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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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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BY 마지메 2006-05-09

 

무료한 시간 시간을 보내면서 난 짜증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일본에서 서울로 돌아 온지 보름이 다 되어 간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그이와 난 부부관계를 딱 한번 했다.

나 보단 그이의 말에 의하면 좀 어색해서 못 할 것 같다 한다.

그래서 일 년 만에 갖은 부부관계에서도 어색한 정막이 흐르며 어렵게 아주 어렵게 관계를 맺게 되었었다. 좀 이상하게 생각한 난 여러 번 시도를 해 봤지만 피하는 쪽은 남편쪽이다. 사실상 나또한 어색하긴 마찮가지지만 그래도 그인 남잔데 그동안.. 뭐 부부관계에 대해서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우린 그렇게 보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온종일 청소하고 정리하고 모든 일들이 이젠 귀찮게 느껴진다. 정성껏 저녁식사를 준비해도 혼자 먹는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좀 일찍 들어 온다 싶으면 이런저런 얘길 하기 보다는 TV 보는게 다 였던 것 같다.

늘 밝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던 그.. 문득 그이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 봤다. 예전에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좀 묵뚝뚝한 표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말수도 적어지고 웃음도 적어진 것 같다.


한참 TV를 보고 있는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그인 슬며시 나의 눈치를 보는 듯 하다.

전화수화기를 들고 작은 방으로 나가는  그..

이런적 한번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수화기를 들고 나가는 걸까..

기분이 좀 상한다. 예전같지 않은 잦은 그의 행동에 조금씩 불쾌감 마져 드는 것 같다

내가 혼자 집에만 있다 보니 좀 집착아닌 집착을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별일도 아닌일에 혼자 맘 상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이지 맘이 편칠 못하다.


“누군데 나가서 받는 거야?”

“어..경상이..”

“경상씨? 근데 왜..”

“아니 너 TV보고 있으니까 잘 안들려서 그렇지 뭐..”

“내가 묻고 싶었던건 무슨 용건이냐는 거야...”

"어? 난.."

 

     도둑이 제발 절인다고 했다. 그가 바로 그런 것이다. 내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여자의 직감은 속일 수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씩 떨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

“경상씨?” 하며 물었을 때의 흔들렸던 그의 눈동자를 난 똑똑히 봤다.

날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미세하게나마 떨리던 그의 목소릴 난 들을 수 있었다.



난 그이가 먼저 잠들길 기다리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인 한번 잠이 들면 좀처럼 깨지 않은 사람이다.

오늘은 그게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일찍 잠든 그이의 모습을 보다가 문뜩 그이의 양복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이 생각난다.

난 슬며시 안방으로 들어가 그이의 양복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 안에 들엔 결혼사진. 그리고 카드 명세표가 다인 것 같다.

"그래도 맘 한켠에 그래도 결혼 사진 만큼은 꼭 가지고 다니네" 하며 잠시 회심의 미소를 띄워 본다. 여러장의 카드명세표,,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을 보자니 식당 같은 느낌이 든다.

날짜를 꼼꼼히 보게 됐다. 이상하다 회사일로 늦는다고 했던 그 날들인 것 같다.

왜 회식자리에서 본인 카드를 사용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정말 이상하다.. 여러장의 명세표가 죄다 음식점 명세표와 영화관 명세표 뿐 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하다..

지금은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오늘따라 시계 초침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작은방에 노여져 있는 그이의 핸드폰을 들고 안방으로 왔다.

수신번호를 확인했다. 지난번과 마찮가지로 이름없음으로 전화번호만 찍혀있는 번호가 있다. 백화점 폐점 시간을 기점으로 3번의 통화기록이 있다. 모두 같은 번호로..

난 나도 모르게 전화 번호 검색을 하고 있다.

몇일 전에 적어 놨던 전화번호를 맞춰가며 보고 있다. 중복번호 1개 단축다이얼도 아닌데 이름 없음으로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난 그 저장번호를 향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벨이 한번 두 번 세 번

드디여 네 번째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난 너무 놀라 그 여자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여자 목소리..

어떻하나..여자 목소리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난 아 무말도 하지 않은 채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방 여자..좀전에 내가 들었던 그 여자 목소리가 틀림 없다.그 여잔 여보세요를 두번 하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수화기를 들고 있다.

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뭐라고 대답할 수 가 없었다.

그랬구나..정말 뭔가 있었구나..

내가 생각했던 수 많은 것들이 나의 집착만이 아님을 난 느낄 수가 있었다.

가슴이 떨리고 손발이 떨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난 문득 장식장에 있던 양주가 생각 났다.

커다란 글라스에 한가득 따라 마시고 이 모든 일들을 까마득히 잊고 싶었었나 보다

그 쓰디쓴 양주도 물처럼 느껴지고 정신은 더욱 맑아짐을 느낀다.

정말 그랬구나..

이 사람이 나한테..


그래 그래서 일본에 있었을 때도 날 오지 못하게 했었구나..

그래 그래서 일본에 있었을 때도 연락이 없었구나..

그래 그래서 그렇게 매일 늦었구나.

그래 그래서 나 한테 무뚝뚝 했었구나..

그래 그래서 늘 아직은 낮설고 어색하다 했었구나..

그래 그래서 부부관계도 피했었구나..

그래 그래서 날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게 변했었구나..


엄마 나 어떻해요..나한테 정말 무슨 일이 일어 날 것 같아요..

너무 무섭고 떨려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늘 아닐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정말 무슨일이 일어 날 것 같아요..

정말 이 모든 생각들이 현실로 다가오면 나 어떻해요..

엄마 나 어떻해요..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닦아도 닦아도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