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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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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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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지나 2006-07-31

[야. 화장도 제대로 할줄도 모르는게 왜 늦는거냐?화장실에서 살다 나왔음 말도 안해.]

어디서 빌려온듯한 자동차 하나 끌고 왔다고 대유세떤다.
분칠은 누가 한건지 허여멀건한 얼굴로
진준서 좁은 이마에 나 승질났음이 써있다.
늦고 싶어서 늦은게 아니라 나 선본다고
질투반 짜증반인 전연정팀장이
갑자기 일을 시켜버리는 바람에 처리하느라 늦은걸 어떡하란 말인가.
지금도 짜증만땅 상태인걸.

[니가 자진해서 시집보내기 추진시켜놓고 어디다 화풀이야?]

손대기도 무서울만큼 아주 세차를 잘해놓은 차의 손잡이를 잡으며 대꾸했다.
하필 오늘 초상집 가는 분위기로 검은색 정장을 입었을 때 진준서가 난리칠게 뭐람.
차를 타려는데 진준서 와이퍼에 걸려있는 주차 딱지를 흔들어보인다

[이거 형차야. 난 이제 죽었어]

살펴보니 확실히 승차감하나는 쥑이는 고급차임에는 틀림없었다.
등뒤에 닿는 느낌이 확실히 남다르다. 누가 죽을짓을 하라고 고사지냈나.
얼마나 형이 무서우면 진준서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거는 그 순간까지 징징거린다.

[잔소리마. 내가 이런차 갖고 나오라고 했던것도 아닌데]

내 말 끝나자마자 진준서 이마에 더 짜증난다가 떠올랐다.

[말씀하시는 뽄새좀 봐라. 정떨어지게. 어우.]

몇 개월 사귄 사이도 아니고 이제 알꺼 다 아는 사이에 뭘 이러시나.

[너랑 나랑 붙을 정이나 있었냐]

솔직히 말하면 진준서랑 말로 투닥거릴때마다
내가 받아온 스트레스가 줄어드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말로 주고 되로 받는 대화법은 뒤끝이 없어서 그런가?

[내가 미쳤지. 왜 너를 선뵈줄려고 마음먹었는지.]

늘 내 손바닥위에서 펄쩍 펄쩍 뛰는 진준서를 보면 피식 웃음도 나온다.

[미친거 새삼 인정하면 재밌든?]

말장난에 놀아난걸 이제야 눈치챈 진준서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타오른다.
하지만 애써 입술을 깨물며 그 눈을 지그시 감는걸 보니 참기로 했나보다.

[말을 말자.]






[니가 소개시켜주려고 했던 사람 이사람 맞어?]

내눈앞에 앉아서 빙그르 웃고 있는 남자를 한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진준서 놀란 눈으로 얼른 그 손을 치운다.
그러더니 앞에 앉은 남자랑 비슷한 얼굴로 빙그르 웃기까지 한다.

[얘가 아직 사태파악이 안됐나봐요 형.]

[내가 무슨 사태파악이 안돼?]

사태파악이 안되고 있는건 진준서다.
이남자와 나를 맞선뵈준다고 끌고나온 진준서때문이다.

[오랜만이야. 연해주..]

남자의 말려올라가듯 매력적인 미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반가운척 인사하는 사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면 이미 질렸을 내 경계태세에
그리 놀란얼굴도 아니다.
한성현선배.그는 언제나 그랬다.
내게 상처만 남기고 떠난 그 순간까지..
그는 늘 내위에 군림했고 그런 그를 사랑했던 지난날을
뼛속깊이 후회했었다는걸 진준서도 알고 있었다.
이미 나의 이런 반응을 보일거란걸 둘은 알고 있었던것같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준서는 거봐요 고.
그는 그럴줄 알았어란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절대 아니야.

[별로 반가운 사이가 아니여서 인사를 안해주는거야?]

자신감넘치는 목소리와 여전히 멋진 마스크는
지나가는 여자들이 흘낏 쳐다볼만하다.
하지만 이제 예전의 맹했던 연해주가 아님을 그도 알아야 한다.

[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라고 크지 않았어요. 나이도 먹었구요.]

[너 나이 먹은거 알어. 나 먹은만큼 먹었겠지.]

아주 친절하게 자리에 앉으라고
빼꼼히 의자를 뺴들고 있는 진준서를 노려봐준다음
고개를 푸욱 숙여 인사했다. 뜬금없는 내 인사에 그도 진준서도 놀란눈이다.

[지금까지처럼 모른척 살아요. 준서는 제가 알아서 뒷처리 할께요.]

뒤돌아 나오려는데 준서의 손이 황급히 내 팔을 잡아끌었다. 놔라 진준서.

[야아.. 너 이렇게 가면 어떡해~. 내가 뭐가 되냐]

한마디 쏘아붙여주려고 확 고개를 돌렸는데 진준서 표정이 이상하다.
당황한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진준서의 얼굴에는 잘했다는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선배가 너 찾으려고 노력많이 하셨다더라구. 오늘 약속도 그래서 잡은거야아~]

내뱉고 있는 말투는 선배편인데
선배를 등지고 서있는 진준서의 표정은
절대 자기 의지로 이 만남을 주선한게
아니라는 암묵의 표시를 내고 있었다.뭐야.

[필요없어.]

준서의 표정에 동의하듯 난 일부러 더 세차게 팔을 내리쳤다.
내리치며 살펴보니 준서는 너무너무 잘하고 있다고 입술을 오므리기까지 했다.
준서의 등뒤에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성현선배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준서표정이 뚝 멈춘다.
뒤로 주춤해야할 타이밍을 놓치자
준서에게 잡혀있던 팔을 성현선배의 손이 잡았다. 이런.

[해주야. 내가 잘못한거 알아. 깨닫고 온거야.]

옆으로 비켜선 진준서의 고개가 절레절레 가로저어졌다.
무슨 모종의 음모가 있는거냐.
잡힌팔을 살짝 비틀자 손쉽게 빠져나와진다.

[깨닫고 찾아오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네요. 나 어떤앤줄 몰라요?]

이미 예상한듯 성현선배의 표정은 절실함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아니까 온거야. 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거 알구]

아는 사람이 그래? 아는 사람이 그렇게밖에 못해? 어떻게 나한테 그럴수 있냐고
소리칠때는 나몰라라 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변해. 대체 뭐가 다시 돌아오게 만든거야.

[그냥 기억속에 뭍혀지면 안돼요? 현실로 튀어나오기엔 이미 내가 너무 굳었다구요]

갑자기 가슴속에서 비워냈다고 생각했던 그때가 치밀어올라오자.
마음이 이상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한번 올라온 흥분은 결국 내 언성을 높이게 한다.

[못하겠어서 온거야. 못하겠어..정말 못하겠어..]

[선배 마음까지 나 책임질 이유없어. 이대로 가요. 나 안흔들려]

자존심이고 뭐고 집어던진 그 고고한 남자는
상황파악안되는지 더 뭐라고 입을 벌리길래 고개를 돌려버렸다.
옆에 서서 더 이상 못보겠다 싶은 얼굴로 준서가 등까지 돌린 나를 감쌌다.

[선배!. 아니. 지금. 해주가 컨디션이 말이 아니에요. 실은 오늘도 바쁜데 나온거라서..
아마.. 아마 그래서 이러는걸꺼에요.. 다음.. 아! 다음에 보시는건..]

애초에 만나지 않게 하는게 니가 했어야 할 몫이야 진준서.
뒤돌아서서 위로한답시고 내팔을 힘있게 쥐었다 놓는다.
그대로 난 뒤에서 뭐라고 불러대도 그자리를 피해 나와버렸다.
이제와서 사람 마음 뒤흔들어놓는건 절대 해서는 안될짓이라는걸 그는 모른다..

한때 내 전부를 걸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인생끝까지 같이 걸어갈 사람이라고.. 내행복의 주원천은 그일거라고..
의심해본적 없던 어린시절에..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었다.
그남자가 다른 여자의 품에서 행복해하던 남자였음을 뒤늦게 알아챘을 때
그는 그여자를 선택하고 내게 이별을 통고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쁜 남자였다.
나에게 있어 그남자가 하늘이고 별이라면
그남자에게 있어 하늘이고 별은 그 여자였다.
나보다 더 많이 그여자와 함께 한 나날이 많았고
나와 사랑하는 나날동안에도 그는 그여자를 사랑했다.
그래놓고는… 그렇게 사람 아프게 만들어놓고는….


[어? 연해주씨. 나참. 이건 또 무슨 우연입니까?]

심하게 울적해진 마음으로 어디가는지도 모르게 걷고 있었나부다
갑자기 내 이름이 들려오자 정신이 번쩍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나도모르게 회사근처까지 걸어와버렸다. 이놈의 애사심은 그칠줄을 몰라요
눈앞에는 술먹은듯 보이지만 아직 넥타이를 머리에 두를만큼
얼큰히 취하지는 않은이선효군이 떠억 서서 시비를 건다.

[뭐에요. 회식이에요?]

고개를 끄덕끄덕하는걸 보니 분명 나 때문에 마음이 울적해진 전연정팀장짓이다.
몸을 못가누겠는지 이리비틀 저리비틀하길래 내키진 않았지만 팔짱을 껴주었다.

[근데 왜 나와있어요? 다들 어디있는거구요.]

[아니이~.. 다들 3차 간다고 하더니..사라져버렸어요오~..]

얼큰히 취하지 않은줄 알았더니 아예 그대로 자리에 뻗을 태세다.맙소사
난 또 왜 이쪽으로 걸어와서 이꼴을 보고 있는건지..

[이대리님!! 어우. 진짜.. 좀 일어나봐요. 어디로 간거에요? 네? 정신좀 차려봐봐요!]
고개가 꺾어진줄도 모르고
고대로 잠들어 버릴것 같은 공포스러운 상황..
그 상황에 이선효군 갑자기 발딱 고개들더니 옆에서 낑낑대는 나한테 한소리한다

[어? 연해주씨이~.. 아니.. 이게.. 무슨 우연입니까아..]

난 팔짱을 끼다못해 어깨에 한팔을 두르고 일단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술을 깨게 하려고 찬물수건과 따듯한 꿀물을 시켰지만
차마 그 찬물수건을 들고 이선효군의 옆자리로 가 앉지는 못했다.
진짜 여러가지로 사람 열받게 해. 암튼. 입은 헤 벌리고 반쯤 감긴 눈으로
얼굴은 벌개진채 씩씩대며 숨을 쉬는 이선효군.
술 때문에 잠이 들어버린게 분명했다.


아.. 이놈의 인생.. 오늘 일진 대체 왜 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