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박의 전화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런일이 없었는데....."
세선은 자신의 배로 자꾸만 옮겨가는 손을 느꼈다. 찰스의 모습이 떠 올랐다. 젊음의 뜨거운 열기를 다하여 세선을 공략하며 버등대던 그의 모습. 그리고 눈동자가 풀리는 순간 솟구쳐 나오던 용암액의 뜨거움.....
"선! 나 당신뿐이야!"
남자들은 여자마다 다 그런다고 했다. 물을 쏟는 순간은 다 그런말을 한다고 들었다. 세선도 그렇게 단정했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한 남자가 자신의 몸둥아리 위에서 매혹되어 너 아니면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뇌까릴때의 그 기분은 정말 좋은것이 아니던가.
"배가 좀 부른것 같애....."
독백하는 세선의 머릿속이 점점 쓰레기장이 되가는걸까....혼란스러운 그녀가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이 남자 어디 간거야?"
경찰서 출두일이 내일인데 소식이 없는 찰스 박. 그리고 불러 오는듯한 자신의 배. 단산하였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이제사 아기를 갖게 되었다면 무엇으로 이 기로를 벗어 날 수있을까...
"남사스러워! 어쩌지......지워?"
혼돈이 밀려 오고 가슴이 답답하다. 떠오르는 얼굴도 없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다.
"그래...내일 경찰서 갔다가 와서 결정하자"
세선은 중얼거렸다.
"오늘일은 오늘 걱정하고 내일이은 내일 걱정하랬지....자 자자 쉬자 운명에 맡겨야지 뭐! 세상에 나만 그런것은 아니잖아 뒤 돌아 보지말자....후회해도 안되고....아이그 그 빙신만 아니어도......."
남편 어굴이 떠 올랐다. 현모양처로 살고 싶던 그녀를 세상의 광야에 내어 쫒은것은 남편이 분명하다. 고지식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남편이기에 기대할 수 없었고 친구들 친척들 집에 들러 올때마다 속이 뒤집혀 시작한 돈벌기 모험이 그녀를 순진함에서 교활한 여자가 되도록 한것이라고 생각하니 남편이 죽도록 밉다. 원망스럽다.
"그래도, 그인간 탓만은 아니지......."
그랬다. 자신의 잘못을 전가하는 인간의 속성일뿐이라는 생가에 머물자 그녀의 가슴에서는
"네가 하고 싶어 한일이지....핑계대지마.....그리고 뭐가 그리 이상해. 애 지우면 되지..."
해결책까지 나오는 그녀의 양심은 아무래도 많이 수절하지 못한 여자의 정조와도 같은 것일까....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 본다.
"얼굴이 영 아니네....왜 이래..."
정말 얼굴이 푸석하다. 고민이 그를 짓누르기 때문인가보다. 답답하다. 술을 찾는다.
이때 전화가 소리를 낸다.
"나야, 정자...."
"응, 왜?"
"야, 오늘 큰거 한건 했어...어때 한번 쏠게....."
"그래....잘했다 너 또 먹었구나..."
"응, 골프장건 하나 엮었지^^^^저기 태구하고 현숙이 불러 놨다. 이리로 와....그리고"
"그리고 뭐?"
"응, 아냐....만나서 얘기하자"
"뭔데.....?"
"아.....별거아냐 ...네 남편애기인데....."
"남편, 우리 혜미 아버지....."
"응.....하여간 만나서 얘기하자....."
전화가 끊겼다. 남편의 얘기라면 뭘까? 그녀는 옷을 찾고 있었다. 아무래도 답답해서 얼른 거리로 나가야 좀이라도 회복될것 같았다.
"CE! 이게뭐야! 참 나원참~!"
그녀의 머리속으로 머피으 법칙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구름이 몰려드는 밤. 벼이 커튼을 치는데 그녀의 차가 스르르 미끄러져 소정자 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남자들이 속썩이네....."
찰스박과 남편의 얼굴이 활동사진처럼 지난간다. 아무래도 비가 내릴것 같았다.