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는 [핸드폰에 관련된 고전]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고전이란 그것이 쓰여졌을 때도 그랬지만 몇 세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양서이다.
언젠가 본 신문에서 봤던 기사에다 윤서가 붙여 본 제목이 바로 [핸드폰에 관련된 고전]이다. 물론 거창한 내용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핸드폰에 관계된 고전도 다른 고전 못지 않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불멸하리라.
그 내용인즉
첫째 '남편이 또는 아내가 핸드폰을 들고 자주 집을 슬쩍슬쩍 나가면 본능의 레이더망을 가동하라'이다.
언젠가부터인지 윤서의 남편인 동일은 핸드폰지참증후군 환자가 되었다.
잠시 운동을 갈 때는 물론, 큰 볼일 작은 볼일을 보러 갈 때도, TV를 볼 때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윤서의 눈에 포착되었다.
핸드폰과 컴퓨터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된 이래로 '불건전한 만남'이 많이 늘었다더라, 그러니 모두모두 조심 또 조심해서 주위를 살피라는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윤서는 그런 남편에 대해 어떤 의심도 하지 않았다.
골프 모임 회원인 여자에게서 자주 연락이 오고 동일도 자주 연락을 하고 할 때는 궁금 반 확인 반 차원에서 묻기도 했다.
" 성이 다른데 왜 이렇게 자주 연락을 하는 거야? 당신 말고는 회원이 없대?"
" 내가 남자 총무고 그 쪽은 여자 총무라 서로 의논할 것도 많고 확인 할 것도 많고 그래서 그런거지."
그래, 내 남편이라고 나만 바라보고 살 거 뭐있어? 가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서 놀고 그래야 생활의 활력이란게 생기지. 그리고 이 남자는 약간 결벽증이 있어서 딴 생각은 안 할거야.
그런데 통화가 잦아지면서 이상한 현상이 목격되었다. 마누라인 내가 옆에 있는데 이 남자가 그 여자와 전화로 싸움을 하는 횟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 당신 이상해. 그냥 알고 지내는 회원이고 더군다나 같은 총무라면서 이렇게 함부로 말하고 싸워도 돼?"
" 너무 친하니까 그렇지. 거기 회원들은 서로 여보 당신 자기 하면서 지내. 당신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런게 있어."
"그래도 그렇지, 당신의 그런 행동이 마누라인 나한텐 실례가 되는 행동이란 걸 좀 알았으면 좋겠어. 부부도 서로 지켜야 할 예의라는게 있는 것이 생활의 법칙이야."
윤서는 결혼 생활 14년 만에 생활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이 법칙이 윤서의 '생활법칙론'의 시작이 될 줄이야...
그 이후로도 윤서는 눈으로 귀로 생활의 법칙을 깨는 장면으로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법칙이라는 것이 깨지는 순간이 전쟁의 시작이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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