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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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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3/ 그녀가 매달리다 (3)


BY 盧哥而 2005-08-28

 

그녀가 매달리다 (3)




그녀는 내 입술을 아무 반응 없이 받았다.

아까 흘러내렸던 눈물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입술에서 짭짜름한 소금 맛이 먼저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의 그 사건 때문에 놀랐던 탓인지 그녀 입술엔 바짝 말라 얇게 벗겨진 살 껍질들이 일어서 내 입술에 까칠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내가 젖은 혀를 움직여 그녀의 입술에 물기를 묻혀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은 촉촉하니 젖어들며 다소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열려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은 굳게 다물려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순간 내 머리 속으로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도 일부러 안마시고 일찍 귀가하며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그동안 20여일이나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내 결심은 무엇이었고 방금 전 아내와의 통화에서 금방 돌아갈 것이라고 한 내 약속은 또 무엇인가.....?!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덮은 채 그렇게 갈등했지만 내 몸은 내가 안고 있는 그녀의 몸을 결코 놓으려 하지 않았다.

차츰 그녀의 입술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게 느껴졌고 이내 뜨거워져 가는 게 느껴져 왔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열려 혀를 밀어 넣자 그녀의 입술은 힘없이 열렸다. 그리고 단단하고 매끈한 그녀 치아의 상아질이 느껴졌다고 하는 순간 그 치아들도 바로 열렸다.

내 혀는 바로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 듯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의 단내 나는 혀가 내 혀를 휘감았다.

나는 그녀의 양팔 채 통째로 안고 있던 내 팔을 풀어 그녀의 팔들이 내 목을 두르게 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목마른 사람처럼 그녀의 입술과 혀를 허겁지겁 빨았다.

처음 억지로 내 목을 감았던 그녀의 양팔에 힘이 차츰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


나는 집으로 몰고 가는 차 속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에 계속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민주의 가게 ‘칸타타’를 나선 것은 이미 밤 열한시를 넘은 시각이었고 열시 반께 부터  서너 번은 더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받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시간에 민주의 가게, 그 남자가 다 두들겨 부수고 엉망진창으로 흩으러 놓은 그 가게 한 구석의 낡은 긴 소파 위에 그녀와 반라의 몸으로 서로 끌어안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 민주의 입술을 탐하면서 내 몸은 또다시 끓어오르는 육정(肉情)에 부풀어졌고 나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녀를 눞힐 자리를 찾다 가게 저 끝 구석에 나뒹굴어져 있는 그 소파를 발견했던 것이다.

나는 한 팔로 그녀를 계속 끌어당겨 안은 채 한 손으로 출입문을 잠그고 그녀를 안은 채 뒷걸음질 시키며 그 소파 쪽으로 다가갔고 모로 쓰러져있던 그 소파를 바로 세워 놓고 그 위에 그녀를 부둥켜안은 채 넘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좁고 옹색한 소파 위에서 나는 색에 미친놈처럼, 마치 강간범처럼 그녀를 유린했다. 그녀의 바지와 팬티만 겨우 허겁지겁 끌어내린 채...

오매불망 그리던 광맥의 흔적을 발견하고 미친 듯이 곡괭이를 휘둘러 파들어 가는 골드러시 때의 광부처럼 끝없이 깊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속으로 파고, 또 파고들었었다.

그런 미친 듯한 섹스를 퍼붓던 소나기처럼 끝낸 후 나는 그 비좁은 소파 위에서 옷도 추스르지  못한 채 그녀를 꼭 끌어안고 한 시간도 넘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한참을 있다 그녀가, 이제 내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죄송해요..’라는 말로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할 때 나는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나는 그때까지 그녀에게 들은 그녀의 모든 이야기, 그 남자가 한 그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 그녀와 있었던, 내겐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들만으로도 내 머리 속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어지러웠다. 그래서 그때는 더 이상 그녀에게  다른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내 머리 속의 혼란한 상태를 정리할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 채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고 옷을 추스르고 바로 가게를 나가려고 했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출입문 쪽으로 가는 나를 그녀가 바지를 추슬러 입으며 급히 따라 나왔다.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다 차마 그녀에게 아무 말 없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그녀 민주는 내 등 뒤에 바로 다가와 있었고 그 커다랗고 슬픈 눈으로 나를, 어떤 내 처분을 기다리는 듯이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잠시 할 말을 못 찾고 머뭇거리자 그녀가 먼저 힘들게 입을 뗐다.

‘ ...다시는 전화하지 않을 게요... ’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이 보였다.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순간적인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나는 아무 대꾸 안 하고 그냥 출입문을 밀었다.

그 순간 그녀가 나를 잡으려하다 무릎으로 쓰러졌다.

나는 이미 한걸음 문 밖으로 내딛는 중이었다. 아마도 내 허리께를 붙잡으려 했을 그녀의 몸짓은 그 바람에 내 한 쪽 허벅지를 끌어안고 쓰러진 형국이 됐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 하는 비명 같은 소리를 입 속으로 내지르며 그녀를 다시 돌아보았다.

무릎을 꿇고 내 허벅지를 끌어안은 채 그녀는 이미 눈물이 흥건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시는 전화하지 않을 게요. 안 할게요...’

그녀는 울음 섞인 소리로 그렇게 내게 말하고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내일 내가 연락할 거야. 걱정하지 마...’

커다랗고 눈물 흥건히 젖은 그녀의 눈을 향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안고 들먹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아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그녀에게 말하고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리고 있는 나를 퍼뜩 발견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었다.


내 차는 어느새 아파트 단지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삼거리 교차점에서 좌회전을 받고 돌아서면 바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였다.

정지 신호에 걸려 깜박이를 켜놓은 채 기다리는 사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딸애 찬희가 받았다.

아빠의 목소리가 반가운지 뭔가 조잘거리려는 걸 막아버리고 엄마를 바꾸라고 했다.

찬희가 좀 서운해 하며 아내를 금방 바꿨다.

‘미안해. 일이 좀 꼬여서 지금 돌아오는 중이야.’

아내가 먼저 말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말을 했다.

‘기분이 좀 그래서 아파트에 차 세워두고 앞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고 들어갈게.’

아내는 잔뜩 벼르고 있었던 듯 음성을 높여 무슨 말을 꺼내려 하다가 내가 그렇게 선수를 치자 금방 수그러들었다.

마트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겠다던 사람이 시간 맞춰 오지도 않았고 그 나마 자신이 여러 번 한 전화를 받지도 않은 채, 온다던 시간보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늦게 들어오는 내게 단단히 화풀이 겸 잔소리를 늘어놓을 작정이었을 텐데 말이다.

‘알았어. 많이 마시지 마. 안주 챙겨 먹고...한 병 반 이상은 안돼!’

하는 아내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나는 핸드폰의 뚜껑을 닫았다.

죄회전 신호가 금방 떨어졌기도 했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더 이상 통화 할 염치가 없었다.

내가 신호대기를 하는 사이 아파트 앞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머리가 혼란스러워 술이라도 마셔야겠다는 생각도 생각이지만 금방 다른 여자와 섹스를 끝낸 몸으로 아내 옆에 다가간다는 것이 양심상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