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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BY 정자 2006-08-04

 

멀대 아줌니가 들어오자 마자 떠벌이 아줌니가 얼른 소맷부리를 잡고 주방 뒷 마당에 끌고 갔다.떠벌이 아줌니 성질대로 한다면 오신 밥 손님들 모두 나가라고 하고 문닫어도 시원찮았을 것인데.멀대 아줌니 보니 우리도 얼른 말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뭘 물어 볼 건지 그런 건 일단 놔두고 왜 둘리가 경찰서에 잡혀간 건지 무신 죄를 저질러서 이젠 아예 서울에 후달려 갔냐고 물을 판인데. 그 때 막자언니가 손님이 또 왔다면서 막 급하게 부르시는 바람에 나나 멀대 아줌니나 후딱 점심손님 치루고 그 때 애기 하자고 했다.

 사람 하나 빠진 걸 어떻게 아시나 손님들은 더욱 많이 오셨다. 손 하나 더 있음 참 좋겠다고 송화가 왜 하필이면 애가 아프다고 집으로 가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젠 둘리아줌니가 그렇게 되니 더욱 바빠졌다.

 

" 뭐 드실라구유?" 떠벌이 아줌니가 주문하니

" 여그 닭도리가 그렇게 맛있다구 해서 와 봤어?"

" 장정이 넷인디..한 마리 갖고 되겄슈우? 두 마리는 주문 해야 되겠네유?"

" 잉..그려 그려 두 마리 달달 볶아 봐!"

 

떠발이 아줌니는 주문을 기차게 받아왔다. 지금부터 우리 뒷마당에 돌아 댕기는 이쁜 앍탉을 잡으러 가서 깃털뽑고 간빼고 뭐 그럴려면 한 시간이나 걸릴 텐디..기둘리기 힘들 거라고 하면. 손님들은 우하하 웃으신다. 그럼 이 다음부턴 미리 예약을 하실려거던 명함을 드릴테니 잊어먹으면 내 책임 아니쥬우?

이렇게 뒷도리까지 함 꼼짝없이 기다리신다. 손님들은.

 한 편에선  아직 안 익었냐고 밥을 빨리 달라고  하면 목소리 큰 멀대 아줌니가 밥이 안 익은 거 지금 드려도 될까유? 했더니 기둘려야 되는 겨?

 밥이고 뭐고 뜸이 들어야 더 맛이 나는 거여? 밥 먹고 어디 갈 데 있어? 손님들끼리 히히거리면서 농담도 하신다. 이래저래 이렇게 한 나절을 정신없이 보내니까 오후 두 시가 넘어가면 또 샛거리 주문이 들어온다. 어떤 분은 구판장에 들러 순도 높은 막소주를 사 오라고 하고 동네 너머에 주조장에 지금 막 익은 막걸리를 한 주전자 받아 오라고 하질 않나. 덕분에 우린 잡상인들처럼 별 걸 다 주문을 받았다. 어떤 할머니는 딸기 따는 데, 바가지가 모지라서 시내에 나 갈려면 딸기 대주는 트럭이 얼마 안 남았다느니 사정 좀 봐 달라고 대신 딸기바가지를 사 오라고 하질 않나. 병원에 가야 하는 데. 막차를 놓쳤다고 우리 식당에 주저앉아서 지팡이만 탁탁 튕기시며 신경질을 부리시면 막자언니가 어디가 아프셔서 그래유? 이런다.

너거들도 나이 나만큼 먹어봐라? 기상청이 필요 없당께? 삭신이 골고루 쑤실댄 한 두 어시간 후에 확실히 비오고. 왼쪽무릎만 약간 저리면 소나기가 틀림없이 그날 쏟아져 버려. 긍께 내가 울 동네에서 졸아 댕기는 기상청이여? 아유..또 허리가 결리는 디 ..

그럴 땐 비가 와유? 했더니 그거랑 암시롱 없단다. 그러니까 아무 관계가 없단다. 좀 습기가 눅눅하게 진하게 끼려면 그렇게 허리가 저리고 시리단다. 

 아무튼 동네 버스 정거장만큼  오가는 이가 늘 부산했다. 참을 준비하는 막자언니가 주방에 있는 동안 우린 홀에서 상치우면서 멀대 아줌니가 둘리 아줌니 연락 없냐고 묻는다.

 

" 야! 내가 너한테 그걸 물으려고 했는디?" 떠벌이아줌니가 엉뚱하다는 표정으로 도로 말 꼬리를 잡았다'

 " 이상한 일이다..우린 잘 모르는 애기가 우덜 동네에 자자하게 소문이 났는 디...'

" 무신 소문인디?" 나도 궁금해서 한 몫 거들었다.

 

슬그머니 주방 눈치를 살피는 멀대 아줌니가 우릴 구텡이로 멀리 몰았다. 모기만 한 목소리로 애길 하는데

" 저어기 둘리가 사기꾼이었대?"

" 뭐라구? 누가 그러데?"

" 아니 나도 확실한 건 잘 모르는 디..모르긴 몰라도 엄청 크게 사기를 쳐서 그렇게 경찰서 급하게 후 달려 간 게 아니냐고 우덜 동네는 다 그렇게 알고 있더랑께?"

 

멀대 아줌니가 우리가 사는 동네 소식통이었다. 웬만한 집안에 누구 누구는 어디서 뭘 하고 있네. 누구보다 소식을 챙기는 데는 일등 선수였다. 막자언니랑 늘 같이 있는 우리들은 먹통이었다. 어느 동네에서 누구 결혼식장이 제일 먼저 찾아 다니고 누가 혹시 돌아가신 분 없나 호구조사를 잘하는 멀대 아줌니한테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멍한데, 떠벌이 아줌니는 더 심하셨나보다.

 

" 야..술 먹어서 맨날 주태박이가 원제 누굴 사기치냐? 니 제대로 알아보고 하는 겨? 글고 사기친다고 해도 그 주변머리가 되레 당하게 생겼는디 그게 말이 되냐?“

" 아! 글씨..나도 그 애길 듣고 막자언니 좀 봐야 되겄다 하고 온 거 아녀? 근디 언니는 무슨 말 한 거 없어?"

 

우리도 그게 궁금하다고..여태 꿀을 한 말 다 먹고 있는 것처럼 벙어리라고 했다. 서울에서 웬 남자한테 전화 한 통 받더니 입에 자꾸를 달았다고 했다.

갑자기 떠벌이 아줌니가 나에게 물었다.

" 영은아 니 그때 언니가 준 전화번호 아직 있냐?" 나도 바지주머니를 뒤졌다.    

 

있었다. 반을 접힌 채 서울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멀대 아줌니가 그걸 달란다. 아무래도 자기가 가지고 가서 밖에서 전화를 해 봐야 되겠단다. 도무지 무슨 추리소설을 읽는 거랑 알다가도 모를 둘리아줌니는 왜 거기에 가있는 지 밖에서 사정을 알아본단다.

 우리는 무슨 엄청난 거사를 꾸미는 것처럼 그러라고 했다. 내 일은 아니지만 사실은 소문이 더 정확한 적이 종종 있긴 있었다. 언젠가 사람 구한다고 구인광고를 냈더니 그 광고를 보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그 쪽 애긴 자기가 차가 있으니 배달기사를 구하면 자기가 가면 안 되냐고 했었다. 우리야 누구이든 배달만 잘 하면 된다고 면접 겸 한 번 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멀대 아줌니가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보고 혹시 차가 있다고 전화 오는 사람 있으면 절대 받지 말라는 거다. 왜그러냐고 하니 배달시켜서 보내면 수금이 안되서 동네에 엄청 피해를 준 식당이 많다고 그런 전화 오면 사람 구했다고 그렇게 말 하라고 해서 그 이유로 멀대 아줌니 소식통에 우리식당에 사람도 재료도 주문메뉴도 바꿔치기 한 적이 많았다. 누구네 식당에 어떤 메뉴가 맛있다고 소문만 나면 곧바로 그 메뉴만 하게 된다. 입 소문이라는 것은 그만큼 위력적으로 온 동네 사건들을 좌지우지 한다.

아이를 아프다고 아침에 나 간 송화에게 빨리 전화하란다.

멀대 아줌니는 나에게 건너간 메모지를 들고 암호로 눈을 찡끗 하더니 전화 한다고 그렇게 다시 시내로 갔다.

막자언니두 어지간히 힘이 들었을 것이다.

말이 그렇지 네 명의  여자가 일하다가  다 섯명이  바쁘게 일해도      

둘리아줌니의 부재가 크게 뻥 뚫린 자리였다. 더군다나 송화는 아이를 아예 데리고 돌아 왔다.

아픈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왔다고 했다.

여섯 살이 채 안된 계집아이가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파도 마음 놓을 것이고. 안 보이면 더 아프게 우는 아이들이다. 엄마 바지 가락을 꽉 잡고 있는 아이를 보고도

우린 이거 저거 따질 새도 없이 그렇게 바쁘게 장사를 하였는데.

전화번호를 가지고 간 멀대 아줌니도 꿩고기 잡수셨나 몇 날 몇 칠 소식이 감감했다.

 

" 야..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니가 한 번 울 동네좀 갔다 와라?" 떠벌이아줌니는 좀 틈만 나면 나에게 달래듯이 갔다 오라는 말만 떨어지면 주문전화에 또 손님이 연줄 연줄오니 이거 어디가? 이럴 막자언니 타박도 감당 할 배짱도 없었지만. 도대체 멀대 아줌니는 전화번호 들고 아예 서울로 김 서방 찾아간 거 아녀? 난 그렇게 궁시렁 거렸다.전화 한통화에 우린 적어도 둘리 아줌니가 뭐 때문에 경찰서에 들어간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 다 알아서 떠벌이 아줌니 만큼 성격 급한 멀대 아줌니가 여길 올 것도 없이 전화 한 통화면 전부 알 줄 알았다.

 어쩌면 그렇게 하루들을 굴비 엮듯이 한 주를 덜렁 뭉쳐서 보내듯이 우리도 멀찍한 먼 애기로 생각이 되더니 금새 잘 잊어먹는 건망증에 걸린 것처럼 가물가물해지고 그런데로 덜 궁금해졌는데.

 

"때르릉..때르릉"

" 예!..김막자가든입니다아!"

" 야 야..니 영은엄마냐? 내 영태 할미다아?"

" 안녕하세유..웬일이세유?"

막자언니를 바꿔달란다. 주방에서 쪽파를 까던 언니가 뜬금없는 영태할미와 통화를 하는 중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냥 카운터에서 서 있었다.

우린 혹시 경찰서에 있는 둘리 아줌니 소식을 들었나보다 했다.

 

" 야야..떠벌아..니 나랑 시내에 지금 같이 가자?"

떠벌이 아줌니는 송화랑 숟갈 삶고 젓가락 짝을 맞춘 것을 수저통에 넣고 있는 데

" 와? 둘리한테 소식 온 게 있데?"

" 그게 아니고... 아휴..참  기막혀서..." 막자언니가 말을 버벅 대신다.

 우린 왜 그러느냐고 눈만 껌벅껌벅 뜨고 있는 데

" 영태할멈이 멀대가 몇 칠전 경찰 백차에 실려 갔대? 몇 칠 되었다는 거여?"

" 뭐라구?"

아니 우린 그 엄청난 거사를 아무리 음모로 꾸며도 멀대 아줌니가 왜 또 경찰서에 있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떠벌이아줌니는 들고 있던  젓가락들을 바닥에 떨어져 흐트러지고 그 소리는 더욱 요란하게 울렸다. 어쩐지 그 성질이나 내 성질이나 도진개진이던 동갑내기 이던 멀대 아줌니가 아무리 꿩를 몇 마리 잡아 먹어도 이렇게 함흥차사가 아니라고 했었다. 둘리 아줌니 왜 잡혀갔나 그걸 알아보라고 했더니 지레 지가 또 왜 잡혀 가냐 구?

 이젠 둘리도 멀대도 차례차례로 달려간다는 게 말이 되냐? 아니 이것이 지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줬는데. 뭘 어떻게 했 길래 잡혀 가냐? 시상 참 좀 있으면 나도 혹시 붙잡혀 가는 거 아녀? 떠벌이아줌니는 한 참을 넋두리를 끌끌 찼다 .

 

영은아 니 멀대네 전화 좀 해 봐라? 가만 개가 언제 여길 왔었냐? 긍께 일주일이 지났는 디, 어쩐지 이게 빠리빠리한 디 영 소식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한 참 생각했었다구? 아 혹시 그 년두 누굴 사기를 친 건가?

 

" 무슨 소리야? " 막자언니가 대답을 했다.

순간 멈춘 서로 부딪치는 눈빛에 우리는 할 수없이 물어야 한다고 했다.

“언니? 도대체 둘리아줌니가 뭔 죄로 지금 서울경찰서에 있는 거여? 언니는 알고 있잖어?”

우리도 한 솥 밥 먹는 식구인디 누군 잡혀가고 누군 또 그걸 알아본다고 가더니 지는 왜 경찰서에 있다고 하니께 우린 더 황당하다구? 아 무신 대답을 하든 해줘야 할 것 아녀?

 

떠벌이아줌니가 그 말을 하니 옆에 있던 송화가 덜덜 떨었다.

" 니는 왜 그러는 건디?"

" 이젠 내가 잡혀 갈 것 같어..나 신용불량자잖어?"  

미치고 환장한다고 하더니 삼베바지 좆 끼듯이 끼지 말라고 송화 니는 내가 지킨다고 했잖어? 하신다. 지금 그게 문제냐고 별 것도 아니라고 어르고 달랜다. 송화의 딸내미가 또 엄마 바지를 잡았다.

막자언니가 급하게 바지를 갈아입고 핸드백을 옆구리에 끼더니 나에게 주문전화가 오면 못 한다고 하고 우선은 오늘 여기까지 영업하자고 한다.

 

" 언니가 지금 경찰서에 멀대를 빼러 갈 겨? 아님 뭐하러 또 가?"

떠벌이아줌니가 아까 물었던 대답이나 해달라고 했다.

" 가면서 해 줄께..멀대는 둘리랑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가 보더라?"

" 뭐? 그면 딴 죄로 엮인 거여? 멀대 목소리만 크지 허벌나게 착한 앤디?"

 

떠벌이 아줌니가 신발을 찾는다. 늘 신었던 주방 쓰레빠가 급하게 벗어서 한 쪽으로 뒤집어지고 부랴부랴 막자언니를 따라가고 있었다. 허둥지둥 저녁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