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현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둘은 손을 꼭 잡고 사실 둘이 꼭 잡았다기 보다는 세현이
지원의 손을 잡고 안놔준 까닭이지만, 지원의 집으로 가고있을때였다.
" 서지원?"
지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자신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세현의 손을
뿌리쳤지만, 세현은 더욱 힘을 주어 지원의 손을 놓지않았다.
" 어, 오빠...."
지운과 마주친 세현은 그를 알아보곤 지원에게 지었던 따뜻한 표정을 지우고 예의 자신의
트레이다마크인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지운과 세현과의 사이에 오가는 적대감을 알아챈 지원은 참 난감했다.
" 누구신지 물어봐도 되?"
지원이 남자랑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자 지운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무언가 소중한걸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도둑맞는 기분이랄까 아뭏든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어, 저기 ......"
지원은 세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도 아직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데, 그를 어떻게 소개하랴 싶었다.
세현도 지원이 오빠라 부르는 그남자가 궁금했다.
" 누구신데?"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듯이 서로 죽일듯 노려보고 있다.
" 아이고 참나....."
지원은 너무나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보다못한 지운이 나섰다.
" 나, 지원이 오빠되는 사람인데 그쪽은 누구쇼?"
지원이 오빠라는 말에 세현은 깜짝 놀랬다.
" 지원이 친오빠 되십니까?"
" 그렇소만. 그러는 당신은 지원과는 어떤관계입니까?"
" 진짜 지원이 친오빠 되십니까?"
" 아니, 이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 큭큭큭....푸하하하핫......."
세현의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지원과 지운은 그런 그를 매우 이상한듯 쳐다보았으나, 세현은 마치 십년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지원을 생각할때 마다 눈에 거슬리는 남자의 정체를 알았다.
지원의 친 오빠란다.
지원과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에게서 지원을 뺏어오기로 작정을 했는데
지원의 친 오빠란다.
세현은 그제서야 꽉잡고 있던 지원의 손을 풀고 명함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지운에게
건넸다.
" 강세현 이라고 합니다. 지원일 많이 좋아합니다.
이럴게 아니라 제가 한잔 사고 싶은데."
지운도 지원과 함께 있는 이 남자가 무척 궁금했다.
자신의 여동생을 과연 믿고 맡길수 있는 남자일지.
" 좋소, 갑시다."
좀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지원에게 이끌려 두 남자가 들어온것은
지원의 동네 포장마차였다
" 오빠 나 여기 무척 오고싶었거든."
지원은 포장마차안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안주들을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 저기, 저 먹고싶은거 시켜도 되요?"
지원은 술을 사기로 한 세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천진하던지 세현은 확 물어주고 싶었다.
" 얼마든지."
지운은 지원과 세현을 자세히 관찰하는 중이다.
내밀어진 명함에 적혀있는 강세현은 일단은 번번한 직장은 있으니 처자식 먹여살릴 능력은
되겠군.
그나저나 나이도 자신보다 많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그 직함이면 굉장히 능력이 있거나
대단한 빽이 있다는 증거로군.
지운은 자신의 직업병과도 같은 무언가 대면하면 분석부터 하는 버릇이 자신도 몰래 나왔다.
소주 두병과 지원이 고른, 곰장어구이와, 오징어 데친거, 서비스 오뎅국물과 야채가 나왔다.
세현이 먼저 지운의 잔에 술을 따르더니, 약간 주저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지원의 잔에
술을 따랐다.
지원은 너무나 신기한듯 두리번 거리며, 포장마차가 들썩이며 한두명씩 들어올때 마다
그들을 쳐다보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이십대의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웃고 떠들며 한잔씩들
하자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그런 지원을 지운과 세현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자 한잔하지. 우리 지원이와는 어떻게 알게 됬나?"
서로의 나이도 모르면서 자신의 동생과 사귀는 사람으로 여겨 자신들도 모르게 하대가
되버렷다.
" 훗, 사실은 늦동이 동생이 있습니다. 동생때문에 담임선생님 뵈러갔다가 알게 됬죠?"
" 가만, 강세현.. 강세찬이라. 혹시 세찬이 형?"
" 우리 세찬이를 아세요?"
" 훗,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군. 지원이 발령받고 얼마 안지나 세찬이 때문에 경찰서
신세를 진적이 있지."
" 경찰서요? 세찬이한테서 못들었는데."
그때의 일을 자세히 세현이에게 전하자 세현인 그때까지도 시선을 떼지 않고 대학생들을
보고 있는 지원일 향해 따뜻한 눈길을 주었다.
그런 세현일 보는 지운은 세현의 강인하지만 지원에게 짓는 따뜻한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지운은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 그나저나, 많지 않은 나이에 벌써 그런 직책에 올랐다면, 굉장한 능력이군.
대체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
" 아, 예 대단한 능력은 아니고, 집안입니다. 아직 27 이구요."
" 어? 나도 27인데 여태 말 낮춰서 미안한데....."
" 아. 그렇습니까?"
세현은 여태 지운이 자신에게 말을 낮추었어도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훗, 자넨 여자들한테 모두 그렇게 유한가?"
" 저요? 아닙니다. 절대 아니죠. 회사에선 뒤에서 저를 얼음덩어리라고 합니다."
" 풋, 전혀 안믿겨 지네만...... 그건 그렇고, 우리 나이도 같은데 말틀까?"
" 그래도......"
" 뭐 어때? 아직 지원이랑 어떻게 된것도 아닌데."
세현은 지운이 여태 자신에게 말을 낮춘것보다도 지원과의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아냐고 말한것이 더 섭섭했다.
지운과 술 한병씩을 각각 마시고 두병을 더 시켰다.
지원은 홀짝 홀짝 마시며, 대학생들의 대화에 귀기울였다.
" 그렇게 마시면 더 취하는데..."
세현이 걱정스레 지원을 바라보자 지운도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 자넨 지원일 어떻게 생각해?"
" 나? 무슨 의미야?"
" 우리 지원이....... 참 특별하지. 자네도 물론 알고 있겠지?
남들은 그 특별한 재능을 갖고 싶어하지. 하지만 그 재능이 있다고 행복한건 아냐."
".............."
" 아 오해없이 듣게. 그렇다고 우리 지원이가 불행했던건 아냐.
우리 지원인 자신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살렸고, 거기에 맞게 잘 생활해 나갔지.
지원인 책읽는것도 공부하는것도 자기 스스로 즐긴애야. 우리 가족 누구도 강요한적은
없었어. 아니 오히려 우리부모님들은 지원이가 그냥 평범하게 그렇게 지내시길 바라셨지.
하지만, 지원이 원한 일이었어. 항상 궁금한게 많았던 녀석이었던지라, 다른 아이들과 같이 지내기엔 자신의 호기심을 억누를수가 없었던거지.
그런데 이제서야 자신이 그동안 놓친걸 지원이 알아가는 것 같애.
속이 깊은 아이라 내색은 않지만, 그걸 놓칠 우리들도 아니지 않는가.우리도 내색은 안해.
지원이 그런 자신을 걱정하는 우리들을 걱정하는지라......"
세현도 알고 있다.
문득 문득 지원에겐 두 모습이 공존하니깐.
" 사실, 난 이런모습 상상도 못해봤어."
" 무슨?"
" 훗 난 아직도 지원일 어린아이로 생각했나봐. 자네랑 둘이 손잡고 내앞을 지나가는데,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드는거야."
" 어떤?"
" 큭큭큭 자네가 날도둑같았지 뭐."
" 뭐라고?푸하하핫"
"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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