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33

홀로서기


BY 마지메 2006-05-25

 

제주도의 푸른 밤이 연상된다..

그곳에 가서 내 안의 모든 걸 다 벗어 던지고 오리라..

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제주도의 이 바람 잠시나마 나의 근심을 잊게 한다.

제주도의 이 바다 잠시나마 나의 아픔을 잊게 한다.

제주도의 이 하늘 잠시나마 나의 시련을 잊게 한다.


“지선아 어때 너무 좋다..공기도 한결 상쾌한 것 같고 날씨도 좋고..그치..”

“응..너무 좋아..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애는 너무 좋아도 미치지는 말아라..”

“응..어쩜 바다 색깔이 저렇게 파랗니..너무 예쁘다..”

“그러게..너무 예쁘다..”

“에메랄드빛이 바로 저 색인 것 같다..”

“우리 일단 호텔로 가서 짊 풀고 한 바퀴 돌아보자..”

“그래..그러자..”


우린 그렇게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미리 예약해 둔 랜트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정말이지 바다 빛이 예술이다..이렇게 예쁜 빛깔은 처음 인 것 같다. 예전에도 제주도에 온 적이 있었지만 오늘 만큼 아름답게 느껴지긴 처음인 것 같다.

해안도로를 신나게 돌고 나서 우린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한 후 술 한잔을 하게 됐다. 사실 난 술을 마시면 더 서글퍼지고 또 감정에 복받혀 혹 행여라도 눈물 따위 흘리게 될까봐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한잔 하고 싶다..설령 술을 먹고 또 눈물을 흘리게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고 싶다.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나의 이 모든 근심 걱정을 다 흘려 보내고 싶었다.


“미영아..나 잘 살 수 있을까?”

“그럼..지선이 넌 잘 할꺼야..”

“정말? 사실 난 아직 실감이 안나..”

“그럴 테지..아직은..하지만 지선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잊혀 질꺼야..”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내가 그 사람을 잊고 잘 살아 갈 수 있을까?”

“그럼..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거야..지금은 너무 힘들다고 여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말 잘 했다 하며 웃는 날이 꼭 올거야..그러니까 너무 애쓰지 말자..”

“하지만..”


난 또 다시 서러움에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이제 울지도 말고..니 맘은 백번 천번 이해 하는데 우는 일도 오늘로써 끝냈으면 좋겠다.”

“...”

“지선아 넌 누구보다 내 소중한 친구야..또 네 부모님한테 누구보다 소중한 딸이구..모든 사람에게 소중한 넌 이제부터 행복해 질 자격이 있는거야...넌 더욱 행복해 질거야.”

“그래..고마워..이제 정말 울지 않을게..정말..”

“그래..그렇게 웃어..너 우는거 얼마나 보기 싫고 미운지 알아? 웃는게 천배 백배 예쁜데 말야..자..웃자 웃어..”

‘알았어..웃을게..이렇게 웃으면 되는거지..“

“으쿠,,울다가 웃으면 너 큰일 난다..”


우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누구지? 엄만가?


“여보세요?”

“...”

“여보세요?”

“나야...”

“네?”

“민석이..”

“뭐? 왠일이야?”

“응..그냥 너 그렇게 나가고 나서 걱정돼서..”

“뭐 걱정?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전화 끊자..넌 나한테 그런 말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내가 아는 조 민석은 이미 죽었어..죽었다고..”

“지선아..그렇게 말 하지마..”

“그럼 넌 나라면 이런 전화 받고 싶겠니?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지선아..난 그저..”

“됐고..더 이상 들을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으니까 이제 더 이상 통화하는 일 없도록 하자..아니 서류 준비 되는대로 연락 줘..그럼..”


난 그렇게 아주 차갑게 차갑게 퍼붓고 전화를 먼저 끊어 버렸다.


“그 인간은 무슨 낮짝으로 전화를 해..”

“몰라..”

“뭐라든?”

“별말 안했어..뭐 걱정 돼서 전화 했다며..”

“미친놈..걱정되는 인간이 이제야 전화를 해? 왜? 죽거든 전화하지..미친놈..”

“그러게 말이다..내가 봐도 미친 것 같다야..그래 미친놈이다 미친놈..”

“너 행여 그 인간이 싹싹 빌고 들어 온다 해도 받아 주지마..”

“뭐? 그럴 위인도 못돼..주제에..그 인간은 그런 말할 주변머리도 없어..”

“진짜 왕재수라니까..주제에 왜 그딴 전화를 해서 사람 기분 망치고 그러는지 몰라..”

“그러게 말야..미영아 그 사람 얘기 그만 하자..자 술이나 한잔 더하자..”

“그래..자.. 건배..사랑하는 우리 지선이의 밝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그래..행복한 나의 미래를 위해 건배..”


애써 잠을 청하려 술을 마셨 것 만 정신은 오히려 더욱 말똥말똥 해지는 듯 하다.

친군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 푸른 바다를 바라 보고 있다. 갑자기 저 바다가 있는 모래사장을 걷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바람이 세차다. 하지만 기분만은 상쾌 해 지는 것 같다. 볼을 스치는 이 세찬 바람에 한줄기 눈물이 내 볼을 감싼다. 그래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다..오늘까지만 울자..이제 더 이상 울지 말기로 하자. 이 지선 너 약속해..정말 다신 눈물 따위 보이지 않겠다고..

저토록 아름다운 저 바다를 이 기분이 아닌 정말 즐겁고 행복한 기분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다 털어 버리자 이 바람속에 저 바다속에 나의 아픔 나의 고통 나의 시련..


사흘간의 제주도 여행..난 그곳에 나의 아픈 추억을 남긴 채 서울로 향했다.

이제 웃을 것이다..

이제 정말 웃을 것이다..


“미영아..정말 고마웠어..기분이 한결 가쁜 하고 상쾌해 진 것 같아 다행이야..”

“정말이니? 그렇다면 다행이다..”

“네 덕이지 뭐..정말 고마웠어..”

“고맙긴..지선아..정말 다 잘 될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답답하면 연락하고..언제든 난 오케이이니까 어디든 떠나 보자구..알았지..”

“응..알았어..너무 걱정하지마..”

“정말 걱정 안 시키기다..쓸때없는 생각하고 그러면 너 내 친구 아니야..알았지..”

“쓸때없는 생각이라니? 뭐?..피.. 알았어..걱정하지마..”

“그래..우리 사랑하는 지선이 믿는다..암 잘 할꺼야..”

“그래..내가 누군데 말야..피..”

“그래..그렇게 웃어..넌 웃는 모습이 제일 예뻐..”

“가시나 예쁜 건 알아 가지구..치..”

“그럼 나 들어 갈게..너도 조심해서 들어가고..집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고 싶어도 분위기 때문에 영 그렇네..너두 이해하지..나중에 집에 놀러도 오고 그래..”

“그래..어머니 한테 안부 전홰 주고..어서 들어가 아직은 좀 춥다..”

“응..들어갈게..조심해서 가..”



“다녀 왔습니다.”

“그래..잘 놀다왔니?”

“응..미영이가 집앞까지 바려다 주고 갔어..”

“좀 들어오라고 하지 그랬어..”

“그냥..다음에 놀러온대..참 엄마한테 안부 전해 달라고..”

“지선아..”

“네..”

“엄마랑 아빠랑 상의 해 봤는데..”

“뭘?”

“너 다시 일본 가서 공부할래?”

“일본? 왜 그런 말을 해?”

“아니..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 보다 남은 공부도 하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해서..”

“엄마 아빠 나 돈도 없어..학비가 얼마나 비싼대...”

“돈 걱정은 하지 말고..우리가 알아서 어떻게 해 볼테니까..”

“아니야..나 아무대도 안가..엄마랑 아빠랑 그냥 같이 살면서 직장도 다니고 그럴꺼야...”

“우린..”

“정말 나 괜찮다구..걱정 안하셔도 되요..”

“그래..그럼 한 번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 하렴..”

“식사들 하셨어요? 아 배고프다..엄마가 만들어주는 해물탕에 밥 한 그릇 먹고 싶다..”

“그래..조금만 기다려..엄마가 금방 시장 갔다 올게..준비 할 동안 좀 누워 있어..”

“아냐..그냥 있을래..”


집에 오니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불편한 맘이 든다. 사실 어른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좀 그렇다. 너무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맘 밖에 안드는 것 같다. 이젠 이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여기가 정말 내가 살 곳인데..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났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서류가 다 됐다고..그래서 만나자고..

난 서초동 모 커피숍에서 그 사람을 만났다. 내 얼굴을 빤히 처다 보는 그 사람의 눈을 난 마주치고 싶지 않다.

서초동 법원 근처에 어느 법무사 사무실에서 우린 “합의 이혼”이라는 서류를 작성했다.

서류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뭐 둘 사이에 자식은 있는지 서로의 주민 번호..또 이혼 사유..우린 성격차이라고 기재 했다.

아주 간단하구나..이혼 서류 라는게..마지막에 도장만 찍으면 끝이었다.

난 그 사람에게 위자료를 요청했다. 처음 갈등이 시작 됐었을 땐 내가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 고 한푼도 줄 수 없다던 그 사람.. 하지만 내가 본인의 여자 문제에 대해 다 알고 있다 하니 말이 바뀌었던 그 사람... 지금은 내게 위자료를 주겠다 한다.

그래..받으마..내 눈물의 댓가로..없는 돈을 마련해서라도 나와 헤어지고 싶은 당신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꼭 받을 것이다..그리고 깨끗이 헤어져 줄 것이다. 그래.. 그 여자랑 어디 한번 멋지게 행복하게 살아 보거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고 니들 눈에도 언젠가 피눈물 흘리는 날이 반드시 올것이다..어디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사나 지켜 보리라..

그래 깨끗이 헤어져 주마 조 민석..유영희..

그렇게 서류가 다 준비되고 법원에서 요청한 그 날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꽃샘 추위가 이토록 매섭게 느껴지기는 27년 만에 처음 인 것 같다..

남을 짊을 챙기려 오류동 집에 가게 됐다. 나오기 전 열쇠를 던지고 나온 상태라 나 혼자서는 들어 갈 수 조차 없다. 마지막 짊을 챙기러 간다하니 시아버님께서 손수 내 짊을 정리 해 주고 싶다 하신다.


“어서 오거라 아가야..”

“아버님 그동안 건강 하셨죠?”

“그래..넌 어떠니? 몸은 괜찮니?"

"네..“

“아가야..내가 네게 사과하마..정말 미안하구나..다 내 잘 못이다..다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운 죄다..아가야..용서 하거라..”


아버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내 손을 꼭 잡으시며 내게 연신 미안하다 하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아버님..죄송해요..다 제 잘못이에요..제가 잘 못했어요..”

“아니다..니가 무슨 죄냐..내가 다 못난 탓에 아들 교육을 잘 못 시켰다..”

“아버님...”

“아가야..내가 몇 번이고 설득을 해 봤지만 그게 잘 안돼더라..정말 미안하구나..”

“아니에요..정말 그런 말씀 그만 하세요..”

“그래..그래..잘 살아야 한다..정말 잘 살아야 한다..”

“네..아버님..아버님도 건강하셔야 해요..아버님 그동안 며누리 노릇도 제대로 못 해 드려서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다..넌 누구보다 예쁘고 착한 내 며누리다..비록 이렇게 헤어져도 넌 언제까지나 내 며누리야..”

“아버님..”


짊을 꾸리는 동안 나와 아버님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며 또 흘리며 그렇게 짊을 꾸렸다.

마지막인데 밥이라도 한끼 같이 먹고 싶다 하시는 아버님과 마지막 식사를 함께 했다.

밥이 제대로 넘어가질 않는다. 콧물 눈물 번벅에 정말 먹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 정말 죄송스럽고 죄송스럽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