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아? 괜찮아?"
욕실 밖에서 세현이 걱정스레 묻는다.
대략난감하다는 표헌을 이럴때 써야 되나
지원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당장 저 욕실밖을 나가 어떻게 그의 부모님을 뵈야 할지.
" 지원아? 괜찮아?"
지원은 세면기에 물을 틀어 입안을 행군뒤 욕실문을 열었다.
하얗게 질린 지원이 나왔다.
올때 부터 긴장상태라는건 알았지만, 이렇듯 긴장 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좀 더 있다 데려올걸 하는 후회스런 마음이 들었다.
" 괜찮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아이구 이게 무슨일이라니? 이것좀 마셔봐. 따뜻한 유자차다."
지원을 거실로 데려가선 앉힌다.
지원은 따뜻한 차를 한모금 삼켰다.
조금 속이 진정되는 듯 하다.
"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인채 죄스러워 한다.
" 니가 죄송할게 뭐가 있니?"
" ..........."
" 그나저나, 김장김치 굴 넣고 맛있게 해서 너 먹이려고 했는데.........."
" 우욱......"
지원이 한손으로 입을 막은채 또다시 욕실로 뛴다.
" 저런, 저런 아무리 긴장했다고 해도.......... 혹시?"
" 혹시 뭐요?"
세현의 아버지도 걱정스레 지원이 뛰어가는 걸 보다가 그녀를 쳐다본다.
" 세현이 너 이녀석 혹시?"
" ............"
" 에구 이녀석아 니가 약혼식 서두를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녀는 옆에 앉은 세현의 등짝을 후려쳤다.
" 허참, 사람 궁금하게 만들고 말을 안해주네 혹시 뭐요?"
" 호호호, 요샛사람들은 혼수를 뱃속에다 넣고 온다더니 니가 그짝이냐?"
" 뭐라고? 그렇다면."
" 호호호, 이제 곧 할아버지 소리 듣겠구려?"
" 정말이냐?그게 정말이냐 세현아?"
"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당혹스러웠다.
지원이 지원이가..........
" 이녀석아! 일저지를땐 그런것도 생각 안했냐? 지원인 아직 어려서 모른다지만, 니 녀석은
나이를 어떻게 먹은게야?"
" ................."
" 에고, 그나저나 사돈댁엔 무슨 낯으로 뵙느냔 말이냐?"
지원이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나왔다.
"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 쯧쯧쯧쯧...... 어린 니가 무슨 죄라니. 아들녀석 교육 잘못 시킨 내가 잘못이지."
"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지원아 이리와서 앉으렴."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치며 지원을 불렀다.
지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안쓰럽게 쳐다본다.
" 휴 ~~~~ 이제 겨우 스물둘 아니 해가 바뀌었으니 스물셋이구나. 그런 니가,
공부만 한 니가 뭘 알았겠니? 혹시 요즘 들어 무슨 꿈 꾼적은 없니?"
" 꿈이요? 음 ~~~~ 아! 약혼식 끝나고 집에가서 돼지꿈을 꾼적은 있어요,
어찌나 생생하던지, 일어나면 복권 사려고 했는데 깜빡 했네요."
" 복권? 복권은 왜?"
" 돼지꿈 꾸면 복권 사는 거라면서요."
" 뭐라고? 호호호호."
" 하하하하."
" 얘가 얘가 이렇게 뭘 몰라요. 지원아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들어."
" 네 어머님."
" 우선은 지원이 너무 이쁘다. 지금 너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당혹스러워 하지 말아.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란다."
" 그럼 어머님도 저처럼 시댁에 처음 인사가서 이러셨어요?"
" 뭐? 얘가얘가....... 그말인즉슨 지금 니 시아버지가 결혼전에 ............"
" 어머니!!!!!"
" 어머나 깜짝이야, 애떨어질 뻔했네. 호호호호.
지원아 지금 니 몸속에는 말이야, 아주 어린 생명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애."
" 네엣?"
" 정확한건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 이미 두 아이를 키운 선배엄마로서 느끼는건데 나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 어머님.............."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그렇다면 혹시 그때.
지원이 당혹스러하며 세현을 쳐다보자 세현도 같은 생각인듯 고개를 끄덕였다.
" 당황하지 말고, 우리는 지원이 너와 그 아이도 함께 환영한단다. 요즘엔 혼수의 일부라며?
그리고 올해가 60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띤가 그렇단다 얘. 올해 아이 낳으려고 애쓴다는
구나, 호호호 니들은 어쩜 이렇게 때도 잘 맞추니? 거기다 돼지꿈까지."
" ..............."
" 그나저나, 어서 날 잡아야 겠구나, 원래는 추위가 지나고 봄에나 식 올리려 했었는데,
어서 서둘러야 겠어. 사돈댁엔 우리가 잘 말해보마. 안사돈께서 이렇게 예쁜 널 빨리 보내서
섭섭해 하시겠다."
지원은 엄마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눈물이 핑 돌았다.
지원의 눈물을 닦아 주시며 지원의 머리를 쓸어주신다.
" 예쁘게 키워주셨는데..... 나야 빨리 데려와서 좋지만......... 너도 많이 서운하지?"
말을 잊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 서로 집도 가까우니까 자주 인사드리러 가고, 세현이 너도 처갓댁에 자주 들리도록 해라."
" 네."
" 우리가 말할테지만, 지원이 네가 부모님께 전해드리렴. 예단이니 뭐니 다 필요없다구.
이렇게 곱게 키워서 보내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말이야. 그나저나 니들은 어디서 신접살림
차릴거라니?"
" 지원인 따로 나가서 살지 않겠다는 데요."
"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부모랑 살려고 하지 않던데. 괜히 한번 말해보는 거라면
우리는 괜찮다."
" 아녜요 어머니 저는 나가서 살고 싶지 않아요."
" 그러다 내가 시집살이라도 시키면 어쩔라고 그러누?"
" 어머님이요? 오히려 제가 아무것도 할줄 몰라서 어머님이 쫒아 내고 싶어 하실걸요?"
" 뭐라고? 여보 얘 말하는 것좀 보세요.호호호호."
" 정말이예요 어머니. 저 암것도 할 줄 모르는데........"
" 암것도 할줄 모른다는 얘가 어떻게 떡하니 혼수는 챙겼누?"
" 어머님......."
" 아이 참 어머니두......."
" 호호호호."
"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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