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림의 남편은 무척이나 자상하고 부드러운 외모를 지녔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교양있고 덕망높은 시부모님과 말없이 따뜻한 성품을 지닌 아주버님 그리고 친언니 이상으로 그녀를 아껴주는 형님..
그녀는 행복해보인다.
자랄수록 아빠를 쏙 빼닮아가는 귀엽고 건강한 아들까지 그녀는 부러울것이 없어보인다.
재혁은 마음이 아팠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행복한모습을 알아갈수록 마음이 아파오는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재혁은 예림의 곁으로 다가간다.
예림조차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서서히 말이다.
멀리서 그녀의 모든 소식을 전해듣고있는 재혁...
이제 그녀를 만날때이다.
100년만의 폭염이라는 올여름.. 참 무덥다.
예림가족일행은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기위해 인청공항에 와있다.
공항은 해외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저기 아릿따운 젊은 아가씨들이 서로 자랑하듯 어깨를 드러낸 섹시한 티에 미니스커트로 한층 뽐을 내고 친구들과 호들갑스럽게 떠들고있다.
비행기도 타지않았는데 벌써부터 외국에 나와있는 느낌이다.
예림은 행복하지만 잠깐씩 우울해진다.
이미 아줌마가 되어버렸다고생각한 그녀는 아기를 낳아 다소 통통해진 자신의 몸매가 불만스러운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15개월된 그녀의 귀여운 아들이 신나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면 가족들과 까르르 즐거운 웃음으로 그 우울함을 날려버린다.
"나 화장실좀 다녀올께~ 아들..! 아빠랑 놀구있어 엄마 금방 다녀올께~"
예림은 총총걸음으로 북적대는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간다.
신혼여행을 다녀온후 처음으로 나가보는 해외여행이라..
예림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야자수그늘에 가있었다.
"안녕.. 너무 오랜만이지.. 행복해보이네~"
너무나 놀란 예림.
"앞으로 종종 만나게될꺼야.. 너무 놀라지마"
재혁은 스치듯 그녀곁을 지나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림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너무 놀라서일까.. 그녀는 한동안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모습으로 서있는지 잊은채로 그의 뒷못습이 사라지는걸 보고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