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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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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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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2)


BY 주연 2006-10-24

 또각 또각 높은 하이힐 소리를 내며 은채는 세현과 지원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하, 이게 누구야? 세찬이 담임선생 아니셔?"

가까이에서 지원임을 알아본 은채는 콧방귀를 꼈다.

" 안녕하세요?"

지원은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낸 은채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 어떻게 여기 오셨습니까?"

" 왜 못올데라도 왔나요?"

" 오늘은 저희회사 사원과 가족들의 모임입니다. 외부인은 들어 올 수 없었을텐데요?"

" 하, 외부인? 지금 저더러 외부인이라고 하셨나요? 그럼 이쪽은 어떻게 들어왔죠?"

" 지원인 제가 초청했습니다."

" 뭐라구요? 이..... 이 계집애가......"

"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요. 당신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 하..........."

은채의 기가막혀 하는 표정과는 달리 은채를 아는 여직원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세현의 비서인 혜경은 더욱 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생각한바 대로 세현이 은채를 특별히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여겨졌지만, 설마하니 세찬이 담임이라는 아직은 어린듯한 여자라니 말이다.

처음에 지원을 못 알아본 혜경은 지원이 참 순수하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온몸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발산되어, 자신이 남자라도 정말 귀하게 여길 만한

그런 인물이었다.

그동안 세현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지원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원과 같이 있으면 자기 자신도 순수하게 되어 가는 듯한.

암튼 오늘은 뜻하지 않게 재미나는 광경을 보게 될 듯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자신뿐만이 아닌 듯 하다.

삼삼 오오 모여서 쑥덕쑥덕 대는 걸 보니 말이다.

자신의 생각만 하자면, 은채의 콧대를 확 꺾어줬으면 속이 다 시원할듯 싶다.

어쩜 부녀가 그리도 똑같은지 원..........

그래서 부전자전 이라고 했던가.

둘 다 똑같이 욕심만 잔뜩 붙은 아주 이기적인 인간들이었다.

정말이지 일말고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말종들이다.

귀신은 뭐하는 지 몰라.

저런 인간들 안잡아 가고 말이야.

그동안 쌓인게 많았던지, 은채와 세현을 보는 혜경의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이 찾아들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땐, 참으로 세련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번째 보았을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왜 간섭을 하는지,

그리고 지금 세번째 보았을땐 참으로 안된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으로나, 그녀자신을 볼때 그녀가 그렇게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멋진 여자일텐데 그녀 스스로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과하면 모자란만 못한다더니.

그녀는 너무 많은 걸 가졌었나보다.

자신이 탐내 하는건 무조건 가져야 하고 막상 갖고나면 쉽게 싫증을 내는..........

지원은 자신의 주변에 저런사람이 없다는게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엔 당황하던 지원이 은채를 보며 웃는다.

' 뭐야, 지금 날 비웃는거야?'

쫘~ 악!

어느새 은채의 손이 지원의 얼굴로 날아갔다.

생각지도 못한 일격이었다.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는 지원을 보곤, 은채의 손이 다시 날아들었지만,

어느새 지원의 손에 잡혀있었다.

" 한대는 멋모르고 맞았지만, 두번은 없어. 보아하니 나보다 한참이나 나이도 있어보이는데,

  나이먹었으면 나이값이나 해. 어디 코흘리개 계집애처럼 행동하는데?"

마냥 여리게만 보여지던 지원이었다.

하지만 은채의 안하무인적인 행동에 지원은 자신에게 언제 이런 단호함이 있었는가 싶게

따끔하게 은채를 나무랐다.

" 뭣들 하는거야? 어서 이 여잘 끌어내."

세현은 지원의  얼굴이 빨갛게 자국이 난 모습을 보면서 은채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 허은채,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니가 가진 것들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복을

 자신이 걷어차다니, 참으로 안됐군."

" 무, 무슨 말이야?"

" 당신 아버지 한테 가서 물어봐. 지원이에게 손댄건 나한테 손댄거나 다름없어.

 당신 아버지한테 가서 똑똑히 전해. 마지막 준비나 잘 하시라구."

" 마지막? 마지막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 뭣들해, 당장 끌어내!"

경비원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은채는 발악을 했다.

" 놔, 놔. 내가 누군줄 알아? 니들 , 니들 가만 안둘거야."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세현은 지원을 데리고 자신의 차로 갔다.

차에 시동을 건뒤, 뒷자석에 놓아둔 코트를 지원에게 걸쳐주었다.

틀어놓은 히터로 인해 차안은 점점 따뜻해졌다.

세현은 지원을 자신의 품으로 꼭 끌어안았다.

" 미안하다, 미안해 지원해. 이런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

아까가지만 해도 당당했던 지원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에, 자신의 부모에게조차 맞아 본일이 없는 지원으로선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참고 있었던 눈물이 세현의 한마디에 흘러 내린다.

지원의 몰골에 세현도 눈물이 나려 한다.

세현은 지원의 눈물을 닦아주며, 더욱 지원을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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