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갑작스레 세현이 자신을 끌어안은것도 이상하고, 자신의 심장이 요동을 치는일도 그러했다.
지원은 정신을 차리고 세현을 밀어냈다.
그리곤, 그 자신도 당황하여 가만히 있는 세현을 뒤로하고 절뚝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왜 그랬을까?
세현은 느닷없는 자신의 행동에 본인 스스로도 놀랬다.
절뚝 거리며 가고 있는 지원을 보며 세현은 지원이 넘어진 그날 이렇게 상처입은 지원을
가슴에 품고 다독거리고 싶었다.
지원과 같이 온 그남자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지원을 안아 일으켜주고 보듬어줬겠지.
그날을 생각하자 세현의 심장에 통증이 일었다.
그남자는 누구였을까!
지원에게 어떤 존재일까!
집으로 들어온 지원은 창문밖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세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
지원은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심하게 요동을 친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왜이러지?
내가 왜 이러는걸까?
이십평생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지원은 창문밖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세현이 안오는 날은 기다리면서...
또 세현의 모습이 보이면 안도감으로......
새 해가 밝고,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지원은 세현의 일은 묻어두고, 새학년 준비에 분주하게 지냈다.
올해엔 이례적으로 반배정을 새로 안하고 그대로 학년이 올라가고, 담임도 그대로 맡았다.
말인즉,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실력이 전년도보다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벌고자 하는 고육지책인것이다.
지원에게는 다행스런일이다.
자신또한 새로운 아이들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2학년을 맡은 지원은 작년보단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중간고사 문제를 간추리느라 지원은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학교에 있을땐 집중하느라 배고픈줄도 몰랐는데, 집으로 가는길엔 지원의 뱃속에서
요동을 친다.
" 그래, 미안하다. 오늘은 이 언니가 많이 바빴잖니, 니가 좀 이해해줘.
그럼 이 언니가 집에가서 화끈하게 대접해줄께."
지원은 고픈배를 손으로 살살문지르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큭!"
지원은 자신이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누군가 들은것 같아서 휙 돌아보았다.
언제 따라왔는지 세현이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것이 아닌가.
" 아이고 깜짝이야.......... 뭐예욧, 사람을 이렇게 놀래켜도 되는 거예요?"
" 아, 미안. 혼자 너무 심취해 있는것 같아서 말을 걸수가 있어야지."
지원은 무안해져 세현을 한껏 쏘아보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 내가 미안해서 말인데........내가 화끈하게 대접해주면 안될까?"
" 뭐라고요?"
" 내가 화끈하게 대접해준다고."
" 어머나 이아저씨가 뭘 화끈하게 해줘요?"
" 큭큭큭..... 지금 뭘 상상하고 있는거요? 당신의 뱃속을 화끈하게 대접해 드린다고,
이 아가씨야...."
"아....."
그제서야 지원은 자신이 혼자 내뱉은 말을 기억했다.
창피함에 얼굴이 벌게진 지원의 손을 잡고 세현은 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가만 우리가 언제 이렇게 손을 잡고 걷는 사이가 된거지?
지원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동안 세현은 깔끔하게 인테리어가된 한식집으로
지원을 데리고 갔다.
정갈하게 만들어진 가정식 백반을 보며 지원은 차려진 음식과 세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왜? 맛이 없나?"
그러면서 세현은 수저를 들어 국을 한숟가락 떠서 먹었다.
" 괜찮은데...."
맛은 굉장히 좋았다.
지원이 지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현이 드나들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음식점보다
굉장히 소박한 곳으로 왔기 때문이다.
지원의 생각이 읽혀졌던 것일까.
" 훗, 나 이런데 좋아해. 나에 대해서 참 많이 모르느구나?"
내가 당신을 알일이 뭐가 있었겠습니까요.
" 그러고 보니까, 나도 당신을 참 많이 모르네."
" 그러게요....."
" 좋아 그럼 우리 처음부터 시작해볼까?
저는 강세현이라고 하고,저희집은 부모님과 밑으로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물론 당신도
잘아는. 나이는 27. 직업은 셀러리맨.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고,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
스포츠는 대부분 즐겨하고, 음 또 뭐가 있지?"
" 아, 됬네요."
" 어? 그럼 당신도 소개해야 되는거 아닌가?"
" 당신~~~ 우리가 언제 당신 하는 사이가 된거죠?"
" 어? 몰랐어? 지금부터."
예의 차갑던 세현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자신에게 씽긋 웃어버린다.
" 지원이도 말해봐"
" 지원이? 봐요, 전 세찬이 담임..."
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현은 굳은 표정으로 지원의 말을 끊었다.
" 나 지금 세찬이 담임으로 지원이 만나고 있는거 아냐. 지원이도 모르고 있는건 아닐텐데.
나, 지원이한테 많이 관심있어."
"..............."
" 우리 첫만남이 좀 껄끄러웠던건 인정해. 하지만,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보면 안될까?"
세현의 말에 지원의 마음이 다시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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