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으로 흘러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거울에 비친 헝크러진 머리와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는 얼굴..
하루 하루가 지옥이다. 잠을 잘 수도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점점 늦어지는 그이를 기다리는 난 술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때론 헝크러진 모습을 보이는게 너무 싫어 예쁘게 화장도 해보고 미용실에 가 머리도 해 본다. 하지만 그이의 반응은 여전하다.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지는 하루다.
죽도록 미운 그 사람이지만 난 바보처럼 그이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다.
바보 이지선..왜 이러고 있니..
눈물은 흘려도 흘려도 왜 이렇게 멈추지 않는지..
각방을 쓴지도 어느덧 일주일..
내가 이곳에 온지 한 달 남짓..
짧은 시간 동안 난 지옥 아닌 지옥 속에 갖혀 살고 있다.
이러다가 나 말라 죽을 것 만 같다.
이러다가 나 정말 죽을 것 만 같다.
울고 있는 날 바라보는 그인 이젠 지겹다고 한다.
이런 날 바라보는 그인 자기가 힘들다 한다.
그인 끝까지 여자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난 내가 알고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걸 말하고 싶지만 나 조차 여자 얘기를 꺼내지도 못 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인 내게 말한다. 처음엔 너무 낮설고 어색하게 느꼈었는데 그 맘이 시간이 흐르면 나아 질거라 생각했었다고,,하지만 더욱 안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그래서 더 이상 나랑은 못 살 것 같다고..
헤어지자고 넌지시 말하고 있다.
난 울며 매달린다. 그러지 말라고..좀 더 노력 해 보자고..
바보같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매달린다.
바보같은 이지선..
“지선아..도저히 안돼겠다. 너 이러고 있는 거 조차 너무 싫어..”
“그럼 나더러 어떻하라고..”
“우리 그만 헤어지자..”
“뭐..헤어지자고..말도 안돼”
“그럼 계속 이렇게 살거야..”
“그래..나 이렇게 살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잘 생각해봐..”
“뭘 생각해.. 자기 미쳤어? 잠시 떨어져 있었다고..잠시 어색하고 낮설다고 헤여져..그래서 그렇게 매일 늦게 들어오고 거짓말만 했던 거야?”
“그래..일찍 들어오면 뭘 해..너와 마주치는 것 조차 지겨워 지는걸..”
“뭐..지겹다고..어떻게 그런 말을..”
“그러니까 서로 더 안 좋은 감정 생기기 전에 우리 그만 헤어지자..”
“싫어 난 절대 못 해어져..우리 부모님 봐서라도 난 못 헤어져..”
“그럼 니 맘대로 해..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테니까 너도 나만 바라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어..그러면 되겠네..”
“자기야..왜 이래..자기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그만 울어.. 우는 모습 보는 것도 짜증나..”
“내가 괜히 우는 거야? 알잖아..나도 힘들어.. 힘들어 죽겠다고..”
“그래 그렇게 힘들어 하지 말고 우리 편히 살자..”
“몰라 그런 얘기라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난 그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왔다. 나쁜 인간 뭐..그냥 내가 싫어 졌다고..차라리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속 시원히 다 말해 보시지..내가 왜 너랑 이혼을 해..내가 미쳤냐..
우린 그렇게 매일 반복적인 다툼과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만 퍼 붓고 있다.
난 출근을 하든지 말든지 아무 관심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내게 그이 또한 아무 관심 조차 보이지 않는다. 날 없는 사람 취급한다.
“언니..민석씨 한테 여자가 생겼어..”
“뭐?”
“나한테는 여자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 여자 때문인 것 같아..”
“너 확실해 여자 생긴 거?”
“응..언니 나 어떻게 그 사람은 헤어지자고 하는데 난 못 헤어져..”
“이 등신아..그러게 무엇 하러 젊은 남잘 혼자 두고 거길 가..
근데 왜 이제 그런 말을 해..”
“언니..난 정말 그이가 그럴거라고는 상상초차 못했었어.. 설마 설마 했었다고..”
“안되겠다..내가 사람을 시켜서라도 확실히 알아 볼 테니까 넌 당분간 조용히 있어.”
“어떻 할려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집에 있기 그러면 엄마네 집에 와 있던가..”
“싫어 엄마 아빠 걱정 끼쳐 드리기 싫어..”
“그럼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그런 대접 받으며 그러고 살겠다고..”
“응..그냥 집에 있을 거야..”
“등신아..아 나도 모르겠다..”
언니와 난 부둥켜 안은 채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