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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 사이


BY 애니 2005-09-20

“얘, 은하야.  골프 나오는 윤 태식 교수 있지?  저기 말이야. 저기 조 교수님 하고 배구 하시네.”

혜리가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배구대에서 조 교수와 남 교수 그리고 몇몇 대학원생들을 살짝 눈짓으로 가리켰다.

“글쎄 세희 지도 교수 남편이시래.”

“… 그래?”

“얘 세희야, 너네 그 교수 이름이 뭐라고 했지?”

혜리는 옆에 앉아 수박을 베어 먹고 있는 세희를 돌아다 보더니 송 뭐지? 했다.

“송 경희 교수요?”

“응 맞아, 송 경희.  얘, 세상이 참 좁지 않니?  아무튼 한 다리 건너면 다 알게 돼 있다니까.”

혜리를 통해 전해 듣는 그의 아내 이름은 평범했지만 몹시 낯설고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아내가 있는 것도 알고 있던 일이었고 아이들도 둘이나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세희가 그러는데 재미는 영 없어도 실력은 있대나봐.”

혜리가 송 교수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주워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배구를 하던 남자들 일행이 피크닉 테이블 근처로 다가왔다.   조 교수가 이미 피크닉 테이블 옆 불판에 피워 놓은 석탄 찰콜 불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였다.

“밖에 나오면 고기는 남자들이 구워야 맛있는 거 알아요?”하며 그는 불판에 씌워 놓은 포일 위에 길게 썬 LA 갈비 재놓은 것을 가지런히 얹어 놓았다.  함께 나온 대학원생들이 “교수님 저희가 구울께요.” 하며 나섰지만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냐 아냐 내가 구우면서 맛있는 건 다 먹을라고 그래.”하면서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남자들은 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내며 굽히는 불판 주변에 빙 둘러 서 요즈음 미국의 테러 경계가 어떻고 이민자들과 방문자들에 대해 단속이 심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고 테이블가에 죽 둘러 앉은 여자들은 혜리와 미세스 양네 아이들에게 미리 먹을 것을 챙겨 주며 샌프란시스코 근방의 병원에서 심장 전문의인  남 교수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70년대 초에 간호사로 미국에 건너와 당시 공부하고 있던 남 교수와 연애 하던 얘기부터 시댁의 반대에 부딪쳤던 얘기, 소셜 워커로 미국인과 결혼한 둘째딸 딸 얘기, 산부인과 병동에서 아이 받아내던 얘기 까지를 맛깔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조 교수는 다 구워진 갈비를 두어 접시 만들어 아이들과 여자들을 위해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접시에 밥 풀까요? ”

정아도 친구네 집에 가 버려 챙겨줄 어린 아이가 없는 은하가 종이접시를 집어 밥통의 밥을 차례로 퍼 담았다.  잡곡이 알맞게 섞인 밥을 한 켠에 담아 조 교수의 선배이자 제일 연장자인 남 교수 에게 먼저 건냈을 때 “아이구 이거 여자분들 먼저 드시죠.”하는 남 교수에게 미세스 조가 “우린 기다렸다 맛있는거 많이 먹으려고 해요.  먼저 드세요.” 라고 했다.

은하가 피크닉 테이블 위에 둔 밥통에서 적당한 양의 밥을 퍼 조 교수, 태식, 혜리의 남편과 젊은 대학원생들에게 건냈다.  태식은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밥이든 접시를 받아 들자 “네.” 하며 약간 고개를 숙였을 뿐 은하와 시선을 마주치거나 별 말은 하지는 않았다.

  남자들이 대충 테이블 위의 상추와 쌈장 등 반찬을 집어 불 가에 둘러서자 여자들도 접시에 밥을 담아 돌렸다.  유일한 싱글인 세희에게 “많이 먹어요.” 하며. 

“음--- 고기는 역시 바비큐로 구어야 제 맛이라니까.” 모두들 이렇게 말 하고 있는 듯 야외에서 구워 낸 갈비 맛은 아주 훌륭했다.   

 

공원은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스타일인 목초지 같은 민둥산 허리 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아래쪽으로는 계곡을 바라 보는 경치가 좋았다.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나는.  계절은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쌀쌀한 날씨였지만 고기 굽는 냄새에다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소리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 들었는지 벌들이 웅웅대며 음식을 담은 접시 주변을 맴돌았다.

“벌도 갈비 먹냐?”

미세스 조가 벌을 피해 일어 서며 한 이 말에 모두가 웃고 있었다.

 

“우리집에 가셔셔 커피들 하시죠.”

모인 사람들 중 제일 연장자인, 샌프란시스코 터주 대감격인 닥터 남이 이차 티 타임을 갖자고 했다.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기도 섭섭하던 차에 잘 된 일이라며 다들 반기는 기색이었다.

화기가 남아 있는 석탄 위에 물을 끼얹어 불을 끄고 테이블을 깔끔히 정리한 뒤 일행은 남 교수 댁으로 향했다.  그는 아이들도 다 독립하고 두 내외가 하이 라이즈 콘도미니엄에 살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한 눈에 들어 오는.  나이답지 않게 신혼집 처럼 진분홍 오렌지 보라 등의 체어를 놓아 꾸며 놓은 미세스 남의 집은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바닐라향이 향긋한 커피와 녹차를 기호 대로 마신 후 남자들은 남자들 끼리 리빙룸에여자들은 여자들 끼리 훼밀리룸에 따로 모여 앉아 얘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어느덧 리빙룸에서 남 교수의 노래 하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I’ve live a life that’s full

I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

           .

           .

                     작곡 작사: 레보,프란시스,앙카 노래: 프랭크 시나트라                       

 

 

의사지만 자그마한 키에 다재다능 해서 색소폰도 잘 불고 사교춤도 강습 받아 수준급이라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 패밀리룸에 모여 앉아 있던 여자들도 리빙룸의 대형 TV 스크린 앞으로 몰려갔다.  팝송으로 시작한 노래는 이어 트롯으로 넘어 갔고 국수를 한 그릇씩 삶아 먹고 나서야  모두 헤어졌다.  은하는 Over and over를 태식은 동행을 불렀다.  노래 부르고 있는 그를 볼 때 오랫 동안 보아 왔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느껴져 왔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더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에 은하는 마음 속으로 아니야.하며 고개를 숙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