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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BY 정자 2006-08-16

 

물론 새벽은 단 잠을 자느라  물 건너서 오는 다리는 당연히 못보고

더군다나 나는 아침잠이 너무 많아 어리버리 눈 뜨는 게 다반사였다.

 

둘리 아줌니만 돌아오면 우덜은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있을 땐 늘 술에 절어서 할 것 다 해서 몰랐는 디 난 자리 넘들이 더 잘아나  왜 이리 주문은 많으냐구 떠벌이 아줌니 엉덩이가 앉을 새도 없었다.

둘리 아줌니 대신 멀대 아줌니가 대타로 주방보조를 하셨다.

시내에서 일수놀이를 하시는 반장아줌마 일을 도와주면 일당이 얼마고

시간당 얼마씩 쳐주냐고 막자언니에게 묻자 떠벌이 아줌니가 냅다 고함을 지르신다.

“ 야 니가 시방 월급 따질 계제냐? 엉?”

키가 큰 멀대 아줌니가  꼭 그렇다는 얼굴은 아니지만 워낙 계산이 빠른 덕택에 막자언니네 가계에서 일하는 것을 수당을 친다면 얼마나 될까? 가끔 엉뚱한 말을 픽픽 해서 어지간히 떠벌이 아줌니하고 싸우기도 하셨다. 없는 말은 만들어서 했다간 뼈도 못 추린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만 가끔은 정신을 못 차린다고 떠벌이 아줌니 속에 염장을 차리게 한다고 했었다.

연신 주문을 확인을 하고

노란 물 장화가 발에서 안 빠진다구 그냥 들어가면 안 될까 하는 한 할아버지가 그러시니

나랑 떠벌이 아줌니가 물 장화 벗겨주는 것도 일이었다.

깊은 논 바닥에 한 번 빠지면 발이 안 빠지는 수렁논이라서 농사가 지랄 맞다고 해마다 안 한다 안 한다 하시면서 그러다가 몇 십년이 되었다고 언 놈이 세월 훔쳐간 것 같다고 넘 억울 하시다고 세상에 이 말씀을 오실 때마다 해서 우린 그 할아버지를 녹음기 틀은 것하고 똑같다고 녹음기 할아버지 이렇게 부르기로 했었다. 

 

" 아이그 오지랖도 이렇게 넓으면 디게 비쁘겄네유?"

" 히히..워떡케 알았남? 내 오지랖이 디게 넒은 걸?"

 아 제가 앉으면 천리안이여유? 긍께 인제 전화로 주문을 하시면 갖다 준다니 께 일부러 오시는 것두 힘들텐디 대간하잖아유?

 

그려두 자꾸 여그 오고 싶어..총각이라고 부릉께  힘이 벌떡벌떡 난당께!

나이가 한 고희를 넘어가고 본께 그놈들 손자들 많으면 뭘 혀? 맨 늙은 사람들만 들에 논에 늘비 혀 싫어 여그 오면 이렇고 이쁜 각시들이 있응께 밥맛도 젤로 좋아. 혼자 사니께 사람 사는 게 아녀? 나도 늙은 마누라라도 하나 구해야 겠어?

이렇게 신세라도 한탄 할 때가 어디라도 있어야지? 나 원 참? 내가 이렇게 늙어서 살 줄은 전혀 몰랐당께?

혼자 오실 땐 늘 이 인분을 시키시는 분도 있었다. 남으면 집에 있는 마누라도 챙긴다. 막자언니는 그렇게 포장해가는 음식에 더욱 정성이었다. 밥도 고슬고슬하게 기차게 잘했다. 농사 짓는 분들이 밥심으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극진하게 대접을 해야 한다고 철칙이라면 제일의 원칙이었다. 힘이 절로 나는 게 아니 란다. 그렇게 애가 들고 힘이 들어가야 벼농사가 잘 되고 그 밥을 먹는 사람이 힘이 나게 된 단다. 쌀 한톨이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여도 밥 한 공기에 담긴 그 힘들을 절대적으로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했었다. 녹음기 할아버지를 막자언니는 닮으셧나 한 애길 또하고 늘 새롭게 말하니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질릴 만도 한데 멀대 아줌니나 떠벌이 아줌니는 무슨 교인이 된 마냥 그럼! 그럼! 맞장구를 쳤다. 나도 우스개 소리로

그럼교의 교주는 막장언니고 구역장은 떠벌이 아줌니이고 어떻게 교인들 전도해야 하는데 무슨 계획이 따로 있냐고 물었더니

“ 야!어떤 사람이 밥 안먹고 잘 사냐?” 하신다.

굶어서 못 산다고 죽었다고 하는 생명들인데.

교주가 따로 없는 밥은 아무튼 전지전능 하니 그래서 밥에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를 하는 유일한 족속이 사람인가 했다.  

   그렇게 멀대 아줌니가 주방보조로  둘리 아줌니 대신 일하는 동안 우리들은 까마득히 둘리 아줌마 전화번호도  서울에 왜 갔는지도 몽땅 까먹었다. 한 번에 둘이 왔다가는 바람에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데리고 나왔다는 안도감에 세상에 그렇게 하루가 어떻게 빨리 뛰어다니는 지, 나두 그렇지만 떠벌이 아줌니는 반쯤 장사에 얼이 나간 것이다.

 

저녁에 장사를 마치고 돈통을 열었다. 금고도 비싸다고 잘 아는 고물상에 가서 고장난 금고를 싸게 사서 끈을 매달아 잡아 당기면 열리는 돈통이었다. 쇠로 만들어 무겁기도 했지만 누가 도둑이 되어 지고 나가도 돈만 빼고 갈텐데 뭐하러 그 비싼 금고를 사냐고 주장하시는 바람에 단골로 가는 고물상에 거져 갖고 온 막자언니가 끈을 잡아 댕기면 탕 소리를 내며 드르륵 열리는 것을 참 좋아 하셨다.

돈을 세어보고 매출 장부를 확인 하시는 게 마지막 하루 일과이고 우리는 늦게 하는 연속극를 보는 시간인데.

 

" 야야.. 돈 좀 세어라..어떻게 세어두 세어두 돈이 계속 나오냐?"

떠벌이 아줌니가 한 뭉텡이를 손에 잡고 세고, 나두 한 뭉텡이 잡고 하나 하나 세어보고, 옆에 있던 멀대 아줌니는 돈통에 남아 있는 잔돈을 헤아려 보았는데.

 

나는 잘 돈을 세지 못한다. 그게 손이 작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한 삼십만원 넘어가면 도시 지금 몇 개인지 헷갈린다. 그러니 또 세어보고 세어 봐도 매 번 틀리다.

이러다가 낮에는 쎄가 빠지게 일하다가 밤에는 잠도 못자고 돈만 세어보다가 날 새것다고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모두 그렇단다. 모두 돈은 잘 벌고 돈은 잘 세지 못하는 것이 병신이여? 아녀?

 

" 에라이 ..돈 벌기두 힘든데..돈 세기는 더 힘들다..마사 그냥 언니 이거 은행에 갖다 줘라..기계가 세볼 거 아녀?"

기계야 한 번 넣고 탈탈 소리 한 번에 정확히 확인 되는 숫자가 딱 뜨는데 떠벌이 아줌니가 그러니 모두 만장일치다.

 

그런 방법두 있는 디. 뭘 고민하냐구..

근디 오늘 벌기는 얼마나 벌은 겨? 내가 물으니

" 낼 은행가서 물어보면 되지?"

 

그런가,,,돈은 많이 벌긴 벌었는데 도무지 모두 얼마인지 잘 모르고 지난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게 다아 돈을 잘 세는 연습을  못 해서 그랬다.

모두들 걱정 없이 잠이나 자자고 했다. 내일은 은행가야 한다고 모두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