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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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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요리 솜씨


BY myheart 2006-03-23

  우리 엄마의 요리 솜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세상에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엄마에게는 그게 바로 요리라고 하십니다. 다른집에 가면 현미밥도 있고, 콩밥도

있고, 잡곡밥도 있지만, 우리집은 일년내내 항상 쌀밥입니다. 제대로 된 정상적인 쌀밥을

먹는 것도 드뭅니다. 언젠가는 너무 급하게 밥을 하시려다가 전기밥솥에 쌀만 넣고 물을

안 넣은채 시작 버튼을 누른적도 있으셨답니다.

   다음은 어느 집에서나 다 먹는 된장찌개. 이것도 엄마에게는 아주 힘든 숙제입니다. 맛

있게 해주시기 위해 버섯,감자,호박,양파,파를 넣으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냉장고 안에 조

금 남은 재료들을 항상 찌개 그릇 안에서 발견하고는 합니다. 새우, 쇠고기, 돼지고기, 부

침용 두부, 냉이, 피망, 시금치, 미나리, 단호박 등등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된장찌

게의 맛을 참으로 독특하다고나 할까요. 가끔은 삶은 달걀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

직까지 땅콩이나 오이같은 것을 넣으신 적은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생선 만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십니다. 생선들은 거의 다 눈을 부릅

뜨고 죽어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으시답니다. 엄마를 위해 선글라스를 쓴 생선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자반 고등어를 사오셔서 구워주실 때 항상 소금을  듬

뿍 뿌려서 구워주십니다. 짜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타서 도대체 이 생선의 이름은 무엇일

까 가족끼리 퀴즈를 하면서 먹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진짜 자반 고등어의 맛이 어떤것인지 는 친구네 집에 가서 먹어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파전을 하는 날은 초비상입니다. 반죽을 프라이팬에 두르시고는 깊은 심호흡을 하시며

조금스럽게 뒤집으셔도 항상 파전이 찢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먹기 편하게 해

주시려고 일부러 찢어서 뒤집는 거라는 엄마께서는 이 비결을 결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을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크면 알려주시겠지요? 그러면 저는 그 때 재빨리 특

허를 낼 예정입니다. 이런 걸로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 엄마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텐데.

    엄마는 퓨전요리에 가장 취미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저께 미역국을 먹고 어제 콩나물

국을 먹었다면 오늘은 미역콩나물 퓨전국을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우리 아빠는 엄마

의 퓨전 요리를 무척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 한가지 제목만 있는 요리가 세상에

서 제일 맛있다고 하십니다. 나도 요즘은 점점 아빠와 같은 마음이 생깁니다. 엄마의 퓨

전요리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한번 우리집에 손님이 오신다고 신선로 요리를 하시겠다고 선언을 하셨지만,

메츄리알 까는 것이 너무 힘드셔서 중도 포기하시고 소세지 볶음으로 대신하셨습니다.

엄마가 결혼전에 해파리 냉채를 하셨었는데 외삼촌은 이 요리를 드시고 이틀이나 가출을

하셨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잘 하시는 요리는 단연 라면요리입니다. 엄마는 도를 닦으시는 표정

으로 계랑컵에 정확하게 물을 조절하시고 라면을 끓여 주십니다. 그 맛이 분식집 라면맛

과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저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계속 이렇게 잘 끓이신다면

언젠가 엄마가 분식집 사장님이 되실지도 모릅니다. 김밥을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자르시는 것만 고치신다면 말이죠.

      다음에는 엄마의 청소 생활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