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후 비행기가 착륙하오니 승객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여주시기바랍니다."
낭랑한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기내에 퍼진다.
예림은 아직도 멍하다.
'뭐가 어떻게된거지?아까.. 재혁이었는데... 자주 만나게될꺼라니.. 이기분은 또 뭐냐구..'
아까부터 예림이 이상했는지 그녀의 남편은 자꾸 어디아프냐고 묻는다.
"아니야.. 오랫만에 나와서 들떠서 그런가봐.. 너무 좋..아..서.."
이렇게 대충 둘러대고는 다시 한번 생각에 빠진다.
예림도 가끔은 재혁을 생각하긴했다.
재혁의 핸드폰 문자가 가끔씩은 가슴 한켠에서 불쑥 튀어나올때가 있었던것이다.
가끔씩 평범한 주부의 일상에 좋은 추억거리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수없을만큼 빠르게 그녀곁을 스치고지나간 재혁의 목소리가,그의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있었다.
리조트에 도착한 예림의 가족들..
두채가 서로 붙어있고 개인정원이 딸린 예쁜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통유리로 만든 레스토랑에서는 정면으로 바다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아담하고 깨끗한 풀장이 보인다.
해질녘 붉은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저녁을 먹은후 예림은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서인지 피곤에지쳐 골아떨어진 아들을 침대에 뉘이고 테라스에 나가 밤바다를 감상하고있다.
"가이드랑 한잔할껀데 자기 같이안갈래?"
"아니.. 자기나 다녀와.. 난 환희자는거 봐줘야지 깨면 어떡해"
"응.. 근데 아까부터 왜그래 멍~ 해가지구.. 진짜 어디아픈거아냐?"
"...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너무 늦게까지 있지말구..다녀와요.."
자상한 남편.좋은 부모님들과 형제들..
예림은 큰 불만 없이 평범한 일상생활에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며 살고있는 31세의 주부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영혼을 뒤흔들만한 달콤한 유혹이 다가오고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까 많이 놀랐지?미안.. "
"?...?"
나즈막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
또 한번 놀란 예림...
그녀의 숙소와 붙어있는 또다른 숙소의테라스.
재혁이다.
훤칠한 키에 까만 피부, 부리부리한 눈빛에 카리스마가 넘친다.
마치.. 그를 난생처음본사람처럼 예림은 그에게 순간적으로 반해버렸다.
"재혁이... 아까 공항에서도.. 너.. 맞구나.."
"잘지냈어?나.. 너.. 많이 보고싶었어... 여기에서 만난건 우연아니야.. 내가 너 보고싶어서 그래서 온거야"
단도직입적인 말투...
예림은 뭐가 어떻게된건지 상황정리가 되지않는다.
"너무 놀라서 말하는거 잊은거야?인사정도는 해줘야지.."
한쪽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표정이 거의 살인적이다.
"6년만이지...? 그동안 조금 변했다... 아기엄마라 그런지 살도 좀 쪘네?"
놀리는듯한 그의 말투에 예림은 움츠러든다.
동생이라고 못박듯 생각했던 재혁이 6년만에 갑자기 남자로 그녀앞에 서있다.
예림의 머릿속에 6년전 그 문자가 맴돈다.
'ㅅㄴㄹㄴㅎㄴㄷㄴ'
ㅇ ㄴ
더이상 누나라 부르지않는 재혁...
갑자기 예림은 그를 그리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에 찌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재혁과의 일들이 가끔씩 그녀에게 위안을 주어왔다는것을...
재혁이 눈앞에 있는 이순간 깨닳은것이다.
이제야... 그녀도 6년동안 영혼 저 깊이 묻어버리고 일부러라도 모른체했던 재혁에 대한 사랑을 깨닳게되는 순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
재혁이 예림의 눈앞에 나타나지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사랑...
이제... 위험하고도 달콤한 유혹이 예림앞에 다가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