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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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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 지원에게 완전 꽂히다!(수정)


BY 주연 2006-08-30

 어느정도 뱃속을 만족시켜주자, 그제서야 지원은 사고란걸 할 수 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보았다.

한결같이 멋스런 옷들을 차려입고,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자신과 같은 옷차림의 손님은 단한명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정장차림만 해야 들어올 수 있는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들 빼입는지 알 수 는 없지만,

뭐 어떠랴 싶었다.

다신 저사람과 이곳에 올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오늘 저녁은 덕분에 잘 먹었다.

지원이 두리번 거리는 시선속에 마치 티비속에서 방금 튀어나온것 처럼 치장한 여자가

자신을 쏘아보는 걸 느꼈다.

아마도 이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라 그랬을 것이라 여겨 지원은 눈빛을 피했다.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접시를 저렇게 전부 비도록 식사를 한 여자를 세현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다른 여자들은 새모이처럼, 저렇게 먹어도 살아질까 싶어질 정도로만 먹고는,

한쪽으로 접시를 밀어넣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분위기란는것, 교양이라는것, 대화라는 것은 싹 무시한채, 그저 맛있는 음식먹기만 열중하고

지금도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인양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의 그녀 모습은 딱 세찬이또래, 아니 세찬이보다 어려보이기까지 했다.

금방 어린아이처럼, 또 금방 어른처럼 변하는 그녀.

그녀안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지원의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알아본 세현이지만, 지금의 그녀 모습엔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참, 대학생활을 할나이.

친구들과 미팅도 하고, 나이트도 가고, 주점에도 드나들며 하하호호 웃고 떠들만한 나이.

과연 그녀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톡,톡,톡.

" ...........?"

세현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어 지원의 질문을 놓치고  대답이 없자,

지원은 방금전까지 떠먹던 아이스크림 스푼의끝으로 살짝 테이블을 두드렸다.

" 세찬이 일로 절 보신 까닭이 뭐냐구요?"

" 훗, 와인한잔 할래요?"

세찬이 담임으로 모셔왔으니,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되지 않나 싶었다.

" 뭐라구요?"

어느새 왔는지, 웨이터가 지원의 앞에 잔을 놓고 자줏빛이 나는 와인을 따라주었다.

세현이 잔을 부딪혀 왔고, 얼떨결에 지원도 잔을 마주댔다.

'챙'

맑은 소리가 났다.

흠........... 맛있다.

처음마셔보는 와인맛에 지원은 단숨에 마셨다.

" 어? 와인은 그렇게 빨리 마시면 안되는데....."

빨리마시던지, 천천히 마시던지 뭔상관이람......

어짜피 이 와인을 마셔야 본론에 들어갈거면서.....

지원의 빈잔에 한잔 더 따랐다.

연거푸 두잔을 마신 지원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세잔을 마신 지원은 자신의 잔을 '탕'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 자, 이젠 됬죠? 그러니 어서 본론을 말씀하시죠?"

세찬이 일로 따라나섰다 애써 자신을 변명하지만, 그래도 낯선이를 따라 이곳까지 온

자신의 무지를 속으로 후회한 지원이었다.

금세 당돌한 어른으로 변한 지원의 모습에 세현은 풋 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 더이상 저에게 하실 말씀이 없나 보네요. 그럼 이만."

세현의 행동을 오해한 지원은 벌떡 일어나 정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정문으로 향하는 지원은 아까 그 여자의 테이블을 지나갔다.

자신을 향한 살짝 비웃는 듯한 표정에 지원은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오늘 일진 영 엉망이군'

급히 마신 술 석잔에 지원의 발걸음이 약간 휘청거렸으나, 지원은 씩씩하게 정문을 나갔다.

고급차들이 휙휙 지나다니는 길가에 택시를 잡기 위해 나섰으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택시들을 이곳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으니 원.....

택시를 잡기 위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지원이었다.

이러다간 밤새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있는판에 언제 왔는지,

세현의 검은색세단이 지원의 앞에 멈춰섰다.

'스르륵'

조수석 문이 열리고, 세현의 얼굴이 보였다.

" 타지, 여긴 택시가 지나다니지 않는 길목이야."

어줍잖은 자존심때문에 밤새 이길을 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탄 지원은 세현이 묻는 말엔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그게 세찬이 일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진짜 해야 할 말은 하나도 못했는데 말이야."

지원은 세현에게서 몸을 틀어 창밖을 쳐다보았다.

처음와보는 낯선 곳.

지원은 자신이 교직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처음이란 단어를 많이 쓰는 구나 생각했다.

지금도 처음으로 가보는 고급레스토랑에 비록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비싼 음식이었지만,

맛있게 먹은 만찬.

" 세찬인 가수 못해."

" ................"

" 이봐, 세찬인 가수생활 못한다구."

" .............."

창밖으로 거리풍경을 바라보는 지원의 표정은 고의적으로 대답을

회피한다기 보다는 한곳에 푹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세현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에, 지원은 세현의 안타깝게 변하는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둘의 침묵속에 어느덧 지원의 집앞에 차가 멈췄다.

차가 멈추자 마자 지원은 차문을 열고 집으로 향했다.

" 다음에 또 ......."

홱 토라져서 가는 지원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여자를 만나면서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세현은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다음엔 어떤 구실로 만날까, 벌써 다음번 만남을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에

세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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