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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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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방


BY 초록색괴물 2006-04-25

바람이 한번 불자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일제히 요동을 치다 도로가로

흩어진다.

그럴때마다 코끝이 간질간질하며 참을수 없는 마른기침이 연거푸 세번씩 터진다.

진이 쫙 빠진다.

휴우 한숨을 길게 내뱉고는 다시 가던길을 계속간다.

가로수의 마른 잎들이 거리를 나뒹굴때쯤이면 항상 나는 마른 기침을 했다.

고약한 기침

마른 기침을 내뱉을때는 머리가 흔들리기까지 했다.

또 거친 바람이 내코와 목을 간지럽힌다.

나뭇잎이 이리저리 나뒹구는 거리를 10분쯤 줄곧 걸어오면 나의 작은 오피스텔이 그 길의 끝에 점 찍은듯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건물의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면

작은 샷시문뒤에 나의집이 있다.

끼익거리며 샷시문이 열리는 소리는 너무 익숙해진터라

그 소리만이 내가 집에까지 무사히 왔음을 반긴다.

 

내가 이 집에서 내 지친몸을 뉘인지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때로는 뛰쳐나가고도 싶었고

때로는 한발짝도 집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바람이 불어 기침을 해 대느라 진이 빠진 지금은 이 집을 뛰쳐나가고 싶다.

 

내가 3년전 여기로 이사를 왔을때

처음 한달은 그냥 먹고 놀았고

또 한달은 직장을 구하느라 벼룩시장과 씨름하며 지냈고

석달째 겨우 밥벌어 먹고 살 직장을 구했다.

어느

유흥가 한 쪽에 반짝거리며 있는 나이트클럽

나는 거기서 경리업무를 하게 됐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밤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약간 모자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오후 2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늦은 아침을 먹고 출근준비를 한다.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 뒤 볼일을 본다.

그러고 난 뒤 발을 씻고 욕실을 나온다.

그러면 정확히 30분이 걸린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 20분이 더 걸린다.

꼼꼼하게 화장을 해서도 그렇지만 다 써가는 화장품들을 쓰려니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이다.

암튼 그러고 난 뒤 마지막으로 머리를 말리고 둥글게 만다.

머리손질 역시 20분이 걸린다.

1시간 10분의 시간을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그 순서 그대로 난 매일 반복한다.

3년째 말이다.

이제는 이런것도 지겹지만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면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에 시달렸다.

 

출근을 하고 나면 나느 한평 남짓한 나이트의 사무실에서 돈관리를 한다.

그 작은방에는 텔레비젼 한 대, 작은 업소용 냉장고 한 대, 오래된 철재 책상과 의자, 영수증을 모아두는 서럽장이 하나 있다.

이것이 그 작은방의 전부다.

더 이상의 것도 필요없고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 나이트클럽의 사장은 오래있어준 나에게 고맙단 말대신 항상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주저없이 말해, 홍양 . 내 검토해보마".

검토하긴 도대체 뭘 검토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그 사장의 유자껍데기같은 얼굴이 역겨움을 확 풍겼다.

3년전에도 저리도 유들거리지 않았는데....

사람은 돈맛을 보면 달라지는것이 확실했다.

더구나 그 비릿한 향수냄새 구역질이 날듯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방은 문이 두개나 있었다.

하나는 주방을 거쳐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문.

또 하나는 홀을 지나 밖으로 나가수 있는 문이었다.

사장이 나이트클럽에 없을땐 난 항상 주방에서 이모들과 이모들이 숨겨논

양주 한잔씩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근데 대부분....... 시간은 잘갔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구경하다보면 .....

반면 술이 늘어만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고 인사불성이 된다거나 오바이트를 할 정도로 마시진 않았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지만 난 그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으니까

왠지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더구나 여긴 내직장이고 직장에서 술먹고 인사불성 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홀에는 젊은 남자 5명과 30대 초반의 지배인 남자가 2명 있었다.

전부가 미혼이었지만 천지배인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리고 DJ박스 안에는 혼혈인지 외국인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차음 이 나이트클럽에 왔을 때는 그 사람들과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내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     모두들 그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그나마 제일 빨리 친해진 사람이 주방의 이모들과 천지배인 그리고 26살의 미스타 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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