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현과 함께하는 출근길이었다.
혹시라도 반아이들이 본다며 극구 세현과 같이가길 거부했던 지원이었다.
세현이 강제적으로 지원일 자신의 조수석에 태우고 차를 출발시켰다.
출근길이 이렇게 설레긴 또 처음이다.
뭐가 좋은지 내내 실실웃는 세현이었다.
" 왜 그렇게 계속 웃어요?"
" 후훗, 좋아서."
" 뭐가 그렇게 좋은데요?"
" 다, 전부다. 지원이가 이렇게 내곁에 있는것도, 어머님이 맛있게 차려주신 아침상도,
또 새로이 생긴 친구 지운이도."
" 어? 오빠랑 어느새 친구사이가 됬어요?"
" 풋, 어제 지운이랑 얘기할땐 대체 어디 다녀온거야?"
세현이 다 알면서도 지원일 놀렸다.
지원이 짐짓 삐졌다는 표시로 '칫' 그러더니 고개를 창문으로 돌렸다.
" 지원아."
" 말해요."
세현이 쪽은 보지도 않고, 지원이 대답한다.
" 나,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
" 그렇다고 했잖아요."
여전히 돌아보지도 않은채
" 그리고, 나 행복하다."
" 언젠, 불행했었나요?"
" 그리고.........."
" 그리고 뭐요?"
" 그리고........."
" 참나, 그리고 뭐요?"
말을 잇지 않는 세현을 그제서야 돌아본다.
" 그리고, 널 사랑하게 된것 같아."
지원은 깜짝 놀랬다.
이런말을 듣게 될줄이야.
사실은 세현도 놀랬다.
자신이 이런말을 내뱉을 줄이야.
깜짝놀라하는 지원의 손을 세현은 꽉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었다.
세현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다.
" 널보면 행복하고, 웃음이 나오고, 그러고 이렇게 심장이 뛰어."
지금까지의 웃는 모습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세현이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말을, 뜻하지 않은곳에서 듣게 된 지원은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 알아, 너무 뜻밖이지? 사실 나도 이런말을 하게 될줄은 몰랐어. 지금 지원이 나이도 있고
하니까 ........우리 천천히 가자, 대신 나를 밀어내지만 말아줘.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께."
"..........."
지원의 확실한 마음은 모르지만,
자신을 대하는 걸로 봐선 크게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지원이었다.
언젠가는 자신처럼 자신을 바라볼 거 라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지원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참 피어나는 지원을 꺾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수업을 마쳤는지 모르겠다.
뜻하지 않은 세현의 고백에 지원은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아직, 제대로 된 연예도 한번 못해봤는데, 프로포즈부터 받다니,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천천히 하자는건 무슨뜻이고, 세현이 다 알아서 한다는것 또한 무슨의미인지.
가뜩이나 중간고사 시험문제로 머리가 아픈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지원으로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놓고 세현은 그렇게 사라졌다.
시큰둥하게 밥을 먹고 방으로 올라가는 지원의 모습이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지운은 연하게 커피를 타서 지원의 방으로 들어갔다.
" 뭐해?"
" 음, 시험문제 고르는 중."
책상앞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중인 지원이었다.
" 학교에서 안좋은일 있었니?"
"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그냥, 별로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
" 휴~~~~~"
" 왜?"
" 오빠?"
" 왜?"
" 휴~~~~~ 아니다"
" 이녀석.... 할말있으면 속시원히 다 털어놔, 속에 간직하고 있어봤자 문제 해결안돼.
이 오빠가 도와줄께."
" 사실은..... 사실은 말야, 오늘 출근하는길에 세현씨가 나한테 프로포즈 했거든."
" 풋."
마침 지운이 마시려고 한모금 들이킨 커피가 지원을 향해 날아갔다.
" 아이, 이게 뭐야."
지원이 얼른 티슈통에서 티슈를 뽑아 자신에게 날아온 커피를 닦아냈다.
" 아, 미안미안"
지운도 티슈를 뽑아 자신의 입과 지원의 옷을 닦아냈다.
" ........."
" 의외네."
" 뭐가?"
" 세현이가 이렇게 빨리 프로포즈 할거라는거 말이야."
" 뭐야 그럼 오빤 어느정도 눈치 챈거야?"
눈치 하면 한 눈치 하는 지운이었다.
아마도 이것 또한 직업병이겠지만 말이다.
" 세현이가 너한테 굉장히 관심이 많다는건 충분히 알겠더라, 아마 아버지 어머니도
그정도는 눈치채셨을걸? "
" 뭐라고? 어제 단 하루 봤는데?"
" 임마, 그정도로 세현이가 너에대한 감정이 강하다는 거였지."
" 휴 ~~~~~~"
" 그런데, 정확히 뭐가 문젠데?"
" 모르겠어, 사실 내마음도 모르겠고, 또 세현씨가 한말도 이해 못하겠고...."
" 그자식이 뭐라 그러던?"
" 천천히 가자고, 자신이 다 알아서 한다고."
" 넌 세현일 어떻게 생각해?"
" 나? 잘모르겠어. 여태 누군가를 좋아해본적도 없는데 뭐. 어떤게 좋아하는 마음인지,
사랑하는 마음인지도 모르는데 뭐."
그럴것이다. 이제 겨우 스물 하고도 한살.
아직 연애도 못해본 아이가 좋아하는 감정이 어떤건지, 사랑하는 감정이 어떤건지나
알랴 싶었다.
" 그럼, 세현이가 싫어?"
" 그렇지는 않아. 세현씰 보면 좋고, 안보이면 궁금하고, 그리고..... 그리고 가끔 세현씰 보면
여기가 두근거리기도 해."
지원이 자신의 심장을 누르면서 말한다.
자식, 사랑이 뭔지도 모른다면서 남들 다 하는 사랑앓이는 다 하네.
" 그럼, 세현일 믿고 세현이 말대로 천천히 니마음 가는데로 지내봐.
세현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니가 세현이 보고싶으면 만나자고도 하고, 같이 밥도먹고,
드라이브도 가고, 놀러도 다니고하면서 말이야."
" 천천히 가자는게 그런뜻이야?"
"응, 대신에 지원아."
" 뭔데?"
" 사랑이라는게 거창한건 아니거든, 사랑은 두사람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키워나가는 거야. 그러니 세현일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세현이가 다 알아서 할거야."
" 알았어, 고마워 오빠. 오빠말 들으니까 답답한게 풀리는것 같애. 헤헤."
어느새 우리 지원이가 다 커서 사랑을 한단다.
마냥 어린애일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 상대가 세현이라서 다행이다.
어떤 되먹지 않은 놈팽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자신이 봐도 멋진 남자라 정말 다행이다.
세현이라면 자신또한 믿고 지원일 보낼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쪽 마음이 왜이렇게 뻥 뚫린것 처럼 허전한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