는다.    

매미만 요란하게 지치지도 않고 울뿐,  오후 다섯시의 봉다리 맨션은 다시 고요하다.

그녀들의 웃음소리는 봉다리 맨션에서 하루도 끊임이 없다.

한 이십년은 된 봉다리 맨션의 큰나무에도 바람 한오락 불지 않는 더운 여름이다.

광순은 이사와서 처음 맞는 더위라고 했다.

그녀가 봉다리 맨션에 산지도 십오년 되었단다.

십오년 만에 만나는 무더운 여름이 그녀들의 봉다리 맨션에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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