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남편과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한바탕 싸움이라도 일어났던 곳처럼 옷가지며 먹다남은 음식찌거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혜원은 모두가 빠져 나간 자리에 앉아 커피한잔을 앞에 놓고 창밖을 내다본다. 아파트 창밖에 보여지는 풍경은 왠지 혜원의 마음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우울해보인다.
"주부우울증일지도 몰라!"
혜원의 혼자 중얼거려본다. 요사이 신문에는 건강에 관한 기사들이 왜이리 쏟아지는지 . 그리고 그때마다 그기사속의 증상들이 다 자신의 증상같다고 느껴져 스스로 암환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환자가 되어 보기도 한다. 결혼한지 13년 . 남편을 만나 사내아이 둘을 키우면서 하루하루 그녀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었다.
언젠가 부터 혜원은 가슴이 답답하고 계속 반복이되는 이 생활에서 하루라도 벗어나고픈 마음에 남편에게 단 이틀만이라도 혼자 여행을 갈 수있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남편도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 왔던 터였다.
혜원은 TV를 켜서 아침드라마를 보았다. 주인공 남자가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그 사실이 밝혀져 이혼하자고 하는 주인공의 아내와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 ' 마치 환각제 처럼 반복되는 줄거리에도 또 빠져들곤 하다니 ...
그러나 혜원은 요즘 모든일에 짜증이 나고 하찮게만 느껴 졌다. 혜원은 오늘 아침에 난 주부우울증기사를 보고 자신이 주부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