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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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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일지11


BY 47521 2005-08-28

1996.12월xx일.royal형과의 만남

연말이 다가왔다. 병동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현란하게 장식했고 환자들은 연말연시를 외박증을 끊고 밖에서 보내고 싶어 안달이었다.병원측에서 (재원 환자 송년 축제)를 마련해 주었다. 달력을 보니 12월 18일이었다. 대강당안은 게임과 레크레이션으로 뜨겁게 달구어 있었다.마지막으로 각 병동의 노래자랑 순서가 있었다. 그 때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로이알형을 본 것이다.날카롭게 위로 올라간눈꼬리,정연하게 자리잡은 우뚝 솟은 코,말할 때 커지고 다물면 오무라지는 입술,다부진 귀, 영락없었다.

대학신문사에서 여기자들은 남기자를 으례 형이라고 불렀던 시절, 초록의 캠퍼스에서 그는 얼마나 당당했던가. 지금의 형은 초라하다. 반쯤 벗겨진 대머리.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초라해 보이지 않았겠지.형이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다가가 (로이얄형)하며 가만히 불러 보았다.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40대 중반의 나는 살이 쪄서 20대의 모습과는 딴판이기에.이윽고 눈이 쟁반만해지더니, 아니 새치기 기자.... .... 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학신문사에서는 견습기자 시절, 신고식 때 별명을 부쳐주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 때 형의 별명이(거위) 내 별명이 (새치기)였다.형과 나는 소란한 대강당을 빠져나와 휴게실에 마주 앉았다.형은 나보다 한 살 위다.

-자영씨,병원생활은 견딜만해요? 여기서 만날줄은.... ....

-형 소식은 동아일보 병욱이형을 통해서 들었어요. kal에 입사했다고요.

대학신문사 편집국장이었던 형은 필봉을 휘뒤는 운동권 출신이었다. 노의열(盧義烈)자신의 이름을 로이알(royal)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원했던 형은 정녕 유토피아의 왕이 되기를 갈망했다.그러나 그는 사회에 낙인 찍혀 겨우 kal객실 승무원으로 취직됐다

-퇴원은 언제쯤 이죠. 나는 내일 모레 퇴원해요. 보름 가량 푹 쉬었으니까 다시 회사에 나가야죠.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도 마음도 정리됐으니까요.

 내가 형에게 예전 처럼 말을 낮추라고 하니까 애기 엄마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하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었다.

내가 신변얘기를 형에게 들려 주고 있을 때, 간호조무사가 우리 병동 환자 8명을 데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병동과 여자병동은 엄격히 분리돼 있고 영화관람 ,사이코 드라마,치과 가는날,운동회,송년축제등이 아니면 마주 칠 기회가 없었다.영화는 매주 수요일날 상영 하는데 환자들을 자극할까봐 주로 눈물을 짜 내는 멜로 드라마가 고작이었다.액션물이라든가 섹스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절대 상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