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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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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BY 마지메 2006-05-10

 

 

의심의 끝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나 밤새 한 숨도 못자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의심만으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야만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단은 좀 더 지켜 보기로 맘을 먹었다.


의심 아닌 의심을 하고 있던 난 예전처럼 그를 대할 수가 없었다.

나또한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그이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날 바라보는 그인 더욱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날 대한다.

여전히 늦은 귀가.. 언제가 부터 난 그이의 벗어 놓은 양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일찍 들어오는 날은 발 냄새가 많이 난다.

매번 늦게 들어오는 날엔 발 냄새가 안난다.

여전히 나한테는 손 하나 까닥 하지 않는다.

언제가 부터 등을 돌리며 자는 그이를 난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결혼반지가 화장대 한켠에 놓아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해 묻지도 답하지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형식적은 간단한 말들뿐..

가슴이 답답하다.

너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어느 날 그인 이번 주 백화점 정기휴일 날 스키장이라도 한번 같다 오자고 한다.

한창 스키시즌이며 또 내가 스키장 가는 것을 아주 조아라 하고 있음을 알고 있고 그동안 내게 너무했다 생각했는지 바람도 쐴 겸 같다 오자고 한다. 하지만 난 이런 기분 상태로는 그다지 가고 싶은 맘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혹시나 내가 엉뚱한 상상을 하며 생 사람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 만큼은 아주 깊다고 여기고 있는 난 맘을 쉽게 정리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 혼란스런 맘들을 털어버리고 정리하고 싶은 맘에 그냥 갔다오기로 맘을 먹었다. 혹시라도 스키장에 가서 그이랑 이런 저런 얘기할 기회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저런 얘길 하다 보면 어쩜 괜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은 맘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그이에겐 차가 없기에 친한 경상씨 차로 셋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스키장에 가는 내내 별다른 말 조차 시키지 않는 그이.

스키장 내에서도 각자 행동을 했다. 난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영 맘이 편치 않아 한번 타고 오후 내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혼자 시간 보내게 할 걸 뭐하러 같이 오자고 했나 하며 원망아닌 원망을 한다.

괜히 따라 왔나 보다. 정말 후회스럽다. 남이라도 이렇게 까진 하지 않을꺼야..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고 집으로 향하는 길..집으로 가는 내내 그인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친구인 경상씨와 이런 저런 얘길 나눌 뿐..

날씨만큼 마음이 더욱 추워지는 듯 하다. 아....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다.

가슴 한켠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다. 그 구멍사이로 찬바람이 쌩쌩 불어 닦쳐 시리다 못해 찢어지는 고통이다.

 

집에 거의 다 와 가는데 그이에게 전화한통이 걸려온다.


“여보세요”


“어..집에 가는 길이야..”


“뭐? 수도가?”


“알았어..있다가 전화할게..”


난 분명 들었다 미세하게 나마 수화기를 통해 흘러 나오던 여자 목소리를..

자기 딴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통화 내용을 짐작 해 보자면 여자가 분명 그랬던 것 같다.

수도가 터졌다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있다가 가겠다는 둥, 있다가 전화하겠다는 둥 했던 것 같다. 그랬다.. 오늘은 정말 매서울 만큼 몹시 추운 날이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버젓이 내가 이렇게 옆에 앉아 있는데 감히.. 니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그래도 아직 난 니 마누라임을 잊었니?..내가 그렇게 우습고 하찮게 보이는지..

도저히 참을 수 없지만 그이 친구가 있기에 한 번 더 꾹 참기로 했다.

두고 보자 조민석 다 뒤집어서 밝혀 내고야 말거야..


“경상씨..집에가서 저녁 먹고 가요..집에 가면 혼자 밥 먹어야 되잖아요..

오늘 운전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우리랑 같이 먹고 가요..알았죠..”


난 나도 모르게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 분명 집에 도착하면 급한 약속이 있다하며 나갈 것 같은 그이의 모습이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다.

경상씨는 그이의 얼굴을 본다.


“경상아 미안한테 다음에 먹자. 오늘은 내가 약속이 있어서..미안”

“왜..자기 어디 가야 돼?”

“음,,그게 말야..”


말끝을 흐린다..

그렇겠지 나가야 겠지..


그렇게 경상씨 우릴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갔다.

난 속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그 무언가를 꾹 짖누르고 있었다.


“저녁 뭐 해 먹을까? 배 고프지..귀찮은데 그냥 사 먹을까?”

“어..지선아 미안한테 나 잠깐 나갔다 올게..한 한두 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어딜 가는데?”

“응..저기 친구가 좀 만나자고 해서..”

“누구?”

“있어..”

"진짜 너무한다고 생각 안해?“

 

아무 대답하지 않고 그져 흘끗 날 처다본다. 

 

“진짜 너무한다..됐어,,나가..나가라고.."


그인 안절부절 못하는 듯 싶더니 옷을 갈아 입고 나간다.

난 그이가 나간 뒤 곧바로 뒤 따라 나갔다.

뭘 그렇게 의심을 하는지 뒤를 힐끗힐끗 처다 보다 걸어 간다.

난 혹시나 들킬까 싶어서 들키게 되면 혼자 심심해서 비디오나 빌려 볼까 해서 나왔다고 할 참으로 대답을 준비하며 뒤를 쫒고 있다.

이런 내 자신이 한심하다. 왜 이렇게 그 사람의 뒤나 밟고 있는 신세가 됐는지..

너무 속상해서 미칠 것 같다.

난 잠시 머뭇 거렸다. 이렇게 뒤 쫒아 가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처량하게만 느껴 지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더 이상 다리에 힘이 없어 따라 갈 용기조차 기운조차 없었다.

아니 사실을 내가 생각했던 그 모든 일들이 현실로 내 눈앞에 펼쳐 질까봐 두려웠다.

바보 같은 이지선..


한시간..두시간..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

들어오지 못하게 문이라도 꼭꼭 잠궈 버리고 싶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한 체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어떤 여자 길래..어떤 여자 길래 이 늦은 시간에 날 혼자 두고 나간단 말인가..

그이 한데는 난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나라는 존재는 없는 것 만 같다.

우리 사랑이 이것 밖에 안됐었나?..

나쁜 사람..어떻게 나한테..

바보같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하.................. 한숨 밖에 안나 온다.


바보 같은 나

한심한 나

아무것도 묻지 못하는 나

바라만 보고 있는 나

듣고만 있는 나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나


죽고 싶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조차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