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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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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BY 마지메 2006-05-18

 

언제 날이 셋을까?..

밤새 울부짖다 지친 난 식탁에 앉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만신창이 된 나

이미 내 맘은 다 타고 잿더미만 남아 있는 듯하다.

푸석푸석한 얼굴로 출근한다는 그 이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갔다 올게..끝나면 곧 바로 올 테니까 눈 좀 부치고 뭐 좀 먹어..너 요새 너무 말랐어 지선아..”


난 못들은 척 하며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본다.



“지선아 어제 얘기 했던 것처럼 오늘 다 깨끗이 정리 할게..다신 안 만날 테니까 넘 신경 쓰지 말고 있어..나 믿지..그치..정말 미안해 지선아..갔다 올게..”


출근한 그이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했다. 지금 기분 상태로는 말도 썩기도 싫고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오전 내내 창 밖만 바라 본채 깊은 한숨과 깊은 생각에 감겼다.

예전에 메모해 놨던 전화번호를 보고 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영희씨?”

“그런데요..누구세요?”

“나 조민석씨 와이프에요..”

“네?”

“조민석씨 와이프라고요..”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까요..아니면 이쪽으로 올래요?”

“네?”

“내가 회사로 갈까요?”

“아니요..밖에서 만나요..”

“유영희씨도 집이 이쪽이니까 우리 이쪽에서 만나죠..”

“그런데 왜 절 만나자고 하는지..”

“몰라서 물어요?”

“아니..”

“1시간 후에 만나요..”


난 그렇게 전화를 해서 약속을 했다. 아직 백화점이 폐점 할려면 2시간 가량 남았다. 하지만 난 그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기에 당장 만나자고 했다.

그 여자 또한 아직 퇴근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회사로 간다고 하니 몹시 놀란 듯 두려웠었나 보다 혹시라도 회사로 쫒아와 망신 아닌 망신을 당할 까 싶어서..그래서 인지 지금 당장 온다고 한다.

난 친정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나 그 여자 만나기로 했어..”

“뭐? 너 혼자?”

“응..”

“나랑 같이 만나자..혼자 만나서 뭘 어떻게 할려고..그런 년들은 독해서 너한테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언니..나 이혼 안해..아니 못해..그렇게 알고 엄마한테는 이 모든 일들 얘기 하지마..

민석씨도 잘 못 했다며 빌었어..그이가 다 정리 하겠대..”

“뭐? 너 지금 그 말을 믿어? 설상 그렇다고 해도 그런 더러운 새끼랑 어떻게 살려고 그래..됐다 지선아 차라리 정리해라..”

“언니 미안해 나 그래도 그이가 필요해..나 그이 없이 못 살 것 같아..미안해..”

“널 어쩌냐..난 모르겠다..모르겠어..”

“그 여자 만나서 내가 확실히 정리 할꺼야..그러니까 아무 말 말고 있어..”

“알았어..만나서 헛튼 소리 하고 그러면 전화해 내가 달려 갈테니까..”

“언니 미안해..그리고 절대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이야..제발 부탁해..내가 있다가 만나고 나서 전화 할게..”

“알았어..”


언닌 차라리 헤어지라며 날 설득한다.


그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지선아..너 개 만나자고 했어?”

“뭐? 당신 또 그 애랑 통화했어? 그런거야?”

“그게 아니라..”

“똑똑히 들어..어제 내게 했던 말 다 거짓말이야? 다 정리한다고 했지..헤어진다고 했지..”

“그래..”

“그럼 아무 소리 하지마..퇴근하고 집안 카페로 와..”

“개한테 무슨 소릴 할려고..이제 안 만나면 그만 인걸..뭐하러 만날려고 해”

“왜 내가 그애 잡아 먹을 까봐 걱정되나 보지..웃겨..”

“아니 그게 아니라..너가 더 힘들고 속상해 할까봐 그렇지..”

“언제부터 내 걱정 해 줬다고..됐으니까 내 걱정하지 말고 퇴근하면 곧 바로 오기나해..”

“지선아 꼭 만나야 겠어?”

“그래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내 입으로 똑똑히 얘기 할꺼야..자긴 정말 헤어진다고 했지..내가 무슨 소릴 하든 각오 하고 와..”

“알았어..끝나는 대로 갈게..미안하다 지선아..너한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난 기다리고 있다.

유영희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거울에 비친 초라한 내 모습을 최대한 감추고 싶다.

푸석푸석한 피부..어느새 말라 톡 뉘어나온 광대뼈.. 미친년 처럼 헝크러진 머리..

난 최대한 예쁘게 예쁘게 하고 나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렇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은 떨린다..

내가 정말 나가서 떨리 않고 잘 말 할 수 있을지..

손이 떨려 화장하기도 힘들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

예쁘게 예쁘게만 보이려는 모습이 더욱 날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시계 촛침 소리가 이토록 크게 들리는 것 처음 인 것 같다.

오늘 따라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