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20

소꼽의사는 지금도 의사


BY 금풍천 2004-12-10

"sun! 어쩐일이야? 최고로 잘나간다다는 나의 이상께서...."

효서는 의사답지 않게 너스레를 떨었다.

"sun, 나 요즘 마누라 미국 보내고 혼자 죽을 맛이다지......"
"왜? 뭣땜에 갔어?"

세선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물었다.

"응, 몸이 안좋아서......"
"의사가 마누라도 못고쳐...^^"
"글쎄말야....난 완전 돌파리라니까 하하하"

간호사가 차를 가지고 왔다.

"근데, sun, 얼굴을 보니까 좀 어디가 아픈것 같기도하고......아님....."
"아님....뭐?"
"혹시?"
"혹시 뭐?"
"늦둥이 가진거 아냐?"

의사의 육감에서인지..아니면 세선의 몸을 보고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효서는 그렇게 말했다. 세선이 가슴이 뜨끔했다. 그러나 자연스레 표정을 바꾸는 수 밖에 없었다.

"챙피해 죽겠어....이 나이에.....^^"
"챙피하긴....."
"챙피하지....어쩌지?"
"어쩌긴 낳아야지...능력도 넘치고 막말로 정부에서도 지원도 하잖아.....정말 이대로 가면 우리 의사들도 먹고 못살아.....^^"

임신한 여자는 얼굴, 목, 배, 팔 부위에 색소침착이 나타난다. 효서는 아무래도 그런점을 눈여겨 보았던지...아니면 모처럼 자신을 찾아온 세선의 표정으로 읽어 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세선에게 접근 했다.

"선! 마음을 다잡아 먹고, 자연스럽게 접근해야돼. 생명이란게 어디 인간의 힘으로 되는거야...."
"그렇긴 하지만......"
"왜? 무슨 다른 이유가 있어?"
"아아니......"

세선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임신이 되었다면 이 아이는 분명 남편의 씨는 아니라는걸 그녀는 알고 있다.

"선! 여하간 낳아.....나 의사생활 계속하면서 정말 생명이 얼마나 중요하거고 함부로 할 수 없는걸 알고부터 의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됐어...."
"그렇지....나도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망설이지마....그리고 sun, 내가 다 알아서 검사도 해주고 애 낳도록 적극 협조해 줄테니까 걱정말고 무서워하지마 늦게 낳아도 아무 문제 없어...."

효서의 말을 들으면서 세선은 천천히 차를 넘겼다. 따뜻한 차가 뱃속으로 들어가면서 생명으로 전달되는것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바쁘지 않아?"
"아...아니....다른 의사 있으니까 실컷 놀다가라....나도 선, 그대 보고 싶을때 많아^^"
"나같은게 뭘 보고 싶겠어.....근데, 요즘 태구하고 현숙이 하고 사귀데^^^^"
"사구어?"
"응, 소정자네 부동산에서 몇번 만났는데 과부 홀애비가 아주 잘되가는것 같아...."
"그래, 그렇지만 모르긴 몰라도 태구는 여자하고 같이는 못살아...그자식이 누구야...에술가 아냐...한군데 못머물러 그놈은.....여자도 마찬가지야....하기야 선, 그대라면 모르지....."
"왜? 내가 왜?"
"태구 그놈 실제는 선, 무지하게 좋아 했었어"
"^^^^^^"
"그뿐 아냐, 나도 선, 그대만 보면 사족을 못?㎱附?..지금도 이렇게 앉아 있으니까 가슴이 이상한데 뭐 ^^^^^"

세선은 짓궂은 효서를 툭 때렸다. 소꼽놀던 옛생각이 떠올랐다. 어린시절에도 효서는 꼭 소꼽놀이를 할때 의사역을 했다.

"어디가 아프세요?"
"배가 아파서....."
"그러세요....배를 좀 올려요!"

세선의 밸르 올리고 배꼽을 들여다보던 어리적 효서의 그 호기심어린 눈동자가 아직도 살아있다. 세선은 얼른 시선을 돌려 벽면을 쳐다 보았다. 효서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선! 그대 피부는 참 고왔는데..여전하네....."
"뭐야, 칭찬이야....성희롱이야 의사선생님이^^^^^"
"아....난 영원한 의사잖아....^^^^"

둘은 깔깔대고 시간이 지나 이제 마칠시간이 다 되었나 보다. 시간을 들여다보던 효서가 세선에게 묻는다.

"어때, 진찰하고 갈래?"
"진찰?"
"응, 임신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온거 아냐?"
"응......글쎄......"

세선이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효서의 말대로였다. 어쩔까? 임신인가 확실히 알고 싶었다. 그러나 효서가 자신의 그곳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니 영 마음이 그랬다.

"어쩔까? 나가서 식사나 할까..? 아니면 검사 받고 가던지...."

세선의 얼굴을 지켜보는 효서의 질문하는 눈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세선은 무의식중에 한숨을 휴 하고 내쉬었다. 석양인지 조명인지 짧아진 해가 병원 유리창을 붉은색 의상을 입은 중년여인처럼 넘어들어오고 있었다.

"검사하고가....깨운할거야"

효서가 세선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세선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