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35

은하수


BY 47521 2005-09-22

2005.9.22.은하수에서의 식사

은하수 음식점은 친정엄마를 배려해서 인지 바로 병원 근처였다.

한식 코스 요리인데 영의정,우의정,좌의정 세 코스가  있었다. 우리 셋은 좌의정 코스 요리를 선택했다.

요리는 7번 코스로 한식요리가 차례 대로 깔끔하게 도자기 그릇에 담겨져 나왔고, 마지막 순서로 강된장에 7가지 반찬 종류가 대나무 밥그릇과 함께 채반에 받쳐져 나왔다.후식으로는 산수유차와 떡으로 푸짐했다. 서빙하는 아가씨가 요리가 바뀔때 마다 요리명을 설명해 주어서 친정어머니는 오래간만에 기분이 좋으신듯 보였다.친정엄마가 인사치레를 먼저 하셨다.

-우리가 선생님을 대접해야 되는데 결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어자영씨를 9년만에 뵙게 되는데 우울증에서 회복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그는 금단현상으로 이유없이 분노가 들끓고,제정신이 아닌 듯하거나 현기증이 날 수가 있는데 환자가 전혀 금단증상이 없다고 친정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아 엄마한테 들어 보니 아직 선생님 결혼 안하셨다고 하는데 불혹의 나이 40도 지났는데 너무 늦은것 아녜요?

친정엄마의 농담에 그는 어자영씨 같은 분이 있다면 벌써 장가갔게요,하면서 농담을 주고 받았다.

과연 신경정신과 의사와의 사랑은 가능한 걸까.내가 퇴원 하고서 한달 후 환자들 야쿠르트를 사가지고 면회 날 병동을 찾았더니 간호조무사가 환자는 환자와 면회하면 안돼요.규칙이 그렇다면서 면회 조차 못하게 하던데 그는 사회의 편견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배짱과 아량이 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친정엄마 앞이라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식후에 엄마가 사시는 아파트까지 엄마와 나를 바래다 주었고 엄마에게 따님과 잠깐 아파트 공원에서 데이트해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엄마에게 부탁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영아에미는 지금 위장이혼 중이예요. 환자와 의사로 만나는 것은 좋지만 그 이상은 말썽나지 않게 단도리를 잘 해주셔야 합니다. 이아이 친가나 시가 모두 이혼해서 재혼한 사람은 하나도 없답니다.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런 흉칙한 일은 영아에미에게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엄마의 어조는 강경해서 조금 전 식사때의 부드러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듯한 인상을 나는 받았다.

-엄마!걱정 마세요.고무신 거꾸로 신는일은 절대 없어요.영아 아빠가 늙으면 나 연금 타게 해 준다는데 내가 왜 곰같은 짓을 해요. 엄만 자기 딸도 그렇게 몰라요?나는 엄마 닮아서 여우예요.아셨죠?

나는 결국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느라고 한 술 더 뜰 수 밖에 없었다.

그와의 데이트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맑은날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루어졌다.

-바깥분께서 캐나다에 가셨다고 일지에 써 있더군요. 왜 캐나다에 같이 안가셨나요?자제분들 뒷바라지 때문 인가요?

-선생님은 지금 의사가 환자한테 하는 질문으로 물으시는거예요? 아니면 한 여성에게 남성으로서 물으시는거예요?

-그게 그렇게 궁금합니까? 제가 한 남성으로 묻는다면 안되나요?

나는 가슴이 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꼈다.얼른 아무래도 좋다고 얼버무렸다.

그가 하늘을 보더니 자신이 태어난 고향은 그야말로 산골 촌구석 이였는데, 맑은날 밤하늘을 쳐다보면 언제든지 은하수를 만날 수가 있다고 했다. 

 

광해가 없고, 별들이 무수히 많이 보이는 여름밤에 가장 짙다고 하면서,은하수를 못 본 지가 30년이 넘었다면서 아쉬워했다.

헤어지면서 그가 나에게  A4 용지에 컴퓨터 워드로 친 메모지를 주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다릴 앙카-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그것이 최고의 명상이다.

신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슴 뛰는 일을 통해서 온다.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당신은 최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고,

가장 창조적이며,가장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온 목적이다.

당신은 바로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이 곳에 태어났다.

남을 베끼며 살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라.

신이 줄 것이다.

 

프롤로그

 

2010년 까지의 세계는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기독교 지도자들은 말한다. 동시에 21세기의 화두는 우울증이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도 들은 적이 있다.화두란 의문에서 시작한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는데 따르는 위험이 약을 끊는데 따르는 잠재적 부작용 보다 훨씬 크다고 닥터K도 나에게  거듭 말했다.항우울제약은 우울증의 덫에서 벗어나도록 도와 주지만 그렇다고 그 약들에 의해 덫에 걸렸다고 느낄 필요 또한 없다는 것도 나는 안다.

나는 규칙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오후 1시반 부터 5시까지는 탁구와 요가를 한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샤워를 하면 기분이 날라갈듯이 좋다. 저녁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 보낸다. 약은 닥터K의 진료를 받으면서 완전히 끊었다. 그가 우려하는 금단증상도 없었다.그는 내가 가슴 뛰는 일을 하기 때문 이란다. 내가 지나간 삶을 돌아 보며 글을 쓰는 행위는 그의 말을 빌린다면 만병통치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