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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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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BY 푸른소나무 2006-01-26

 잠깐 눈을 감은 사이 작은 햇살이 내 창문에 누워있다.

어제부터 자꾸 눈앞을 맴도는 기억하나, 내 친구의 얼굴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내 머리르 아프게 하는거야?"

혼자 중얼거리다 의자에 앉았다.

따르릉, 따르릉...

거실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전화 벨소리. 뛰어가서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급할것도 없는데 갑자기 이런 행동에 웃음이 나왔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세요? 전화를 걸었으면..."

"저..기..."

이상하다.

낯익은 목소리의 떨리는 음성이다.

누굴까? 누구였지?

"저..기.., 저, 혜민이에요."

"혜민이? 정말 혜민이라고? 네가?"

유혜민.

기억속에 차곡차곡 묻어 두었던 바로 그 이름 석 자. 유 혜 민.

"무슨일이야? 정말 오랜만이네."

부르고 싶지 않은 그 이름. 또 생각하기도 싫었던 그 이름.

내가 그렇듯 사랑했던 남자, 강진우를 얌체마냥 빼앗아 가버린 여우같은 여자의 이름이다.

"웬일이지? 나와 할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있나?"

"저..기, 우리 아직 친...구 맞나요?"

친구라고?

어떻게 원수끼리 친구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건지.

우린 분명 누가 봐도 원수가 틀림없는데, 무슨 친구타령이람?

"왜 나와 친구가 되어야하지? 내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미안해요, 그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요."

"그만, 됐어. 나도 이젠 아무 할 말이 없어. 그만 전화 끊을께."

뚜뚜뚜......

내가 너무 했나?

얄밉기는 하지만, 뭐라고 얘기할지 한번 들어나 볼 걸 그랬나?

헤어진 지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힘든 아픈 상처들을 겨우 달래고 있는데, 이제와서 친구라는 인사를 남긴 엉뚱한 그녀의 전화가, 계속 나의 가슴을 두근두근 방망이질 했다.

친구는 무슨 친구?

오늘 정말 재수없는 날이다. 잠이나 더 자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