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너무나 소중한 첫경험들을 많이 하였다.
첫담임!
첫애제자들!
첫 경찰서 출입!
첫 놀이동산!
그리고 첫 나이트출입!
그저, 좋아하는 책들을 읽고, 공부하는 동안 놓친 수많은 것들.
비록 늦은감이 있지만 아이들과 하나씩 같이 하면서 지원은 아이들과 많은 첫정이 들었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잊을 수가 있을까.
우연히도 자신의반이된 아이들(순진한 지원은 반배정이 우연인줄로만 알고 있다.)은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부턴,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지원의 말을 잘 듣고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주 착한 학생들이 되버렸다.
어느덧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지원이 제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바로 지원이 맡은 단원에서 시험문제 뽑아내기.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연하게 커피를 한잔 타와 열심히 교과서와 씨름중이다.
책상위에 놓은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서지원입니다. 말씀하세요."
"서~언~ 생~님! 세........차......ㄴ인데요."
힘들게 말하는 세찬의 발음이 영 이상했다.
" 누구라고?"
"딸꾹~ 세....찬...이라구요."
" 너!!!!!!!!!!!! 술마셨니?"
" 큭큭큭큭.....조금요."
" 지금 거기 어디얏!"
" 선..생..님 집앞....포장마차."
후다닥 지갑을 챙겨든 지원은 한손에는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여전히 세찬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 너, 꼼짝말고 거기있어."
"................."
세찬이 말한 포장마차로 들어가자 세찬이 앉아 있는 테이블위에 소주 한병과 오뎅국물등이
놓여있고, 세찬은 핸드폰을 든 손을 귀에 댄체 테이블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 이게 뭐야? 얼마나 마신거라니? 야, 강세찬! 일어나봐!"
" 어, 귀여운 우리 선생님 오셨네.큭큭큭."
" 어휴, 술냄새. 일어날수 있겠니?"
" 끄떡 없다구요....한번 ....보실...래요?"
벌떡 일어서는 세찬이.
그러다 휘청하니 다리가 꺾인다.
" 어떻게해 어떻게해."
얼른 세찬이 옆으로 가서 세찬을 붙드는 지원.
비틀 거리는 세찬을 겨우 부축해서 술이라도 깰 심산으로 노래방으로 향했다.
훗!
그러고 보니 지원에겐 노래방도 처음이다.
카운터에서 한시간짜리 계산을 한뒤, 세찬을 앉히곤 시원한 음료수를 사러 나갔다.
헐, 잘못들어왔나보다.
뒷모습만 보이는 남자가 정말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에 심취해있다.
지원은 티비에서 가수들을 본 적이 없어서 누구의 노래인지, 제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멋있는 음색이었다.
지원이 잘못찾아 온걸 깨닫고 문을 닫고 문에 써있는 룸이름을 보았다.
어라? 여기 맞는데..... 그렇다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지원.
그곳엔 언제 취했었냐는듯 세찬이 노래에 빠져있었다.
'저녀석, 저렇게 노랠 잘불렀나?'
지원은 세찬의 노래에 푹빠졌다.
'빵빠라라빵 빵 빵 빵 빵빵빵'
노래가 끝나자, 팡파레가 울려퍼졌다.
" 어머머, 강세찬 너 노래 너무 잘한다."
그제서야 자신이 사온 음료수를 세찬에게 건네 주었다.
술이 깨면서, 또 노래를 불러서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는데,
세찬은 지원이 내민 음료수 한병을 금세 다 비웠다.
" 근데, 선생님이 여긴 웬일 이시래요?"
" 어머멋, 니가 전화했잖니?"
" 제가요?"
" 세상에,세상에......
그건, 그렇구 너 웬술을 그렇게 마셨어?"
" 선생님!
저 가수가 되고 싶어요."
" 그래그래, 너 가수 충분히 하겠더라. 너 노래 너무 잘해."
" 그런데요, 집에서 반대가 너무 심해요."
" 그러니? 근데 가수는 대학가서도 할 수 있는 거잖아."
집안의 반대가 뭔지 대충 알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은 우선 대학이 먼저고 노래는 나중에 부를 수도 있지 않는 거냐고
세찬을 달랬다.
" 그런데요, 선생님. 전 노래가 정말 너무 너무 부르고 싶어요.
공부요? 노래밖엔 제눈에 들어 오는 게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해요?"
지원이 아무리 설득을 해도 세찬의 굳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 그럼, 선생님이 한번 부모님을 뵐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되지 않겠니?
그럼 너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 네, 그럼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 그럼, 내일 수업 끝나고 상담실에서 뵙고 싶다고 전해드려라.
참, 시간은 괜찮을까?"
" 네, 괜찮으세요."
10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세찬이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와 형세현이 무슨말인가 주고받고 있었다.
" 세찬이 왔니? 좀 일찍일찍 다니지."
세찬이 엄마를 향해 말했다.
" 엄마! 내일 선생님이 좀 뵙제."
" 나를? 너 무슨 사고쳤니?"
" 아냐."
" 아닌데, 왜 나를 오라고해?"
" 그냥, 진학문제로 상담하시겠다구......"
" 어머나, 이를 어째. 그런말은 금시초문인데.....
세현아, 너 내일 급한일 있니?"
" 저요? 음~~~ 아뇨 내일은 회의도 없고, 급한일은 없는데요."
" 어머, 잘됬다. 그럼 나대신에 니가 학교에 가지 않을래?"
" 제가요?"
" 그럼, 내가 갈 순 없지 않니. 그럼 서선생이 얼마나 불편해 하실까."
" 하긴, 자신의학교 교장선생님을 앉혀 놓고 무슨 상담을 하겠어요."
" 호호호, 그렇지?"
그랬다.
지원이 세찬의 집에 전활해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라고 궁금해 했던 세찬의 엄마.
바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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