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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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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학 생활기 -(12)일본생활 11개월째-갈등lll..


BY 마지메 2006-05-04

 

(12)일본생활 11개월째-갈등lll..


오늘은 2000년의 마지막 밤..곧 있으면 2001년이 되는구나..

그이에게 전화를 해 봐야겠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전화를 안 받는다..

또 다시 걸어본다. 지금은 2000년에서 막 2001년이 될려는 순간이다. TV에선 난리도 아니도 폭죽에 함성에.. 서울도 지금 난리도 아니겠지.. 오늘같은 날은 집에서 맛있는거 먹으며 TV 보는게 딱 좋다고 언니는 말한다. 나가면 고생이라고..

난 아무리 늦어도 10시전에는 들어 온다 언니가 걱정하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아무리 말이 통해도 아무리 지리를 잘 알아도 여긴 한국이 아닌 일본땅이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한다. 사실 나도 축제를 즐기며 또 친구네 집에서도 자고 오고 싶지만 왠지 언니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언니가 아니라 시누이지 않은가..지금은 친 동생처럼 대해 주고 있지만 그래도 나중에 흠잡 힐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친 언니가 아닌 시누이기 때문에..

 

또다시 전화를 해본다..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아 2001년이 시작 됐구나..

벨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 목소리 안들리나 보다..

“자기야 어딘데 왜 그렇게 시끄러워?”

“어? 뭐라고?”

 

음악 소리도 사람들의 소리도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분비는 밖인 것 같다.. 그런데 희미하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누군데 그래?” 라고,,


“자기야 나야..어디야? 잘 안들려?”

 

“잘 안들려,,내가 다시 할게..”


그렇게 전화를 뚝 끊어 버린다..

 

10분 20분 30분..1시간 2시간 3시간.. 전화가 없다.

지금은 새벽 4시가 넘어가고 있다. 통 잠이 오질 않는다. 혼자서 쓸쓸히 지낼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나 없다고 더 즐기며 사는 것 같아 맘이 씁쓸하다.

내가 잘 못 들은 걸까?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누굴까?.. 직장동료? 지나가는 행인의 목소리? 도대체 누굴까?..

잠이 오질 않는다. 다시 전화를 걸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맘이 아프다.

낼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다. 뭐든지 내 눈으로 내 귀로 확인하고 싶다.

다음주면 서울로 간다. 하루 하루가 더디다. 


몇 일 내내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안감이 밀려온다. 미치도록 몸서리도록 가고 싶던 서울이 갑자기 무서워 진다. 뭔지 모를 불안감과 초조함에 하루가 길다..


“자기야 나 모레 가는거 알지..오전 11시 반이면 공항에 도착 할거야..”

“알고 있어..회사에도 미리 얘기 해 놨으니까 걱정하지마..”

“혼자 나오는 거야?”

“아니 아버지가 올라오신데..”

“알았어..뭐 별일 없지..”

“별일은..”

“그럼 모레 보자..잘자구,,사랑해..”

“나두..”


나두란다..예전 같으면 사랑한다 말 했었다..늘 사랑한다는 말을 쑥쑤럽게 생각하는 그이지만 그래도 좋아한다.. 또 내가 듣는걸 좋아 하기 때문에 입버릇 처럼 사랑한다 말해 줬던 사람이다..그런데 이젠 그런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나두 밖에..

낼 모레..드디어 가는구나..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좀더 있으면 좀더 공부하다 가면..하는 맘이 이었는데 언제가부터 하루빨리 가고 싶은 맘 뿐이다.

뭔지 모르게 빨리 가서 제자리로 돌려 놔야 할 게 많을 것 만 같다.

이사한 집도 무지 궁금하다. 나없이 이사는 잘 했는지 어떤 집인지. 가구 배치 같은 건 짊은 잘 정리 했는지..참 궁금한게 많다. 그동안 묻지 못했던 듣지 못했던 수많은 얘기 보따리를 풀고 싶다. 그이와의 잦은 다툼으로 서먹서먹 했던 우리의 관계도 예전처럼 다시 되 돌려놔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드디어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설레임 반 불안감 반으로 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침 비행기를 탈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공항까지 2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일찍일어나 서둘러야 한다. 언니도 나랑 같이 가길 원했었는데 티켓이 없어 하는 수 없이 구정 지나면 온다한다. 같이 가면 좋으련만.. 어머니께서 언니를 많이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혹시나 같이 오나 하며 내심 기다리는 눈치셨는데 많이 서운해 하시겠다.

가족들에게..그이에게 줄 선물을 하나 둘씩 챙겨 본다. 내 힘으로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이런걸 사게 된거에 대해 뿌듯함과 대견함을 가져본다.

많이 힘들고 지친 일본생활..그래도 나름대로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인정 많고 따뜻하게 대해 줬던 오니이상도 그리울 것이다. 결혼식 때 한번 보고 일본에 와서 두 번째 본 건데 그렇게 잘 해 줄 수가 없었다. 난 운도 인덕도 많은 사람인가 보다.


“오니이상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가는구나..”

“네..건강하시고요 한국에 꼭 놀러 오시고요..”

“알았어..휴가 때 꼭 한번 가지..”

“꼭 오셔야 해요..약속해요..”

“약속..”

“아..많이 보고 싶을 거에요..오니이상..”

눈물이 난다..

“잘가고 건강하고..일본말 잊어 버리지 않게 꾸준이 공부하고,,”

“네..모르는 것 있으면 전화 해도 되죠?”

“그럼 언제든지..”

“네..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정말 감사했습니다..그만 갈께요..안녕히 계세요..”


난 그렇게 가슴 찡한 이별을 하고 언니와 공항으로 출발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처음 일본에 왔을 때의 하늘 빛과 같다..


“날이 흐리네..오늘도 잿빛하늘이네..비가 올려나..”


 기네식이 나왔는데도 통 먹고 싶은 맘이 안든다..잠도 안온다.. 이런 저런 잡 생각에 한숨자고 일어나면 도착 해 있을 것 같아 잠을 청해 봐도 통 잠이 오질 않는다다.. 간밤에도 뜬 눈으로 날이 셋는데..

이제 한 30분만 있으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아..떨린다. 

드디어 도착했다..생각했던 것 보다 날씨는 꾀 좋아 보인다..

파란 하늘이 따사로운 햇살이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일년만에 돌아 왔구나..

너무나도 긴 시간 이었는데..

“지선아 일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난 나 자신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