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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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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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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BY 가우디 2005-08-16

여자는 그의 누이였다.

여자의 어머니와 그의 아버지가 부부이므로 그들은 틀림없는 남매였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봄 햇살이 따스하던 어느날, 새어머니가 고등학생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우리 미애는 고3이니까...지환이 보다 두 살이나 누나네."

새어머니는 호호 웃으며 그에게 여자를 소개했다.

"이제 너희 둘은 남매가 된거야. 잘 지내도록 해."

그의 아버지가 이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정말 남매가 되었을 지 모른다.

'잘 지내라고?'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날 저녁, 그가 경멸해 마지않는 두 남녀는 저녁모임이 있는 모양이었다.

"미애야, 지환이 저녁 챙겨줘라. 모임 끝나는대로 얼른 올께"

새어머니는 이미 현관을 나간 아버지에게 들리도록 일부러 큰소리로 당부했다.

남매는 그러는 거야...

 

"널 누나라고 부를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그러니 꿈도 꾸지마."

그가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옆에 서있는 여자를 밀치며 말했다.

"젠장, 기집애랑 단 둘이 밥 먹게 생겼잖아."

그는 신경질적으로 식탁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물이나 줘!"

여자는 말없이 냉장고쪽으로 걸어갔다.

그 때, 그는 처음으로 여자를 유심히 보았다.

까맣고 윤기있는 단발머리를 빼면 여자에게서 생기란 찾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집을 들어서면서부터 여자는 한마디도 말을 한 적이 없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듯 불안하게 서있는 여자를 보는 순간, '너무했나?'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넌 나중에 먹어."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여자는 '예''아니오' 이외의 말은 하지 않았다.

여자의 엄마는 딸의 상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정작, 여자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 그였다.

항상 말없이 창밖만 응시하는 여자가 가끔은 신경이 쓰였다.

그 날도 그들의 부모는 저녁모임으로 집을 비웠고, 1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잘들 놀고있네. 쓰레기들!"

그는 이불을 휙 뒤집어쓰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잠시 잠을 청하던 그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그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쥐어뜯었다.

"조용히 좀 해. 조용히!"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방을 나온 그는, 곧장 울음소리가 나는 여자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문을 확 잡아당겼다.

여자의 눈물범벅 된 얼굴이 그의 출현에 놀라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런 여자를 보며 그는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이내 수그러들었다.

"신경쓰여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미안해..."

가녀린 여자의 겉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낮은 저음으로 여자는 첫마디를 뗐다. 미안하단 여자의 말이 그를 자극했다.

"밤마다 이러니까 미안하지? 그러니까 울지마. 제발 울지마. 듣기 싫어. 정작 울고싶은 사람은 나란 말이야! 누군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줄 알아?'

그가 소리질렀다.

"난 이 집에 오고 싶지 않았어. 아빠랑 살고 싶었는데...여긴 지옥이야. 너한테는 미안하게 됐지만..."

여자는 울음을 삼키며 다음말을 이었다.

"...나는 여기가 너무 싫어."

겁에 질려있었지만 단호한 말투였다.

'그래, 너만큼 나도 여기가 싫다...'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책상위에 놓인 티슈통을 발견하고 여자에게 내밀었다.

"눈물 닦아."

여자는 티슈 몇장을 빼서 눈물을 닦았다.

"네 아버지 때문에 우리 아빤 폐인이 됐어. 가난했지만 행복했었는데...엄마가 집을 나간 후에 아빤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람을 죽이고 지금은 형무소에 계셔..."

여자가 그를 노려보았다.

"...네 아버지 때문이야!"

그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살아는 계시는구나. 우리 엄만..."

순간, 이런 말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내 한숨처럼 내뱉고 말았다.

"네 엄마 때문에...돌아가셨어..."

여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여자를 보았다.

"...자...살."

그는 정답을 알려주는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 말했다.  

잠시 모든 것이 정지된 듯 고요했다.

"흐흐흐...."

"크크..."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웃음소리가 삐져나왔다.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순간, 그는 첫 날부터 왠지 이 여자가 싫지 않았음을 생각했다.

"우리...사귈까?...어차피 개자식들이니까...크크크!..."

순간, 여자가 그를 보았다.

"푸하하아!..."

그는 여자의 시선을 의식하고 더 크게 웃었다.

여자는 이미 웃고 있지 않았다.

웃음의 잔재만이 남아있는 사각의 조그만 방은 순식간에 그들을 더욱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일어서려는 그를 여자가 잡았다.

"가지마."

그는 대답대신 여자를 꼭 안았다.

그의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할 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미 남자였다.

몸이 하는대로 맡겨만 두면 되었다.

여자도 바들바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부모가 외출한 밤이면 두 사람은 함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적어도...그들은  돌을 던지지 못하리라.'

그러나 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와 여자에게 당당하게 돌을 던졌다.

여자의 어머니는 여자의 머리채를 한웅큼 뽑아들고, 여자의 가난한 짐꾸러미를 집밖으로 내던졌다.

그 때가, 여자나이 스무살, 그를 만난 지 1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이었다.

집을 나온 여자는 영원히 그를 떠나려했다.

그러나 몇년 후, 군대를 제대한 그는 기어이 여자를 찾아냈다.

도망치기를 체념한 여자는 '보헤미안'을 열었고, 그와의 사랑을 다시 받아들였다.

 

내가 그를 사랑하기 전까지...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