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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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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2)


BY 인삼 2006-09-08

[핸드폰에 관련된 고전2]는 무엇인가?

'핸드폰을 든 남편 또는 아내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산해지면 십 중 팔구는 딴 생각을 품는 것'이라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공적인 사무 또는 사적인 볼일(친구와의 전화, 친척들과의 전화 등등)을 볼때는 집전화를 사용하든지 아님 핸드폰을 사용하더라도 정말 '용건만 간단히'한다. 쓸데없이  핸드폰 자판을 눌러대면서 업무를 보지 얺는 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지난 달 남편의 핸드폰 요금 청구서를 본 윤서는 눈이 놀라고 말았다. 숫자'0'이 하나 더 붙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확인했지만 그건 분명 앞에 '2'가 붙은 십만 단위의 액수가 분명했다. 그 중에서도 문자 사용량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었다. 남편은 윤서에게 문자를 보낼때는 받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간단히 보낸다.

'언제?', 'ㅇ ㅇ', '왜?' 따위의 간단 명료하기 그지 없는 문자들을 날린다. 그런 문자를 날렸다고 이런 액수가 나올리는 없다. 얼마 전의 사건도 있었고해서 윤서는 추리를 시작했다.

'음... 이제 아이들이나 한다고 생각했던 그 유치하기 그지 없는 문자놀음을 하면서 연락을 취하는군. 하긴 자판찍기 실력이 놀랄정도로 발전한 것도 이 덕분이겠지?'

 

한 번은 운전을 하던 남편이 핸드폰 자판을 찍어대던 것을 보고 윤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왼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찍어대고. 어느 모로 보나 일을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저런 식으로 스릴을 즐기며 일을 하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

 

언제든지 걸려만 보라며 벼르고 있을 때였다. 확실한 문증도, 정황도 없이 남편이 바람을 핀다고 덤벼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핸드폰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이건 명백히 바람피는 거다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개망신 당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윤서는 특기인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하여 남편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 못채게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남편이 방심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남편은 윤서가 옆에 있던 말던 통화면 통화, 문자면 문자를 자유자재로 즐겼다. 그래도 윤서는 불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계획한 바가 있었기에. 그래서 남편은 안심하고 핸드폰을 방치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윤서를 믿었다나? 남편들이여, 제발 이런 핑계를 대며 마누라를 옭아매지 말지어다. 그럼, 한 눈 파는 줄을 말면서도 모르는 척, 믿는 척 할까요?

 

'나한테는 자기 밖에 없어. 온통 당신 생각 뿐...'

'당신한테 신경쓰는 것이 당신 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만둘게. 하지만 섭섭해'

'당신을 사랑하지 말아야겠다. 내 마음만 아파'

'다시는 전화하지마. 안 받을거야. 너무나 이기적인 당신...'

 

어쭈, 이거 내 직감이 100프로 맞잖아. 퍼팩트구만...

 

'너는 내가 다라고 하지만 그건 말뿐이야. 당신은 언제든 다른 남자에게로 갈 여자...'

'다시는 내가 먼저 전화하고 문자 안보낸다.'

'니가 어떻게 내 자존심을 이렇게 밟을 수 있냐?"

 

 

새벽 두 시 . 희미한 불을 밝히고 남편의 핸드폰을 열람하던 윤서의 손과 몸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고전이 틀린 게 있어? 딱딱 맞잖아.

윤서가 알기로 상대방 여자는 애까지 있는 유부녀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같은 모임의 회원으로서 좀 친하게 지내며 안부를 묻는 정도의 내용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건 초절정 연애놀음이다. 윤서하고도 해보지 않은 초유치 놀음. 남편은 이런 걸 원했던 것일까? 윤서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몸도 혼란스러워진다.

 

'이건 아니야. 내 옆에서 이런 내용의 문자내용을 주고 받았던 거야? 이건 인간이 인간에게 보이는 예의가 아니지. 이렇게 생활을 하면 안되지. 아침에 얼굴을 어떻게 보지? 왜 남의 핸드폰을 봤냐고 따지면 어떻게 하지? 아냐, 그럼 내가 몰랐어야 돼? 자기는 이렇게 바람을 피는데 그걸 내가 알게 됐다고 화를 낼 순 없지. 아침까지 그다려야 되는 거야? 아님 지금 깨워서 해결할까? 어떻게 하지?

 

자신이 렇게 갈등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어 맥주를 마셨다. 술기운에 더 크게 운것 같았다. 어느 덧 흐린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윤서의 앞에 동일, 윤서의 남편이 서 있었다. 하얀 얼굴로...

그리고 역시나 왜 남의 핸드폰을 열어보냐고 물었다. 윤서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대답했다.

"그럼, 언제까지 날 옆에 앉혀놓고 연애할려고? 당신이 그런 거 아니라고 해서 믿었고 그런 나를 두고 당신은 이런 장난을 치니? 내가 이놈의 폰을 안열어보고 기다렸으면 당신 나한테 얘기했을까? 이런 일이 있었어, 미안해라고!!!! 왜 남의 핸드폰을 열어보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이 인간아! 니가 증거를 흘리고 다니니까 내가 확인한거다 왜!!! 왜 완전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고 초보티를 내냐고... 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건데..."

 

윤서는 흑흑거리며 씩씩거리며 서있고 동일은 더 하얘진 얼굴로 방으로 들어갔다.

윤서는 남편을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억울해서도 질투가 나서도 아니다. 자기를 속인 것이 너무나 분했던 것이다. 하긴 아주 정직한 마음으로 바람을 필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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