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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간통


BY 정자 2006-08-05

썰물 빠지듯이 간  두 아줌니들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려고 했는데.

어디서 탁 탁 뭔가 두둘기는 소리가 났다.

 

" 언니..온 손님도 그냥 가라구 해요?" 송화가 다급하게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문전화는 받지 말라고 했고 온 손님두 그냥 보내라는 말은 없었는데

그 생각중에 지팡이도 흔들리고 몸도 부르르 떠시며 들어오는 할아버지 뒤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도 같이 들어 오셨다.

 

" 저어기 어떻게 오셨어유?"

" 아! 식당에 밥 먹으러 왔지? 어떻게 오긴 ? 걸어서 왔는디?"


걸어서 오셨다는 말씀에 내가 더욱 할 말을 잃은 것은 지팡이가 아니면 도저히 다리를 끌고 오지 못 할 정도로 심하게 할아버지는 다리를 덜덜 떨었다.

 

아휴..주방보조인 둘리 아줌니도 경찰서에 출타중이라고 말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입심이 좋은 떠벌이 아줌니라도 계시면 이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을 할 텐데 나나 송화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배달부이고 난 손님에게 그릇만 잘 날라주는 홀서빙이라고 말할텐데 그 말을 하려니 이미 그 어려운 발걸음을 식당안에 들어오신 것이다.

 

들어오셔서  자리에 앉으시는 데 할머니가 지팡이를 옆에 세워 놓고 할아버지는 다리를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시나 그냥 쭉 뻗듯이 벽을 기대고 밑에 방석을 대라고 해서 그 위에 미끄러졌다.

이런 몸으로 걸어오신 것을 보니 단단히 기대를 하고 오셨을텐데. 손님이 안 와도 곤란한 식당이지만. 오셔도 더 걱정이 될 줄이야.

 

할머니가 여그 닭도리가 그렇게 맛있다구 해서 내 일부러 택시타고 먼데서 왔다구 얼른 하나 해 달란다. 어이구..이거 야단났다 싶었다. 아까는 걸어서 오셨다고 하더니 택시를 타고 왔다면 어디 먼데서 오신 게다. 주문을 하신 걸로 아나 얼른 불 한잔 갖고 오란다.

 

송화를 데리고 뒤뜰로 갔더니

" 언니! 닭도리 할 줄 알어? 이거 괜히 손님 받은 거 아녀?""

그러게 참 이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식당 뒤뜰엔 약간 낮은 야산이 바로 이어져 있었는데

이 닭들이 요즘으로 말하면 토종닭이다. 여름엔 나무그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닭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날아서 이쪽저쪽 날아다니는 닭을 어떻게 그렇게 잘 잡았는지 난 절대 모른다는 거다. 막자언니가 해 준 요리들을 송화는 오토바이에 싣고 신나게 산으로 들로 배달을 하는 것이 전문이고, 나는 오는 손님들 주문 확인하고 음식이 다 되면 얼른 나르는 홀서빙이 전문이지. 지금 닭도리탕을 잘 하시는 떠벌이 아줌니나 막자언니는 누가 잡혀가서 그 거 알아보려고 갔다고 보고하지는 못하겠고, 그렇게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즉시 잡아오는 닭들이 나에게도 쉬우라는 법은 없었다. 더구나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송화는 더 거리가 멀었다. 살아서 날개 깃털을 고르고 있는 닭 한 마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면 뭐하나. 눈치가 빠른가 벌써 사정거리를 벗어났다.

 닭대가리 대가리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지네들도 날마다 누가 한 마리씩 잡혀가서 누구 입에 들어가네 마네 그런 정보는 더 잘 알고 있는데 사실 산 하나가 온통 닭장이다.

" 야야..이거 어떡해야 잡냐?"

" 잡혀도 걱정이네..언니 닭 잡을 줄 알어?"

송화 말 들으니 그것도 또 걸린다. 영 자신이 없었다. 가만히 생각을 헤아려보니 그냥 할머니한테 가서 설명을 하는 게 빠르겠다 싶었다. 다음에 예약을 하고 그 땐 기차게 맛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이러자고 다시 홀에 들어갔다.

그런데 손님인 할머니가  주방에서 뭐를 하신다.

 

"아니 할머니 지금 뭐하세요?"

" 응..할아버지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밥부터 달라고 할려구 나와 봤더니 아니 주방에 아무도 없슈?"

" 그래서 직접 밥을 하실려구유?

 

벼라 별 손님을 다 봤다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사정애길 하려구 했더니 이미 불은 쌀을 냄비에 얹혀 놓고 계셨다.

원체 시장하신 가보다  송화가 그 걸 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저기..밥은 드릴 수 있는 디..닭도리는 어렵겄네유.."

" 왜? 닭이 없나?"

" 아니 그게 아니구유..닭 잡는 사람들 모두 볼일 보러 가셔서 .."

" 그럼 내가 잡지 뭐?"

" 예?..에잇 할머니가 사방팔방 돌아 댕기는 걸 어떻게 잡아요?" 송화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에잇 그런 거 일도 아녀...어디여? 닭장이?

우린 얼떨떨해져서 셋이 같이 주방뒷문으로 나갔다. 철조망은 쳐져 있지만 닭들이 맘만 먹으면 훨훨 날아서 넘나들고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닭 잡을려면 우선 움직이는 방향을 잘 봐야 된 당께! 딱 한 놈만 눈으로 일단 한 번 고르려는 겨? 글고  그 놈만 집중으로 공격하는 거지. 어디 어느 놈이 튼실한 가 보구 하시더니 몇 걸음 걷는 데 이내 나무밑둥치를 발로 팍팍 긁어서 벌레 먹고 있는 것을 냅다 날개를 잡아버리는 데, 우린 이 할머니가 어디서 닭만 잡는 일만 하셨나 더욱 얼이 나가 버렸다.

 

황당한 것은 닭이었으리라. 한 번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그냥 날개가 잡혀 아직 모이로 먹은 벌레가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아! 얼른 뜨거운 물 얹혀 놔?

“예..그럴께요..” 이거 손님 나가고 주인만 있는 식당이다. 그런데 뭐가 나가면 또 뭐가 찾아온다는 말도 퍼뜩 들긴 들었지만. 워낙 할머니가 위세가 당당하시다.

 

뜨거운 물 끓이는 동안 밥은 이미 뜸이 들고 있었고. 할머니는 식칼로 뭘 어디를 찌를 것인가 궁리를 하나 요기저기를 살피고 방안에 혼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는 언제 해 올거냐고 닥달을 하시니 더욱 정신이 없었다. 잔혹하게 죽일 것인가. 목졸라 댕겨서 뭐 그런 상상을 우리는 했는 데. 할머니는 갑자기 닭을 한 손에 들고 그려두 우리 양식이 되는 건게 제는 들이고..미안하다 잉?  닭 머리를 쓰다듬더니 칼끝으로 가슴을 한 번 스윽 밀어 넣었다. 피가 한 참 나올까 했었는데 우린 징그럽다고 두 눈을 찡그려 꼭 감았다. 다시 눈을 뜨니 할머니는 이미 뜨거운 물에 담궈서 털을 숭숭 뽑는 데 손놀림이 엄청 빠르시다. 비명횡사한 닭치고 너무 조용히 즉사한 것이다. 나중에 할머니가 그러시네. 원래 닭은 옆구리에 갈빗대 밑에 슬쩍 칼만 집어 넣으면 바로 심장이란다. 그러니까 고통없이 슬쩍 목숨 놓은 닭을 보니 참 생명이 있다는 것이 순식간이다.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멀대 아줌니 왜 잡혀갔나. 시내 나간 막자언니나 떠벌이 아줌니 걱정에 내 달릴 그 시간에 아닌 밤 홍두깨처럼 출현한 이 할머니에게 정신이 홀딱 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