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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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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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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일지8


BY 47521 2005-09-09

2001.11.xx일.폐백 이바지 음식 훈련

불타는 단풍나무의 계절이다.간병인은 우체국 보험에서 낸 이익으로 간병비를 주므로 처음에는 일이 많았지만  차차 일이 줄어 들었다. 마침 여성인력센타에서 실직 여성 가장을 위한 폐백 이바지 요리 훈련이 있다고 하기에 교통비와 훈련비가 나오므로 요즈음은 30분 넘어 걸리는 지하철을 타고 요리 강습을 받는다.떡 만드는 요리강습도 병행해서 했다. 1999년에 독서지도사 훈련을 받아서 알고 있지만 이 교육도 훈련이 끝나고 나면 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을 수강생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노동부가 취업을 연결해 주는 경우는 어느 훈련에서나 거의 불가능하다.단지 정부가 세금으로 여성 가장들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 교육을 했다는 실적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기 위한 훈련이다.

여성인력센타에서는 아웃소싱업체에서 종종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가 들어 오는데 식당일,공장일등이 있다. 나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훈련은 오후 1시면 끝나니까  각종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했다.

한국 여성 단체협회의 (여성 실직 가장 훈련 프로젝트)로 한 달에 한 번씩 5개월 이벤트도 모두 참가해서 3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인력센타에서는 그 밖에 산후조리원,가정도우미 교육도 했는데 나는 모든 교육을 수료해야 아르바이트건수도 늘어나므로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훈련을,닥치는대로 몸으로 떼우는 막일을 했다.도둑질 빼놓고는 다 하리라고 나는 내심 다짐을 하고 있었다.딸 둘이 일류대학을 진학했고, 막내 아들이 고3 이었기에 나는 아들이 일류 대학 진학만 할 수있다면 도둑질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네 직업 소개소에도 등록해서 전화만 오면 달려 나가 막일을 했다. 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기에 체면 차릴 입장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IMF시대라 남편이 돈벌어 오리라는 생각은 이미 접은 지 오래다.오죽하면  만약을 대비해서 전세계약을 내이름으로 했겠는가.오히려  그는 전세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하려고 했다.

-영아 엄마,내가 사업하다 빚을 졌는데 일단 전세금 대출을 받아서 빚을 갚읍시다. 다달이 내가 은행에 돈을 갚으면 되니까.

처음엔 멋모르고 그러마고 대답했다.위장이혼이고 실질적 부부이니까 언제라도 아이들의 결혼을 위해서도 호적을 합치고 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허락할 일이 아니었다. 국회의원 선거로 51평 아파트는 달아났고 내가 생명회사에 남편 이름으로 적금을 들고 있는 상태였는데 나 몰래 그 돈을 찾아 쓴 사람을 내가 어떻해 믿을 수 있겠는가? 그가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면 나와 세아이들은 땅바닥에 내몰릴 처지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노우. 안돼요.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까딱하다간 나와 세아이는 거지가 되요.

-조금 전에는 해 준다고 하지 않았소.왜 사람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오.

그의 낯빛은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 집은 친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어서 얻은 집이예요. 당신의 집이 아니라 나와 세아이의 집이라고요.

나는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또  깨달았다. 위장이혼도 결국은 이혼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