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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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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일지 12


BY 47521 2005-09-13

2003.3.xx일     베이비 시터

꽃샘 추위 탓에 밖은 여전히 겨울 같다.지금 나는 만 4살 먹은 비원이 옆에서 일기를 쓴다. 아이는 한글을 열심히 쓰고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는 냥 가끔 훔쳐 보기도 한다.폐백 이바지 요리 배운 여성 인력 센터에서 산후 도우미,가정 도우미,베이비 시터 교육도 궁여지책으로 가르쳐 주어서 그 곳의 연락을 받고 베이비 시터가 되었다. 정말 도둑질,화냥질(?) 말고는 다 하는 것 같다.

아이 엄마는 음악 치료사 대학원 교육을 받고 있는 복있고 인정있는 30대 초반 이고, 아이 아빠는 30대 중반의 대그룹 직장인이다.일주일에 두 번만 저녁 시간에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 주고 글자를 가르쳐 주는데 남자아이가 내가 보기에는 영낙없는 천재다.  두 돌 지나고 부터 글자만 보면 엄마에게 가르쳐 달라고 성화였다고 한다.지금도 엄마랑 책방에 가자고 매일 졸른다고 하니 무엇이든지 타고 나야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아이가 내 옆에서 그림을 그리더니 벼란간 묻는다.

-아줌마, 컴퓨터할 줄 아세요? 나 컴퓨터 좀 가르쳐 주세요.

-글쎄다. 비원이가 한글을 아니까 어린이 카페에 들어가 보자.

-카페가 뭐예요?

-카페가 뭐냐면 비원이 같은 유치원 아이들이 함께 배우며 놀 수 있는 곳이 컴퓨터 안에 들어 있단다.자, 컴퓨터 앞으로 가자.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카페에 들어 가니 비원이 처럼 어느 정도 한글을 아는 유치원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글자 놀이나 카드게임,색칠하기,미로 찾기등 여러가지가 총망라해 있다.아이가 깨우침이 빨라서 가르쳐 주는 나 자신도 신난다.

-아줌마, 이번에는 이 세상 전부를 볼 수 있는 곳 좀 가르쳐 주세요. 삼촌이 미국 뉴욕에 살고 있어서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 싶어요.

인터넷으로 세계 지도를 찾아서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서는 아이에게 말한다.

-비원이가 언제든지 삼촌 있는 곳이 보고 싶으면 여기 보이지? 바탕 화면에 세계지도 글자를 두 번 누르면 세계 지도가 나와, 그 중에서 북미라는 곳에 들어 가서 뉴욕 도시를 찾으면 돼. 알았지?

아이는 이번에는 나라와 도시 찾기를 하잔다.아이는 무슨 공부든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식탐도 거의 없다.아이에게 저녁을 줄 때 마다 한바탕 소동을 해야 아이는 겨우 밥을 먹는다.밥은 숟가락질 하기를 싫어 해서 빵이나 우유 같은 간식을 즐겨 찾는다.전화벨이 울린다.

-수고 하십니다. 비원이 아빤데요,오늘 프로젝트를 새로 다 짜야 되니까 좀 늦을 것 같네요. 아주머니,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아요. 아이 엄마랑  휴대폰 통화 하시고 두 분 중 빨리 끝나는 분이 오시면 돼요.

나는 이 젊은 부부가 마음에 든다. 혼기에 있는 두 딸들에게 저 정도 사윗감이면 괞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가 게임을 할 동안 나는 모니터 보고서를 쓴다. 금년에 나는 문예진흥원 문학 파트 모니터가 되었다. 7개월 계약인데 내 적성에 맞아 아주 즐겁게 모니터를 하고 있다.

                                               모니터 보고서

시간;2003년 3월 5일 수요일 PM5-8

장소;서울 시청앞 프린스 호텔

주최;여성 문학회

주제;수덕사 스님 이었던 김일엽 문인의 문학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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