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먼 옛날.....추운 겨울 날 새벽.....이리역 근방에서..... 군산으로 가는 첫 기차를 기다리며.....추위에 오들거리던 나에게 ..... 뜨끈한 방이 있으니.. 쉬었다 가라는 말은..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지만..... 그래도 그렇지.....그렇게 쉽게 동정을 잃어버린..... 내 자신이 몹시도.....부끄러워서.....한 동안 자책을 하였고..... 그 이후로는..... 으슥한 길을 지날 때에.....어떤 아줌마들이..... 나에게 접근을 하면.....일찌감치 길을 돌아 피해가거나..... 그럴 여유가 없어.. 할 수 없이...몇 마디 유혹의 말을 듣게 되는 경우에도... 일체 응대를 안 하고.....묵묵히 지나간 덕분에.....그 후로는..... 여인이 있는 쪽방에는.....들어갈 일이 없었는데...... ******** 사람이 한 평생 겪는 삶에는.....어떤 때에는.....이상한..... 어떤 힘이 작용을 하여서.....평소에 열심히 노력을 해서 피하려던 일이.....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또 다시.....발생하고..... 내가 다시 여인이 있는 쪽방에서..... 하루 밤을 보내야하는.....그런 운명이 되었다...... ********* 사실 이것은.....통행금지 사이렌이 불기 전에.....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던 것이고.....그래서 적당한..... 핑계를 대고 피할 수 있었던 것인데..... 내가 어떤 핑계를 대던.....이런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직장 동료들에게......내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어서..... 내키지 않는 그런 것이었고.....또 하나는..... 오늘 내 가운데 다리에......감고 있는.....붕대가..... 아주 든든한 갑옷이어서.....어떠한 공세도..... 다 막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데.....구태여..... 꼴사납게....등 뒤를 보이고.....도망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어리석은 자만 때문에......또 한번의 큰 낭패를 보게 된다..... ********* 남녀가 붙으려 하는 것을.....막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아무 것도 없다...... ********* 나는 술을 마시는 동안....내내....오늘 저녁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전략을 새웠는데.....그 것은.....일단..... 술자리를 파한 후에......모두 자기의 파트너와...... 롱타임을 하러......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후에...... 나와 내 파트너가 둘이만 남게 되면.....그녀에게..... 내가 오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롱타임을 한 것으로..... 하고.....그냥 돌아가라고 하면 되는.....그런 간단한 것이었다..... 물론 롱타임에 대한 화대는.....총무가 미리 술값하고 같이..... 지불하기로 했으니.....내 파트너는 공짜로 돈을 벌 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어서.....당연히 아주 좋다고 하고.. 나가면..... 나는 그 방에서 새벽까지 쿨하게 자고.....그냥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 그런데 그러한 나의 전략은.....처음부터 자리 보전을 하며..... 총무인 왕이빨을 시중들 것으로 생각했던.....여자가.....나를 시중들러..... 나를 쪽방으로 안내하면서부터....틀어지기 시작하였다..... ********** 우리가 전쟁을 할 때에.....세우는 각 종 전략은..... 주어진 상황.....알아낸 첩보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데..... 어떤 것을 이것은 절대 틀림이 없다고...굳게 믿다가..... 그 것이 틀어지면.....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져서..... 으레.....모든 일이 다 삼천포로 빠지게.....마련이다...... ********** 나는 나의 옆자리에서.....내 옆구리를 비비작거리던 여자가..... 틀림없이 왕이빨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옆구리의 감촉만 즐겼지......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녀가 나를 안내하자.....의아한 마음과 더불어..... 호기심이 발동하여.....뒷모습을 눈여겨보고..... 방으로 나를 안내하는 태도도..... 살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에이.....오늘은 누구던.....바로 돌려보내기로 했는데..... 하는 처음에 세운 작전을 되풀이하며 생각하는데..... 그녀의 은근한 태도가.....나의 마음을 슬그머니 어지럽힌다..... ********** 나는 그녀와 나란히 뜨끈한 아랫목을 파고들며..... 의례적인 이야기를 하거나.....방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방문 바깥쪽의 기척에.....귀를 기울였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가장 큰 소리는....왕이빨이 주도면밀한 총무답게.... 오늘의 회원 모두가 파트너와 함께..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주모에게 돈을 계산한 후에.....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이었고.....잠시 후에 온 집안이 조용해진다....... *********** 아....이제는...이 여자를 돌려보내고...... 이 방을 여자 없는 추억의 쪽방으로 만들 시간이군...... 하는 생각을 하며......나에게 자기의 두 손을..... 마음놓고 만지작거리게 하며...조용히 앉아 있는..... 그녀에게..... 총무가 모든 계산을 다 한 것 같으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그러자...그녀가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그래서 각본대로.....내가 몸이 불편하여..... 그냥 편히 잠이나 자다가.....통행금지가 풀리면.....가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방해를 하지 않고..... 얌전히 옆에서 누워만있을 것이니..... 같이 있게 해 달라고 부탁조로 말을 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어.....혹시..... 지금 나가면.....주모한테 야단을 맞느냐고 물어보니..... 그녀는 빼시시 웃으며.....그런 게 아니고..... 처음부터 내가 좋아서.....같이 자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 나는 전에도 가끔..... 접대하는 여자가 있는 술집에 가면...... 너무 얌전하게.....술만 마셔서 인지.....어떤 여자는..... 나를 적극적으로 유혹하기도 했는데..... 아마...... 이 아가씨도.....옆에서 요란스럽게 주물러 대던.....왕이빨 보다..... 점잔하게 술만 마시는 내가 더 마음에.....들었나 보다고 생각하다..... 뭔가 다른 것 때문에.....이 아가씨가 이러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혹시 내가 이번 주말에 결혼을 하는 것 때문이냐고 묻자..... 또 배시시 웃으며.....그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아 그랬군요.....전에 어느 책에서.....이런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하고 말을 흐리자...... 사실 우리 같은 여자는.....결혼을 앞둔.....남자하고..... 하루 저녁이라도.....같이..... 잠을 자고 싶어 한다고 하며..... 또 배시시 웃는다..... *********** 나는 이 찰거머리 아가씨를 떨쳐버리기 위하여서는..... 최후의 무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겠구나...하고.....생각하면서..... 그래도..... 좀 부드럽게 쫓아내기 위하여.....아가씨는..... 결혼을 앞둔 남자하고.....자본 적이 없냐고 묻자..... 이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그런 사람들하고는 여러 번..... 같이 자 보았다고 하며.....실은 아까.....큰 방에서 술을 마실 때에..... 내가 그 곳을 며칠 전에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자기는..... 수술을 하고...아직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하고는..... 한번도 자본 적이 없어서.....처음부터 계속....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 아......이 여자는 내가 무기로 써 먹으려고 했던 것을...... 오히려 자기의 무기로 삼아..... 나를 꼼짝 못하게 역공격을 가하여 왔던 것이다...... 수술을 한 나하고 자보려고.....몇시간 전부터..... 숏타임도 뛰지를 않고.....나를 기다렸다는데..... 어찌..... 매정하게 돌려 보낼 수가 있겠는가..... ********* 나는 어찌 할 바를 몰라.....머뭇거리는데..... 그녀는 나의 손을 어루만지며.....자기는 오늘 목욕을 하고..... 그 후에 손님을 받지 않아 깨끗하다고 한다.....그래서.... 내가 무의식적으로.....그럼 아다라시군요.....했더니..... 어떻게 그 말을 아느냐고.....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 나는 어떻게 해서든.....시간을 끌다가.....적당한 구실을..... 찾아내어 그녀를 돌려보내려고.....벌써.....어찌하기에는..... 아주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다라시라는 표현을 알게된 사연을 이야기 해 주었다..... ********* 그녀는 나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자.....피곤할 터인데..... 누워서 이야기 해 달라고 하며.....나의 겉옷을 벗겨 준다..... 나는 그녀의 진한 체취를 맡으며.....혹시.....이 여자가..... 나의 최후의 탈출 전략을 눈치챈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이제 한 시간 정도만 버티면.....통행금지가 해제가 되는데..... 누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별 문제가 생기랴.....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사근사근 잘 시중을 드는 그녀가... 잠시 하자는 데로.....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그런데..... 이러한 안이한 생각이....마지막 탈출 기도를 완전히 무산시켰으니..... ............. 그녀는....내가 자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천천히.....쪽문 쪽으로 가더니.....비스듬히 서서.... 지긋이 나를 바라 보며.....천천히 자기의 옷을 벗기 시작한다....아풀사..... 그녀는 자기의 옷을.....천천히 하나씩 벗어서.....벽에 있는..... 옷걸이에.....내 옷이 걸린 옆에..... 가지런히 걸어 놓는다..... 그리고는 내복도 하나씩 하나씩..... 모두 벗어서...가지런히 개키더니.... 다시 내 머리맡으로 와서.....구석에 놓으려고 몸을 구부리는데...... *********** 나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심정이 되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다만...보았다..... 나는 아주 먼 옛날에.....이런 쪽방에서.....자리에 누워서 딩굴거리며..... 사진틀 속의 여인을.....이리저리 들여다보던 기억을 되살리며..... 마치 그 때의 그 여인이.....나의 공상 속에서 하던 짓거리를..... 지금 이 여인이 그대로 하는구나.....하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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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공 : 비우기 ( http://www.beugi.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